2019.08.19
  • ‘1951년 샌프란시스코체제 극복 동아시아 평화 시민네트워크’를 제안한다!
  • 미국과 영국의 민주주의 위기(승자독식의 제도)
  • 영원한 ‘문청’(문학청년) 언론인 임재경
  • 일본의 한국에 대한 역사적 무례가 세계 경제를 위협한다
  • 일단은 강도부터 먼저 잡아놓고 봐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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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까지만 해도 “일본(늪)화”는 서방세계 경제에서 절대 일어날 수 없다는 말은 상식으로 통했다. 저명한 미국의 경제학자들은 낮은 성장률, 디스인플레이션, 지속적으로 낮아지는 금리 등의 요인들이 합쳐져 구체화 된다고 해도 유럽 정책입안자들에겐 상황을 타개할 수단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들은 일본인들에게 수십 년간 이어져온 정체 상황을 해결할 대범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조언하여 왔다. 일본늪화는 잘못된 정책으로 인해 빚어지는 결과이며, 사전에 준비한다면 충분히 피할 수 있는 것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일본늪의 망령이 서구권을 배회하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유럽과 미국의 회복율은 다수의 정책 입안자, 정치인, 그리고 경제학자들이 기대했던 것보다 더욱 지지부진하며 규모도 작았다. 최근에는 “새로운 일상“이 되어버린 저성장과 계속되는 디스인플레이션을 벗어나게 해 줄 “탈출 속도”에 이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점차 유럽과 일본에서 사라지고 있으며, 동시에 미국 경제가 후퇴할지도 모른다는 우려 또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유럽은 지역적인 경제 침체의 손아귀에 붙잡혀 들어가고 있다. 성장 예측은 계속해서 하향조정 되고 있고, 유럽 중앙 은행은 인플레이션 예측이 잘못되었음을 시인했다. 국채의 수익률이 점점 떨어지기 시작하면서, 마이너스 수익의 증권 거래량은 10조 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한편, 일본은 40년째 저성장, 저인플레, 저금리의 늪에 빠져있다. 미국 내 경제학자들 중 다가오는 경제 침체를 걱정하는 이들의 수는 더 늘어가고 있으며, 이들 중 일부는 미국 연준에 금리를 인하할 것을 촉구하고, 또 일부는 극심한 디스인플레이션의 위험성에 맞서려면 더 높은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과거 일본늪화의 경고를 무시해왔던 서방의 경제학자들은 지금껏 말만 번지르르하게 해 오고 있었던 것인가? 답은 ‘예 또는 아니오’이다.

오늘날 자리잡은 일본늪화의 공포는 직간접적으로 낮은 성장률과 포용적이지 못한 성장을 강제하는 구조적인 디스인플레이션 경향에 대한 근거있는 우려에서 나온 것이다. 이러한 경향은 사회의 고령화, 심화되는 불평등(수익, 부, 기회 면에서), 인구의 대부분이 겪고 있는 사회적 경제적 불안정성, 그리고 전문가 의견과 제도에 대한 신뢰의 퇴색등을 포함하는 범주이다.

최근의 자산 버블 이후 확산하는 회사의 좀비화와 더불어, 구조적 요인들은 수요를 감소시켰다. 또한 위험 회피 성향과 자기보험 경향은 크게 늘었으며, 이는 성장도모와 위험 분산의 감소로 이어졌다. 인공지능 분야를 비롯한 여러 분야에서의 혁신, 빅 데이터, 이동성 또한 하나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들이 가져올 경제적 파급력은 아직 확실치 않으나, 이 덕분에 점점 더 많은 경제 활동 영역의 진입장벽이 낮아지며 가격인하 압력을 가중시킨다는 사실에는 (“아마존 효과”) 의심할 여지가 없다. 단기적으로 봤을 때 이러한 파급효과는 확실해 보이며, 성장률과 생산성에 미치는 장기적인 영향은 아직 지켜봐야 할 단계에 있어 보인다.

성장률 또한 비교적 덜 직접적인 방법으로 하향되고 있다. 예를 들어, 지속적인 저금리는– 어떤 경우 마이너스로 돌아서기도 한다 – 제도적 건전성과 금융 체계의 운영 효율성을 저하시키며, 이는 은행 대출과 보험/연금 업체들이 수요자에 제공할 수 있는 장기성 제품들의 다양성을 제한하게 된다.

또 하나의 간접적인 파급효과는 미래에 대한 예상에서 나온다. 성장률과 인플레이션이 낮게 유지되는 기간이 길수록, 가정과 기업들은 소비와 투자 결정을 보류하며 이는 또 다시 저성장과 저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일본늪화의 위협을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던 서방의 경제학자들은 이러한 직간접적 요인을 무시하거나 저평가 했기 때문에 실수를 범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고령화가 가장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이민 유입이 적은 나라들 중심으로 일본늪화에 시달리는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하지만 거시경제적인 미래를 바꾸는데 있어 정책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그들의 주장만큼은 틀린 것이 아니다 – 1989년의 일본처럼, 주기적인 긴축이 심화되며 구조적 요인들을 강화시키는 지금의 상황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문제는 그들이 지금껏 통화 정책에만 편협하게 집중하고 있었으며, 통화정책의 효율성을 과대평가 해 왔다는 점이다. 일본늪화의 위험에 빠진 국가들은 수요와 공급측면의 문제들을 모두 해결할 수 있는 다양한 복합정책을 필요로 하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통화 정책이란, 경제가 “제로금리 하한선”에 가까운 침체에 빠져 있거나 여타 “유동성 함정” 요인들이 위력을 발휘할 땐 그 효과가 떨어지는 법이다. 양적 완화 같은 대규모 대차대조표 정책들은 경제 체제에 더 많은 유동성을 주입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줄 순 있겠지만, 근원적인 문제를 제거 해 줄 순 없다, 그리고 그러한 정책에는 반드시 나름의 대가가 따르며, 이는 부수적인 피해와 의도치 않은 결과로서 나타날 것이다.

일본늪화에 맞설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보호책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국가적, 지역적(유럽의 경우에), 그리고 전세계적 수준의 수요-공급 양측면적 조치일 것이다. 재정적인 여유가 있는 국가들의 경우엔 더 많은 정부 예산을 풀어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는 투자를 해야 할 것이며, 기술 부족을 겪고 있는 나라라면 합법적 이민을 늘리고 노동 유연성을 도모할 수 있는 더 나은 정책을 펴 간극을 좁히는 정책이 필요할 것이다.

또한 이러한 정책들은 전체 인구 중 가장 취약한 계층에 대한 보호책과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건강, 직업훈련, 그리고 노동력 재편성에 있어선 이 점이 중요하다. 또한 이러한 정책들 중 어느 것도 정치적인 리더쉽과 상호협력적인 국제 정책 교류가 없으면 구체화 될 수 없을 것이다.

일본늪화는 서방의 정책 입안자들과 정치인들이 아직 충분히 체득하지 못한 세 가지 교훈을 우리에게 남기고 있다.

첫 번째, 구조적 압력에 즉각적인 조치로 대응한다면 저성장, 저인플레, 초저금리를 극복할 수 있다는 점. 두 번째, 지금껏 시도되지 않았던 통화 정책이 필요할 수 있지만, 그것으로 충분하지는 않을 수 있다는 점. 세 번째, 필요에 의해 통합적인 정책 대응을 구성해 나갈 땐, 기술적이기 보단 정치적인 장애물을 먼저 인식해야 한다는 점이다.

 

Mohamed A. El-Erian (모하메드 A. 엘-에리안)

알리안츠 사의 수석 경제 고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세계 개발 위원회의장

최근 저서 “The Only Game in Tow: Central Banks, Instability, and Avoiding the Next Collapse”

열린광장 세계의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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