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위기, 어디서 비롯되었나?

[현대차 위기와 산업평화 종식②] 위기 근원 ‘재벌’

김정호
2001년부터 2017년까지 중국 사회를 연구할 목적으로 16년간 중국 유학생활을 보냈다. 중국인민대학과 상해재경대학에서 각각 금융(학사)과 재정(석사)을 전공했고 최종적으로 북경대에서 레닌의 정치신문사상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17년 8월 귀국하여 울산에 정착해 현재 울산 평등사회노동교육원에서 교육강사로 새로운 생활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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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 진짜 경영위기 맞나?
  2. 일시적인 위기인가, 근본적 위기인가?
  3. 위기는 어디에서부터 비롯되었나?
  4. 사측의 예견되는 전략
  5. 노동자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아래 표2를 보면 우리는 그간 현대차의 영업이익률이 추세적으로 저하되어 왔음을 알 수 있다. 이는 또한 현대차의 경쟁력 역시 장기간 추세적으로 저하하였다는 것을 뜻한다. 이 같은 경쟁력 저하에는 세계 자동차시장 정체, 사드문제, 환율문제, 트럼프 보호주의 등과 같은 어쩔 수 없는 객관적 요인이나 우연적인 성격의 것도 있지만, 그러나 이것이 주요한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이들 요인들은 대부분 일시적이거나 다른 경쟁업체들도 모두 공유하는 것인데, 그럼에도 유독 현대차 만이 이 기간 추세적인 하락을 보인 것은 주체적 요인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주체적 요인에 있어서는 중국, 미국과 같은 주요시장에서의 트렌드 판단에 대한 오류, 친환경차 개발 등에 있어서의 전략적 방향설정의 오류 등을 지적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 역시도 문제의 본질을 포착하기에는 아직 불충분하다.

이제 핵심을 지적해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필자가 보기엔 그중 ‘재벌’과 관련된 것이 가장 주요하다고 할 수 있다. 지금의 현대차 위기를 가져오고 경쟁력을 상실케 한 요인들은 대부분 이 재벌문제와 관련이 있다. 특히 가장 관건적인 ‘기술경쟁력’의 저하가 왜 발생했는지를 밝히는 것이 중요한데, 이와 관련해서는 다음과 같은 아주 상식적인 질문 하나를 던지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즉 현대차가 잘 나가던 무렵 현대차 경영진은 무엇을 하고 있었느냐는 것이다. 그 시기는 동시에 기술변화가 가장 극심한 때이기도 하였다. 왜 그 무렵 미래기술에 대한 투자에 심혈을 기울이지 못하고 한전부지 매입 같은 땅 투기에나 신경 쓰면서 그 좋은 시기를 헛되게 보내고 말았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이것 역시도 단순히 경영상의 착오로만 치부할 수 있을까? 필자는 이 문제를 규명하는데 있어 한국 재벌의 생리에 대한 이해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현대차의 기술경쟁력 저하를 이해하기 위해선 그것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연구개발비 문제를 다루지 않을 수 없다. 현대차의 연구개발비는 다른 주요 경쟁업체와 비교할 때 상당히 적은 편이다. 2017년 현대차의 연결기준 매출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2.6%이었다. 이는 폭스바겐, 도요타의 5.7%와 3.8%에 비해 적지 않은 차이가 난다. 그 절대액수를 비교할 경우 더욱 초라해지는데, 당해의 현대차 연구개발비 총액은 2조5천억 원으로, 이는 폭스바겐 131억 유로(약 17조원)의 15%, 도요타 1조1600억 엔(약 11조원)의 23% 수준에 불과하다.

이렇듯 현대차의 연구개발비가 비중과 절대액에 있어 다른 주요 글로벌 경쟁사들과 큰 차이가 나는 것은 구조적 원인이 있다. 그중 절대액수는 기업규모와도 관련되기에, ‘비중’ 측면을 비교하는 것이 본 글의 취지에 부합된다고 보여 진다. 이 경우 한 기업의 연구개발비 비중은 대체로 다음 두 가지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즉 영업이익률과 경영진의 경영방침이 그것인데, 전자는 객관적 제약조건이라고 한다면, 후자는 주체 요인에 해당 된다고 할 수 있다.

먼저, 첫 번째 측면과 관련하여 보자면, 연구개발비 비중은 매출액 대비로 계산된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이 경우 영업이익률(이 역시 매출액 대비로 계산된다) 자체가 낮은 상황이라면 연구개발비 비중도 자연적으로 낮아질 수밖에 없다. 예컨대 현대차 영업이익률이 2017년 4.7%인데 이는 2.6%의 현대차 연구개발비 비중을 객관적으로 제약한 측면이 있다. 현대차의 영업이익률이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는 것이 우려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에 비해 폭스바겐이 지난해 6%에 가까운 연구개발 투자를 할 수 있었던 것도 무엇보다 우선 영업이익률이 그 이상인 7.4%이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이 경우도 폭스바겐은 자신이 벌어들인 이윤 대부분을 기술개발에 투자한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여기서 현대차의 영업이익률이 높았던 시기, 즉 2011년~2016년 기간 왜 연구개발에 집중하지 않았느냐는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실례로 영업이익률이 9.5%이었던 2013년에 현대차의 연구개발비 비중은 2.1%에 지나지 않았다. 당시 BMW 6.3%, 폭스바겐 5.8%, 도요타 3.7% 등 주요 경쟁사들에 비해 여전히 차이가 났다. 이는 자연스럽게 우리를 경영진 경영방침과 관련한 두 번째 요인에 주목하게 만든다.

이와 관련하여, 필자가 지난 호에서 금년도(2018년) 상반기의 경영실적 악화의 주요한 원인 중 하나로, 총 매출액 저하에 반한 제조원가의 상승을 지적한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당시 모비스 등과의 내부거래는 하락하였음에도 유독 물류회사인 글로비스와의 내부거래가 2.5% 증가하였다. 그렇다면 현대차그룹에서는 왜 그런 일이 발생하였을까? 우리는 회사가 발표한 공식적인 재무제표만 가지고서는 그 속사정을 이해하기 힘든데, 그것은 한국사회에 특수한 재벌문제와 관련되기 때문이다. 특히 후계승계와 관련이 있는데, 이 점을 이해하기 위해선 잠시 아래 인용문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현대차그룹 안팎에서는 2017년을 정의선 시대의 원년(元年)으로 본다. 지난해부터 정의선 부회장이 대외 활동을 도맡아 하면서 전면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에 따른 지배구조 개편도 시급하게 되었다. 그리고 정 회장의 최근 건강문제도 현대차의 후계승계 문제를 더 이상 미룰 수 없게 만들었다. 이 경우 정 부회장이 회사를 지배하려면 기아차가 보유한 현대모비스 주식을 모두 사들이면 된다. 그러나 정 부회장에게는 이 돈이 없다는 게 문제였다. “([현대차 大해부]④, 조선닷컴, 2018년 6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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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조선닷컴

현대차재벌은 얼마 전 현대모비스를 지주회사로 하는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하다 중단한 적이 있다. 이 과정에서 정의선 부회장에게로 ‘경영승계’를 완수하려 하였다. 현대차그룹이 상반기에 제출한 지배구조 개편 안을 보자면, 먼저 현대모비스의 국내 A/S·모듈 사업을 분할한 후, 다시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여 현대모비스를 지주회사로 만드는 것이었다.

개편안대로 모든 것이 이뤄졌다면, 정의선 부회장은 현대글로비스 합병법인 (모비스에서 국내 A/S·모듈 사업을 분할 한 후, 그것들을 글로비스와 합병시켜 생긴 법인) 지분과 기아차가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의 교환(추정 비율 0.61:1)으로 약 9.6%의 현대모비스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그리고 현대제철과 현대글로비스가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 6.3%를 사재를 털어 사들이면 지분율은 16%까지 높아지게 된다. 만약 여기에 더해 정몽구회장 재산 상속분을 감안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는 구조개편안이 나온다. 정 회장의 현대자동차, 현대모비스 주식 가치를 제외한 그의 다른 주식가치 총액은 모두 약 5조3000억 원이다. 이중 50% 양도세를 내고 나면, 2조 6500억 원이 남는다. 모비스 주가가 적당히 하락하면, 관계사(기아차와 현대제철)가 보유 중인 23%를 충분히 인수할 수 있게 된다.

여기서 정 부회장이 보유한 주식가치의 변동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모비스와의 합병비율을 결정하는데 있어서, 그리고 정 부회장이 추가로 사재를 털어 모비스 주식을 사들일 경우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정 부회장의 주식가치는 1분기 주식시장 종료일을 하루 앞둔 시점인 2018년 3월29일 현재 약 3조6640억 원으로 추정되는데, 전기(2017년 4분기)의 3조1980억 원에 비해 4660억 원이 증가하였다. 이는 정 부회장의 보유주식(아래 표3 참조) 중 주로 현대엔지니어링과 글로비스 주식가치의 상승 때문이다. 반면 현대차의 주식 가치는 하락했다. 이것은 일감 몰아주기 내지는 이익 몰아주기로 현대차의 영업이익이 감소하는 대신, 관계회사인 글로비스의 영업이익 증가로 주가가 상승하였음을 의미한다.

이상에서 우리는 금년 상반기에 현대차 영업이익이 악화되는 가운데 왜 유독 글로비스와의 내부거래액이 증가하였는지에 대한 의혹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게 되었다. 그것은 인위적으로 글로비스의 주가를 띄워야 할 필요성 때문이었으며, 이 과정에서 원래 현대차에 귀속되어야 할 영업이익 일부가 외부로 유출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 같은 관계사로의 이윤유출 사례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2017년 역시 현대차의 영업이익률은 2016년의 5.5%에서 4.7%로 하락을 멈추지 않았다. 이러한 하락 원인 중에는 당시 ‘사드문제’라는 돌발적인 악재도 작용하였지만, 2018년 상반기 때와 마찬가지로 부품단가 상승이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하지만 이때는 원재료비 비율의 1% 정도 상승이 문제가 되었다. 이는 2016년도 매출원가가 76조 원이었던 점에 비추어 대략 7500억 원 정도의 차이를 낳게 만들었다. 이 역시 현대제철, 현대모비스와 같은 대형 관계사와의 내부 거래가 문제였는데, 그중 특히 정몽구 회장이 11.81% 지분을 가지고 있는 현대제철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17년 현대제철 연결 매출액은 19조1660억 원으로 연결 영업이익률은 7.1%이었다. 비록 전년도 8.7%에 비해 하락했지만 여전히 업계 상위 수준을 유지하였다. 그런데 2017년 경쟁사인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판재 판매단가를 비교해 보면, 현대제철이 포스코보다 더 비싸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표4 참조). 포스코의 경우 열연보다 비싼 냉연강판을 비교하였음에도 그러하다. 이는 내부거래가 수익률 상승의 주요 원인일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으로, 실제 현대제철의 계열사 내부 거래 규모는 2조원이 넘었다. 이 같은 단가 차이는 현대자동차 등 계열사들이 손해 볼 가능성을 높여준다고 할 수 있다.

이 외에도 현대차 대주주가 비교적 높은 지분율을 가진 관계사들은 거의 예외 없이 업계 평균보다 높은 영업이익률을 갖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예컨대, 글로비스의 매출액은 연결기준으로 2017년 16조3580억 원인데, 그의 연결 영업이익률은 4.4%로 업계 최고 수준으로 다른 물류회사 평균에 비해 2배 이상 높았다.(표5 참조) 글로비스의 매출은 70% 이상이 그룹 계열사와의 내부거래에서 발생한다. 이처럼 막대한 이윤이 보장되면 그 차이만큼 현대자동차 등 다른 계열사들이 손해를 보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다음으로 정몽구 4.68%, 정의선 11.72%의 지분구조를 가진 현대엔지니어링을 살펴보자. 2017년도 현대엔지니어링의 매출은 6조9410억 원으로 전년도에 비해 6% 감소하였지만, 영업이익은 오히려 전년도 보다 198억 원이 늘었다. 이에 따라 영업이익률은 8.2%로 다른 대형 건설사와 비교할 때 수익성이 업계 최고를 기록했는데, 실례로 GS건설은 2.7%, 매출액이 약 10조 원 이상인 현대건설의 영업이익률은 4.2%, 프로젝트 중심인 삼성엔지니어링의 영업이익률도 0.8%에 불과하였다.

광고회사인 이노션의 경우를 보면, 2015년 상장 이후 그 지분구성은 정몽구 회장의 큰딸인 정성이가 27.99%, 정의선 부회장이 2%로 얼마간 변동이 있었다. 그전에 모든 지분을 가족이 보유하고 있었는데, 공정거래법 회피용으로 변경되었다. 이노션 역시 내부거래 비중이 85%가 넘으며, 사실상 내부거래라고 할 수 있는 방계회사(현대중공업)까지 합하면 거의 100%에 달한다고 할 수 있다. 이노션은 2014년도 11%, 2015년도 9.4%에 이어 2016년도 9.5%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였다, 2017년도에는 8.5%로 조금 하락하였지만, 삼성그룹 제일기획의 당해 영업이익률이 4.6%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여전히 매우 높은 편이다. 후자는 매출액 3조원이 넘는 광고기획사인데, 매출액 1조 원인 이노션의 영업이익률이 이보다 무려 2배 가까이 높은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그동안 총수일가의 개인적 탐욕으로만 간주하였던 ‘일감 몰아주기’가 또 다른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즉 그것은 적은 지분만을 보유하고 있는 총수일가가 그룹 전체에 대한 지배를 유지할 수 있도록 ‘개인 자산의 확충’을 신속히 이룰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다. 이는 총수일가에게 있어선 대단히 긴급하고 사활적인 과제라 할 수 있다. 이 점을 이해하는 것은 지금의 현대차 경영위기와 관련하여 매우 관건적인데, 이에 대한 설명을 좀 더 덧붙이도록 하자.

주지하다시피 재벌은 독점자본의 한 형식이자 한국사회에 있어선 그 주요한 형식이라 할 수 있다. 재벌의 특징은 피라미드식 기업집단을 형성하는 가운데 그 정점에 총수일가와 같은 ‘자연인’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이 같은 재벌의 내적 모순은 개별기업의 규모가 커지고 전체 기업집단의 규모 역시 끊임없이 확대됨에 반해, 그것을 지배하고 통제하는 총수일가의 지분은 상대적으로 축소되게 된다는 점이다. 이것은 자본주의 기본모순인 ‘생산의 사회적 성격의 고도화와 자본주의적 점유 방식’ 간의 모순이 한국적인 형식으로 발현한 것에 다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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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재벌에 있어서는 왜 이 같은 모순이 발생하는 것일까? 그것은 다음 두 가지 요인 때문인데, 하나는 ‘확대재생산을 위한 자본 확충’의 요구이며, 다른 하나는 ‘재산 상속’과 관련된다.

우선 첫 번째 요인부터 살펴보자. 자본주의에서 확대재생산에 대한 요구는 다음 두 가지 측면에서 나온다. 하나는 자본주의가 발전하고 사회 생산력이 발전할수록 일반적으로 자본의 필요 최소단위가 커진다는 점이며, 다른 하나는 자본 간의 경쟁 때문이다. 이 경우 확대재생산을 달성하는 방식에는 다시 다음 세 가지가 있는데, 즉 집적, 집중, 그리고 금융권차입 혹은 주식시장 상장과 같은 사회적 자본을 이용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볼 때 재벌형식의 기업집단에 있어 총수일가의 지분구조에 변화가 발생하는 경우는 이하 몇 가지로 정리해 볼 수 있다.

첫째, 주식시장에 상장하는 과정에서 지분축소가 발생한다. 비상장 기업을 주식시장에 상장하는 것은 대개는 기업규모를 신속히 확대하기 위한 자본 확충의 필요성 때문이다. 이 경우 원래 총수일가의 개인자본보다도 훨씬 큰 사회 자본을 모집하게 되며, 이에 따라 총수일가의 지분은 자연스럽게 줄어들게 된다. 또 각국의 주식시장 관련법은 대체로 주식소유의 사회적 분산을 장려키 위해 상장 조건으로 개별 대주주의 지분을 일정수준 이하로 제한하는 조건을 두는 경우가 많다. 한국의 경우 코스피 시장에 상장하기 위해서는 소액주주 소유비율이 25% 이상이거나, 공모비율이 25% 이상이어야 한다. 이와 동시에 소액주주 1000명 이상의 조건을 갖출 것도 요구하는데, 이 같은 규정에 따라 주식시장에 처음 상장할 때 총수지분의 축소가 발생한다.

둘째, 이후 추가적인 사업 확장 과정에서 총수지분이 축소되게 된다. 기업은 사내유보금 등 자기자본만으로 부족할 경우 금융기관 대출, 유상증자를 통한 방식으로 긴급 투자자금을 모집한다. 이 경우 이자부담 때문에 금융기관 대출에만 의존할 수 없는데, 이에 따라 유상증자 방식을 채택할 경우 일반적으로 총수의 지분축소가 발생한다.

셋째, 기업을 주식시장에 상장할 경우가 아니더라도 재벌은 끊임없이 문어발식으로 자기 사업영역을 넓혀 가는데, 그것은 a. 생산-유통-판매 등 관련된 자본축적운동 전 과정을 장악하기 위한 목적, b. 총수의 기업지배구조를 보완할 목적 등을 갖고 있다. 이 경우 총수는 개인 소유 자본을 투자함으로써 그 같은 비상장기업을 직접 지배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총수자본을 분산시키는 결과를 낳게 되어, 앞서 모기업의 유상증자가 필요할 시에 이에 응할 수 있는 힘을 약화시킨다.

넷째, 재벌형식의 기업집단의 경우 모기업-子기업-손자기업의 형태로 한 기업을 이용한 다른 기업의 지배사슬이 끝없이 이어지게 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이리하여 전체 재벌 기업집단 내에서의 총수지분은 상대적으로 줄어들게 된다.

다음으로, ‘재산 상속’ 관련한 요인을 살펴보자. 재벌형식의 기업집단 내에서 총수일가의 지분이 지속적인 축소를 하게 되는 것은 총수 일대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며, 다음대로 이어지는 ‘후계승계’ 과정에서 더욱 첨예하게 발생한다. 왜냐하면 상속법에 따라 일정 분을 국가에 세금으로 바칠 수밖에 없기 때문인데, 한국의 경우는 30억 원 이상의 재산을 상속받을 경우 그 절반인 50%를 국가에 납부하게 되어 있다. 이 때문에 매번 후계 상속이 일어날 때마다 총수일가의 지분은 축소될 수밖에 없다. 한국 재벌은 지금 창업주로부터 ‘3대 경영’으로 넘어가는 단계에 와있다. 이 경우 두 차례의 상속과정을 거치게 되는 셈인데, 그 영향은 생각보다 크다. 예컨대 단순계산을 할 경우에도, 만약 창업주가 원래 50%의 지분을 가졌다고 한다면 2대 때엔 25%, 3대에 이르러선 12.5% 밖에 남지 않게 된다.

후계승계와 관련해서 또 한 가지 우리가 고려할 점은, 한국경제의 규모가 커지고 그것을 떠받치는 재벌 규모가 커질수록, 그리고 주식시장 상장을 통해 기업이 공개화 되고 주식 분산이 이루어질수록, 이에 비례하여 후계승계 작업의 어려움은 날로 커지게 된다는 사실이다. 그 때문에 이 같은 후계승계는 일찍부터 여유를 두고 장기적으로 진행되지 않으면 안 된다.(이는 그 만큼 기업집단 내 이윤유출도 장기간에 걸쳐 일상적으로 발생되게 됨을 뜻한다.) 예컨대, 삼성그룹 이재용의 경우 일찍이 1996년 그가 일본 게이오대학에 유학하던 무렵부터 이미 이 작업을 진행하였음에도, 최근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조작 사건이 다시금 불거진 것을 보면 아직까지도 후계승계 작업이 완료되지 않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총수의 경영권 강화와 후계승계를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한국 재벌들이 즐겨 쓰는 방식은, 총수일가가 관계회사를 차려 본사의 이윤을 체계적이고 장기적으로 빼돌리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관계회사를 통한 ‘일감 몰아주기’는 다음 세 가지 측면의 의미를 갖는다고 볼 수 있다. 즉 (1) 총수일가의 경제적 탐욕 실현 (2)총수일가의 그룹 전체에 대한 지배력 강화 (3) 후계승계가 그것이다.

현대차 역시 정확히 이러한 논리에 따라 행동하였다고 볼 수 있다. 그것은 현대차에서 후계승계가 이루어 질 때마다 새로운 ‘관계회사’가 부상하였다는 사실을 통해서도 확인될 수 있다. 현 현대차 회장인 정몽구는 모비스의 개인 최대 주주인데, 그는 그것을 통해 그의 부친 정주영으로부터 현대차에 대한 경영승계를 순조롭게 할 수 있었다. 모비스는 부품사업과 AS를 통해 급성장하였는데, 스스로 이들 기술들을 개발했다기보다는 사실상 하청 부품협력사들의 기술을 빼돌리거나 이들을 매수 합병하는 방식이 주였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에 더해 현대차를 통한 일감 몰아주기와 높은 납품단가 등으로 현대차의 이윤을 유출시킴으로써 급성장하였다.

이제 그의 아들인 정의선 대에 이르러선 조금 다른 방법을 쓸 수밖에 없게 되었다. 왜냐하면 이미 부품사업과 AS 분야는 그의 아버지가 대주주인 모비스의 주 업무이기 때문에 똑같은 업무의 관계회사를 두 개나 둘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글로비스라는 물류 전문회사를 따로 차려 이것으로 모비스와 비슷한 방식으로 현대차로부터 일감을 챙기고 그 이윤을 유출 하는 방식으로 급속한 성장을 이루었다.

이처럼 현대차는 원래 자신에게 귀속되어야 할 이윤의 상당부분을 총수일가가 관련된 관계회사로 지속적으로 유출시킨다는 측면에서 연구개발투자의 여력은 크게 줄어들게 된다.

우리는 현대차의 한전부지 매입과 관련한 현대차 경영진의 행동에 대해서도 상당부분 이 같은 시각에서 해석이 가능하다. 재벌구조 하에선 막대한 사내유보금이라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는 총수에게 큰 의미가 없다. 그것이 ‘자기지분의 확대’를 위해 쓰여 질 때라야 비로소 가장 큰 의미를 갖게 된다. 따라서 지분이 날로 왜소해지고 있는 총수로서는 사내유보금을 모기업의 발전을 위해서만 전면 투자하지 않는다. 기업집단 내에서 각 기업에 투자한 자기 지분의 이익을 먼저 고려하게 되며, 그를 통해 최종적으로 기업집단 전체의 통제력을 강화하는데 일차적인 관심을 둔다. 한전부지 매입사건은 이 같은 재벌의 생리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물론 이 사건은 연구개발보다도 업무용으로 위장한 부동산투자를 통해 손쉽게 돈을 벌려는 한국 재벌의 나약한 일면을 보여주는 측면이 강하였지만, 이것만이 다는 아니었다고 보인다. 당시 한전부지를 10조5천억 원으로 시가보다 3배나 비싼 돈으로 매입한 데에는 상당 정도 정권과의 검은 유착이 들어 있을 것이라는 주변의 관측이 많이 있다. 들리는 바에 따르면 현대 측이 박근혜에 대가로 요구했던 것은 현대제철의 경쟁사인 포스코에 대해 일정한 불이익을 주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현대제철은 아다시피 정몽구가 지배주주로 있는 회사이다.

어떻든 오늘날 현대차 경영위기를 논함에 있어 한전부지 매입사건은 결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부분이다. 당시 한전부지 매입가격 10조5천억 원은 그때 입찰에 참여한 현대차그룹(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3사) 전체의 동원 가능한 현금성 자산 25조5000억 원의 40%가 넘는 액수였다. 이처럼 막대한 돈을 주 업무가 아닌 엉뚱한 곳에 쏟아 부은 셈인데, 아무리 잘 나가는 현대차라도 그렇게 되면 정작 중요한 곳에 투자할 여력이 없어지게 된다. 이때부터 현대차의 몰락이 이미 결정되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다른 글로벌 경쟁사들이 차세대 기술을 위해 사활을 걸고 대대적인 구조조정과 막대한 연구투자비를 쏟아 붓고 있는 시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당시 한전 매입비를 살 돈이면 마침 그 무렵 매물로 나온 재규어-랜드로버(2조3000억 원), 볼보(2조1000억 원) 크라이슬러(4조4600억 원)를 모두 사고도 남았다. 고급 자동차 브랜드를 통해 현대차가 기술력을 키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친 셈이다.

그밖에도 이미 경영위기의 먹구름이 뒤덮기 시작한 2017년도에 현대차는 무려 1조800억 원의 배당을 했다. 이는 당시 현대차 개별 당기순이익의 42%에 해당하는 막대한 액수이다. 이로 인해 정 회장의 배당도 500억 원이 넘었으며, 정 부회장 역시 200억 원 이상을 받았다.

경영위기가 다가오는 상황에서 이렇듯 배당률이 높은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이들의 수입은 배당만 받는 것이 아니다. 2016년 정 회장의 연봉은 53억 원으로 글로벌 완성차 업체 최고경영자의 연봉 중에서도 상위그룹에 속하였다. 2017년 역시 업계 평균 수준 이상인데 정 회장에게는 47억원, 정부회장은 12.5억 원의 연봉이 지급되었다. 전년도보다 얼마간 감소하였지만 현대모비스에서도 이들은 각각 34억 원과 5.5억 원을 받음으로써 정 회장의 연봉 총액은 80억 원에 이르렀다. 이는 현대차보다 훨씬 잘 나가는 폭스바겐 경영 이사들의 퇴직연금을 포함한 연간 급여 평균액(성과급 제외)이 약 140만 유로(한화 약 18억 원)로 추정되는 것과 비교된다. 이 역시 단순한 총수일가의 탐욕만으로 해석될 수 없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

지금까지 살펴본 내용을 종합해 보면, 작금의 현대차 경영위기는 객관적 상황과도 일부 관련이 있지만, 주요하게는 재벌경영과 관련된 주체적 요인이 더욱 크게 작용하였다고 볼 수 있다. 그 점은 이하 네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첫째, 경영전략에 있어 세계시장의 ‘트랜드’를 읽는 데 실패하였다. 중국과 미국 양대 시장에 있어 SUV 유행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 그 대표적이다.

둘째, 리콜사태와 관련된 품질문제의 발생이다. 이는 근본적으로 부품협력사에 대한 수탈적 원-하청 관계 및 비정규직 양산을 통한 초과착취 방식을 수행하는 ‘신경영전략’과 관련이 있다.

셋째, 총수일가가 대주주로 있는 관계회사와의 내부거래를 통한 장기적인 이윤 유출의 발생이다. 이로 인해 현대차의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능력은 장기간에 걸쳐 현저하게 감소하였다.

넷째, 경영권 승계문제가 작용하였다. 이는 지금 현대차의 ‘주요모순’으로서 위기의 제반 측면에 영향을 주고 있다.

이상에서 첫 번째는 구조적 요인이 아니지만, 나머지 세 가지는 한국의 재벌문제와 관련된 구조적 요인이라 할 수 있다. (계속)

 

Redian, 12월 3일에 게재된 글입니다(필자는 공동게재에 동의함).

“현대차 위기, 어디서 비롯되었나?”의 1개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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