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주거복지 정책 부재 비판, 노동조합 연맹이 나서는 노동자 협동조합 주택 건설 촉구

양기철
협동조합 큰바위얼굴 이사장. 다른백년 이사. ICT 전산기술자. 중소제조기업 컨설팅. 경제학을 전공하였고, 철학서(세계철학사 2~3권) 대표번역과 '80년대 학생운동사' 대표집필을 하였다. 2014년 협동조합 큰바위얼굴을 설립하고 주된 사업으로 청년과 학생들의 주거공간을 마련해 주는 사업을 하고 있다. 현재 서울시나 국토부와 협력하여, 협동조합 임대주택을 보급하는 일을 협동조합의 최우선 사업으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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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기금만이라도 주거복지를 위해서 사용하여야 한다.

 

종로 국일고시원 화재에서 죽어간 사람들에 대해 우리사회는 어떠한 미안함을, 얼마나 가지고 있을까? 우리나라의 주거복지 정책이 현재와 크게 달라지지 않는 경우에서라면 이들이 월세 30만원짜리 인생으로부터 탈출하도록 도와줄 방법은 없어 보인다. 그렇지만 가난이 죄가 되어 불에 타 죽어야 하는 상황을 단지 사고로만 치부하기에는 너무도 참혹하지 않은가?

지금까지의 정부의 행보로 볼 때 이들이 조만간 고시원에서 탈출하게 될 것을 바라기는 어려울 것 같다. 왜냐하면 정부의 주택정책은 수요억제나 공급확대를 반복하더라도 근본적으로 주택을 상품으로만 보는 관점에 서있고, 중산층 입맛에 맞춤하게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주거복지 정책이라고 할 수 있는 공공주택조차 적어도 소득 5~6분위 계층을 위한 것이고 분양전환임대주택이 주를 이룬다. 분양전환임대주택은 공공임대주택이라고는 하지만 결국 자가주택으로 전환될 한시적인 주거복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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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주택기금 주요 사업은 주택전세 및 구입수요자 자금을 지원해 주는 사업이다.

세금정책이나 금융관련 조치들은 시장과 관련되어 있는 정책은 복지와는 직접연관이 없는 반면, 주택관련기금의 운영이 정부의 주거복지 정책을 표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실제 주택도시기금은 주거복지를 위해 배분되지 않고 많은 부분 엉뚱한 곳, 중산층을 위한 주택구입자금으로 사용되고 있다. 2017년의 경우 주택도시기금 21조1198억원 중 분양주택 구입과 전세자금 지원 융자가 7조9500억원으로 비중(37.6%)이 가장 높다. 나머지 임대주택에 쓰이는 14조2007억원 중 최소 30년 이상 운영되는 공공임대주택에는 28%만 배정된 반면, 임대료가 상대적으로 높거나 운영기간이 5~10년에 불과해 공공성이 떨어지는 민간임대주택(17.8%), 분양전환주택(12.5%)에 투입되는 기금이 30%가 넘는다. 주택을 복지의 대상으로 생각하지 않는 정책이다. 주택정책의 기조가 중산층의 자가 소유욕 충족과 경기 부양 등에 초점을 두고 있어서, 표떨어지지 않을 정도의 수단만을 강구하고 있는 것이라는 소리를 듣는 것은 이번 정부도 마찬가지이다. 문재인 정부는 스스로 작성한 2017년 주거복지로드맵에서 ‘LH 등 공공 사업주체의 경우, 사업성 개선을 위해 저소득층에게 30년 이상 임대하는 장기임대주택보다 분양전환형 임대주택에 치중했다’라고 고백하였다. 특히 취약계층을 위한 장기공공임대주택등의 건설을 계획의 50%정도밖에 진행하지 않았으면서 ‘중산층들이 집값 떨어진다는 민원을 제기해서’라는 핑계를 대고 있는 것을 보면 어쩌면 주택관련하여 정부의 정체성이 ‘한심한 관료와 정치꾼들’, ‘복지의 개념이나 철학이 1도 없는 강남사람’이라는 세간의 말이 틀린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에서 금수저와 흙수저의 갈림길은 부모의 재력, 주택과 상업용 토지와 건물들이다. 적어도 흙수저의 가난이 자신들이 못나서가 아니라 사회적 문제이고, 그 해결도 사회적인 책임이라는 인식에 동의한다면 정부 혹은 지자체가 나서서 이들의 가장 큰 생활의 문제, 주거복지문제에 대해 정말 뭔가 해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가 손을 놓고 있다면 그 다음으로는 노동조합, 사회단체 등이라도 나서야 하고, 그것도 아니면 최종적으로는 흙수저 스스로 나서서 자신들의 주거공간을 직접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노동조합 연맹들이 노동자들의 주거문제 해결을 위해 나설 것을 촉구한다.

 

서울시는 그나마 ‘사회주택’, ‘공동체주택’, 역세권2030청년주택‘ 등으로 주거복지 문제에 가장 관심을 많이 쏟고 있는 지자체이다. 여러 조례를 통해서, 주택기금과 예산을 동원해서 이들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위의 모든 주택들도 영구임대나 장기임대가 아니고 결국은 분양될 주택이며 임대로 사는 중에도 반전세 방식의 대단한 보증금이 필요하므로 흙수저, 정말 주거복지가 필요한 이들에게 기회를 주고 있는 것이 아니다.

앞서 말했지만 정부와 지자체가 나서지 않으면 노동자 단체, 연맹조직이 나서서 이일을 할 수 있지도 않을까? 청년주거 문제의 핵심인 청년노동자들, 예를들면 서울만해도 구로디지털, 가산디지털의 많은 청년들은 주거문제로 대단히 고통을 받고 있는데 이에 대해 민주노총이나 한국노총은 어떤 노력을 하고 있었을까? 서유럽이나 북유럽처럼 노동자를 위한 협동조합주택은 왜 우리나라에는 없을까? 한국노총은 반세기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고, 민주노총도 이미 30년가량의 긴 역사를 가지고 있는데, 노동자를 위한 대학도 하나 없고 노동자를 위한 주택도 없고, 그렇다면 어떤 자구적 시설과 장치들을 가지고 있을까? 혹시 우리나라의 노동조합 연맹조직들은 협동조합에 대해서 결코 가까이 해서는 안되는 조직으로 알고 있거나, (개별사업장, 혹은 임금문제에서만 전투적이다가 그곳을 벗어나면) 그 어떤 경제적 협동이나 사업을 하면 안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역사적으로 보면, 우리나라에서도 1920년대부터 노동자와 농민들을 중심으로 협동조합을 결성해서 현재까지 그 연장선상에서 활동을 하고 있다. 최초의 전국 규모 노동단체인 조선노동공제회는 1921년 우리나라 최초의 소비조합인 ‘조선노동공제회 소비조합’을 설립했다. 원산총파업을 주도한 원산노동연맹 역시 협동조합운동을 핵심사업으로 설정하고, 의료생협·공제조합·신용조합 등 거의 모든 형태의 협동조합을 활발하게 운영했다. 70년대 동일방직과 원풍모방·대한전선에서도 소비자협동조합 운동이 펼쳐졌다. 한국노총은 지원본부를 설치해 사업장의 협동조합 사업을 도왔다. 하지만 딱 여기까지, 87년 대투쟁 이후에는 어찌된 영문인지 아무것도 없다. 양대노총은 서로 싸우는 일에만 매진하고 개별 조합에서도 임금을 위한 (전투적) 경제투쟁, 전국단위에서도 임금이나 경제적 조건을 위해 (전투적) 투쟁에 집중하는 모습만 보여 왔다. 심지어 파업기금도 제대로 못 만들면서 전투적이다. 투쟁하다가 감옥에 가면 조직이 가족을 보살펴 줘야 하고, 소송에 져서 빚이 생겼다면 조직이 해결해 줘야지 되는 것인데, 그 기본적인 것이 안 되는 전투조직이 한국의 노총들이다. 죽자고 싸우는데, 잘 살자고 싸우는 것 같지는 않다?

최근에 대한민국조종사협동조합이라는 소비자협동조합이 생겼다는 것을 알았다. 조종사들의 휴식공간, 교류공간을 조종사노동조합이 중심이 되어서 만들었다고 한다. 바로 이런 것이 시작이다. 사업장 밖에서도 공동의 이해를 위해 조직을 이용하고 서로 잘 살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노동조합의 정신이고 협동조합을 하는 이유이다. 청년노동자들을 비롯하여 노동자들의 주거복지를 위해 노동조합연맹이 나서서 협동조합주택을 건설하는 일을 당장 시작할 것을 요청한다. 토지를 마련할 종자돈을 지원하고 정부에게 주택기금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라고 당당히 요구하라. 우리나라 주거복지의 로드맵은 정부가 아니라 복지의 수요자, 노동자 스스로 만들어가는 방법이 가장 빠를 것 같다.

서울에는 지하철역에 가까운 곳에 청년노동자들을 위한 임대주택을 짓고 지방에서는 공단 가까운 곳에 임대주택을 지어서 문화와 교육, 유휴공간을 포함한 공동공간이 충분한 협동조합 주택을 건설하자. 예를 들면 관악구의 금천경찰서 자리(경찰서는 금천구청 근처로 이전한다) 같은 곳에 500명 정도의 청년들을 수용하는 호텔식 주거시설을 만들자. 서울시 소유의 토지는 직접 매입하거나, 영구 임대하는 방식으로 하고 노동조합은 건물을 지을 특수법인을 만들고 건설 후에는 그 법인과 거주자협동조합이 함께 자산을 소유하는 방식으로 진행해 보자. 거주자들은 스스로 생활협동조합을 통해서 공동식사, 문화행사, 건강증진, 교육 등의 다양한 영역에서 자치를 경험할 기회를 가질 것이다.

최근 일간신문에 국토부가 전국의 공단 주변에 4만가구의 노동자주택을 건설하겠다고 하는 기사가 실린 적이 있다. 노동조합 연맹들은 이 기사에 대해서 아무런 감흥이 없었는가? 노동자 주택은 정부가 나서기 전에 노동조합이 먼저 해야 할 일이다. 그렇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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