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2.14
  •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 문재인 정부 책임이다
  • 오바마의 속내, 그리고 미국 민주당 구파의 시대착오
  • 누가 나설 것인가?
  • 금융자산에 대한 거래세와 부유세의 정치경제학
  • 보유세가 세금폭탄이라고 소가 웃는다
       
후원하기
다른백년과 함께, 더 나은 미래를 향해

4월 25~27일 제2회 ‘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포럼이 북경에서 개최되었다. 세계 150개국에서 대표단을 파견하였는데, 수행원과 기자들을 포함하면 모두 5천여 명에 이르는 규모이다. 이는 지난 1월 스위스 다보스포럼의 2천여 명에 비해 두 배 이상 많은 수자인데, 통계에 따르면 총 4100여 명의 기자들이 이번 포럼 취재에 등록했다고 한다. 37개국 정상과 국제기구 ‘수장’ 등 세계 정상급 인사만 해도 40여명에 이른다. 그중에는 요즘 중국의 가장 강력한 우방으로 떠오른 푸친 러시아 대통령, 한 때 남중국해 영토다툼으로 앙숙이었던 필리핀의 두테르테 대통령과 다수의 개발도상국 지도자들이 있다. 이밖에도 오스트리아 총리, 이탈리아 총리, 포르투칼 총리, 스위스연방 대통령 등 서구 지도자들도 참석하였으며,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의 명단도 눈에 띤다. 일대일로 사업에 쏠리는 세계의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를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이 때문에 <파이낸셜 타임즈>는 3~5년 안에 세계 유력 기구의 하나로 일대일로 구상의 상설 조직화가 추진될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하였다.

4월 25일, 제2회 ‘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포럼 ‘청렴한 실크로드’ 세션이 베이징에서 거행되었다. (출처:신화사)

이러한 소식을 접하면서 필자는 문득 얼마 전 서구와 한국의 일부 언론이 일대일로가 개발도상국의 ‘부채문제’를 야기하는 등 갖가지 부작용을 일으키고 있으며, 이 때문에 일대일로의 전망이 매우 어둡다고 보도한 기억이 떠올랐다. 상반된 두 개의 소식에 누구라도 어리둥절해질 수밖에 없는데 도대체 어떤 것이 진실일까? 유엔 전체 회원국의 3/4에 해당하는 국가들이 이 행사에 참석하였다면, 아마도 중국이 채무국들을 강제로 동원하였다고는 볼 수 없을 것이다. 더군다나 거기에는 여전히 초강대국인 러시아를 비롯하여, 최근 일대일로 참여를 정식 선언한 이탈리아와 스위스와 같은 서구 선진국들도 포함되어 있다. 미국의 견제와 비난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회원국들이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는 것을 보면, 아무래도 그간 우리가 접했던 일대일로에 관한 부정적인 소식들은 전체 상황과는 일정한 거리가 있는 것 같다.

사실 일대일로와 개도국에 대한 소위 ‘부채 함정’을 연계시키는 것은 얼마간 ‘견강부회’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왜냐하면 그로 인해 가장 피해를 보게 되는 것은 아무래도 돈을 빌려 준 중국일 것이기 때문이다. 과거 중남미 국가들이 모라토리엄을 선포하였을 때 우선적으로 국제여론의 비난을 받았던 것은 채무국들이었다. 잘못하면 빌려준 돈을 받을 수 없게 된 서방 채권국들은 채무국들의 도덕적 해이, 부정부패, 비능률, 사회복지에의 지나친 선심 등을 국제여론의 도마 위에 올려놓았다. 한국도 IMF 외환위기 당시 이 같은 논리를 앞세운 서방 채무국들에 의해 인정사정없는 구조조정을 당하였다. 이 때문에 한국사회의 발전수준에 걸맞지 않게 자본시장을 전면 개방하여야 했으며, 이후 한국의 블루칩들은 대부분 외국인 투자자들의 좋은 먹이가 되었다. 지금까지 그 후유증이 심각하게 남아 있어, 한국경제를 대표하는 삼성전자는 아무리 사상최대의 흑자를 올린다고 한들 그 성과의 절반 이상은 고스란히 외국인들 수중으로 돌아가고 만다.(최근 삼성전자의 외국인 지분율은 57%에 이른다) 여기에다 재벌개혁에 대한 요구는 외국 투기자본에 의한 ‘기업경영권 탈취 위협’ 명목으로 번번이 좌절되기가 일쑤이다. 그런데 채무관계가 일단 중국과 관련되자, 이제 와서 서구 언론들은 과거 채무국을 비난하던 논조를 바꾸어 채권국인 중국을 비난하고 있다. 더군다나 부채문제가 아직 현실화되지도 않은 상황인데도 말이다.

그건 그렇고 정작 일대일대로의 진척상황이 실제 어떠한지 궁금하다. 2013년 가을 시진핑 주석이 카자흐스탄 방문 때 처음 사업을 제안 한 이래 이미 5년의 세월이 흘렀기에 지금은 뭔가 구체적인 진척이 이루어 졌으리라 기대된다. 하지만 일대일로 사업은 상당히 여러 갈래로 진행되기에 전체 상황을 한눈에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여기선 몇 개 대표적인 사업만을 골라 대강의 판단을 하는 수밖에 없다.

우선 일대일로 프로젝트 중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진 것으로는 ‘중국-유럽 간 화물전용열차’ 사업을 꼽을 수 있다. 그것은 육상의 일대일로가 포괄하는 6개의 경제회랑 중 ‘신 유라시아 경제벨트’를 대표하는 사업인데, 그 내용을 잠시 살펴보기로 하자.

<표1> 2011-2018년 중국-유럽 화물전용열차 운행 차량수량

 

출처: 대륙교(大陆桥) 물류연맹 공공정보 플랫폼

‘중국-유럽 간 화물전용열차’ 사업은 2011년 처음 시작되었다. 현재 독일, 러시아, 카자흐스탄, 타지크스탄, 폴란드, 백러시아 등 15개 국가의 51개 도시와 중국 내 62개 도시를 연결하는데, 처음에는 겨우 17개 차량에 연간 화물 운송액수가 6억불에도 미치지 못하였다. 그러나 위의 표1에서 보듯, 7년 세월 동안 그 수자는 6363개 차량으로 증가하였으며, 그간 누적된 운행차량은 1만4691개에 이른다. 2018년의 운송화물 액수는 전년 대비 106% 증가한 330억 달러를 기록하였다. 운송물품 역시도 처음에는 컴퓨터나 핸드폰 등 부피가 적고 상대적으로 고가품이라 할 수 있는 전자제품뿐이었는데, 지금은 의복·신발·양식·포도주·자동차와 부품 등 일반 생활필수품으로 확대되면서 종류가 풍부해졌다. 이처럼 시간이 흐를수록 운행 차량대수와 화물량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그 경제성 때문이다. 이 화물전용열차의 운행으로 기존 수송로보다 거의 일주일 가까운 150시간을 단축할 수 있게 되었으며, 이로부터 30%가량 비용 절약이 가능하게 되었다.

다른 사례를 살펴보도록 하자. 중국과 파키스탄 간의 ‘중-파 경제회랑’은 양국의 ‘전천후 동맹관계’가 말해주듯 일대일로 건설에 있어서도 일종의 ‘플래그십 프로젝트’(旗舰,기함)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그 출발지점은 중국의 카스이며 종점은 파키스탄 과달항이다. 공간적으로는 중국 신장위구르 자치구와 파키스탄 전역을 포함하며, 도로·철도·천연오일가스·광케이블 통로를 포함한 종합적인 무역회랑의 성격을 갖고 있다. 그중 관심을 모으는 파키스탄 ‘과달항 자유지역’은 2018년 초 이미 완공되어 개장 상태이다. 일차로 은행, 보험사, 금융임대, 물류 등 20여 개 중국과 파키스탄 업체들이 입주를 마쳤는데, 중국의 이 자유지역 직접투자액이 30억 위안(한화 약 5200억원)을 넘어섰다. 앞으로 입주업체 전체의 생산이 이루어지면 50억 위안(한화 8600억원)의 연간 생산액을 기록할 예정이다. 2018년 5월 이 항구에서 4G 통신이 실현되었는데, 과달항 동쪽만의 쾌속로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면서 민생 프로젝트도 많이 출현하고 있다고 전한다. 이 지역 아이들은 그 프로젝트 덕택으로 학교, 직업훈련센터, 병원을 갖게 되었으며 취업도 늘었다고 한다.

특히 2019년 초 사우디아라비아 에너지부가 심수항인 과달항에 100억 달러 규모의 정유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라고 밝힘으로써, 중-파 경제회랑 건설은 첫 번째 제3자 파트너를 맞이하게 되었다. 이 계획이 실현되면 중국은 에너지를 보장받을 수 있고, 파키스탄은 과다항을 빌려 경제발전을 이룰 수 있으며, 사우디로서는 석유시장을 확대할 수 있게 된다. 이렇듯 3국간 경제적 연결로 인해 이 항구가 활성화 하게 되면, 장기적으로는 중국과 남아시아·중동·아프리카와 유럽을 더 빠르고 짧은 노선으로 연결할 수 있게 되어 3개 대륙 간 연계성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중-파 경제회랑’은 다음 단계로는 점차 산업협력을 심화 발전시켜 파키스탄 측의 제조업 육성을 중점적으로 추진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 가지 사례만 더 소개하기로 하자. 마찬가지로 일대일로의 육상 6대 경제회랑 중 하나인 멍·중·인·미엔(孟中印缅, 방글라데시-중국-인도-미얀마) 경제회랑은 중국과 남아시아를 연결하는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고 경제발전 속도가 가장 빠른 통로이다. 중국으로서는 남아시아와 인도양 지역의 큰 시장으로 나아가는 가장 간편하고 경제적인 매력을 지닌 육로인 셈이다. 그중 중국-미얀마 경제회랑 건설은 현재 이 지역 협력의 역점이며 그 성과 역시 다른 곳에 비해 큰 편이다. 두 나라는 산업과 에너지 협력 분야에서 중국-미얀마 천연오일가스관 사업을 선도적인 프로젝트로 추진 중이다. 이 사업은 가스관과 원유 파이프라인 두 개 구성 부분으로 이루어지는데, 그 중 2013년 이미 조업을 시작한 가스관사업의 경우 미얀마에서 출발해서 중국 광시성 귀항(贵港)에서 중국 내 가스관과 연결된다. 이 가스관사업을 통해 매년 세수, 투자배당, 도로 권리비(路权费), 국경통과료, 교육기금, 그리고 사회경제적 지원 자금을 포함한 막대한 직접 수익이 미얀마 정부에 안겨지며 현지에서 대량의 일자리가 창출된다. 미얀마 정부 입장에서는 당연히 이 같은 이득을 가져다주는 중국과의 협력에 적극적일 수밖에 없다. 필자가 보기엔 이 점이 아마도 근래 들어 서구여론에서 아웅산 수지의 이미지가 과거 ‘민주투사’에서 지금은 ‘소수민족에 대한 억압자’로 바뀌게 된 결정적 원인이 아닌가 싶다.

일대일로는 그간 5년여의 발전경로를 거치면서, 비록 지역별로는 얼마간 차이는 있지만 그 수확이 하나 둘씩 가시화되는 단계로 들어서고 있는 중이라 판단된다. 아래 표2는 중국경제와 일대일로 사업의 상호 연관성에 관한 것인데 그 상관정도가 상당히 높음을 볼 수 있다.

<표2> 중국 무역성장률과 일대일로 국가와의 무역성장률 연관성 (단위: %)

출처: 중국 해관총서

예컨대 2015년과 2016년 중국의 무역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데에는 일대일로 국가와의 무역성장률이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이 중요 요인으로 작용하였다고 할 수 있다. 반대로 2017년 그것이 다시 회복하는데 있어서도 일대일로 국가와의 무역성장률의 큰 폭 성장이 기폭제가 되었다. 향후 일대일로 사업이 더욱 활발해지고 그 성과들 역시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제 중국경제는 국내적 요인 외에 또 하나의 경제성장 동력을 갖춘 셈이다. 물론 일대일로의 혜택은 앞서 보았듯이 중국만의 것이 아님은 자명하다.

김정호

2001년부터 2017년까지 중국 사회를 연구할 목적으로 16년간 중국 유학생활을 보냈다. 중국인민대학과 상해재경대학에서 각각 금융(학사)과 재정(석사)을 전공했고 최종적으로 북경대에서 레닌의 정치신문사상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17년 8월 귀국하여 울산에 정착해 현재 울산 평등사회노동교육원에서 교육강사로 새로운 생활을 시작했다.

후원하기
 다른백년은 광고나 협찬 없이 오직 후원 회원들의 회비로만 만들어집니다.
후원으로 다른백년과 함께 해 주세요.
 
               
RELATED ARTICLES
LEAV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