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구조 개헌, 대통령보다 국회가 핵심

박용수
연세대학교 국가관리연구원 일반연구원이며 한국정치, 대통령제, 대통령리더십 등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한국의 대통령제와 연합정치', '한국의 제왕적 대통령론에 대한 비판적 시론' 등의 논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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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자문 국민개헌특별위원회의 개헌초안이 지난 13일 발표된 뒤 정치권을 중심으로 열띤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언론에 보도된 개헌안의 주요 내용은 대통령 4년 중임제, 대통령 결선투표제, 대선과 지방선거 시기 일치와 총선 시기의 2년 교차 등이고, 보도자료의 내용 첫 번째 제안은 선거제도 비례성 강화이다. 이외에 기본권 강화, 직접 민주주의 요소 강화, 자치분권 강화, 대통령 권한 분산, 국회 권한(법률안, 예산안 심사권) 강화를 위한 제안이 있지만, 여기에서는 앞의 권력구조 관련 개헌안의 예상되는 효과에 대해 간단히 생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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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 산하 국민헌법자문특위 정해구 위원장이 개헌 자문안 초안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달하고 있다(사진: 연합뉴스).

대통령 선거의 결선투표제 도입, 국회의원 선거에서 비례대표제 확대는 다당제 경향을 강화시킨다. 현재도 그렇지만 어느 한 정당이 국회 과반수 의석을 확보하기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대선과 총선 시점 2년 교차는 총선을 대통령에 대한 중간평가의 성격을 강화시킨다. 이것은 정부여당에게 불리한 총선결과를 초래하여, 상시적 여소야대 국회의 분점정부 가능성을 높인다. 다당제와 상시적 여소야대 국회에서 대통령은 국회의 동의를 얻기 위해 타당의 협조가 절실해지며, 안정적인 협조를 위해 연립정부가 필요하게 될 것이다.

반면 대통령 4년 중임제는 집권1기 동안 대통령의 집권당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시키는 조건이다. 대통령이 차기 대선에 출마할 수 있기 때문에 집권당은 대통령 중심으로 응집성을 유지하기 쉽다. 또한 비슷한 시기에 선거를 치루는 대통령과 지방자치단체장의 동반 당선 가능성도 대통령의 권력 안정성에 도움이 되는 요인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요인이 대선 결선투표제나 비례대표제 강화 효과를 상쇄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집권당내 차기 대권 후보자들은 당내 경선 승리가 힘들 때 탈당해도 생존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선거나 국회심의 과정에서 3, 4위 정당(후보)의 영향력이 강화된다. 연립정부 구성이나 국회협조를 위해 장관직, 일부지역 공천, 정책 혹은 특정 지역 예산지원 등이 거래될 수 있다. 연립정부 하에서 정당간 협상은 국회뿐 아니라, 행정부 내에서도 전개된다. 정책조정은 행정부처 간에도 필요하지만, 단일 정부에서 대통령은 최종 결정을 내릴 수 있다. 그런데 연립정부 내부의 조율이 되지 않는 경우 대통령은 연립정부 파트너 정당 대표에게 양보를 하든가, 아니면 레임덕을 감수해야 한다.

연립정부 구성 파트너는 선거결과에 기초하여 대통령과 정당 지도부 간 합의에 의해 결정된다. 그러므로 정치 지도자들은 후보단일화나 연립정부 구성 협상을 통해 유권자들로부터 자율성이 커진다고 볼 수 있다. 유권자들은 이러한 정치적 조건을 이해할 필요가 있고, 정치인들의 자율성이 커지는 만큼 이들의 책임성을 강화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집권당뿐 아니라 연립정부 참여 정당 그리고 야당 등 주요 정치 지도자들의 책임성 제고를 위한 대안이 필요하다.

현재의 정부개헌안은 국민들의 대통령제 선호와 진보진영의 비례대표제 선호를 조합한 것으로 보이며, 예상되는 효과는 미국보다 브라질의 권력구조에 가까울 가능성이 크다. 권력구조 측면에서 미국이 브라질보다 우월하다고 단정지을 필요는 없지만, 예상되는 효과를 고려할 때 브라질이 겪는 정치적 문제점과 미국 사례의 장점을 좀더 고려할 필요는 있다. 미국은 의회의 심의기능이 강한 사례라면, 브라질은 의회의 심의기능이 취약한 사례라고 볼 수 있다. 브라질의 경우 행정부의 입법권이 강하고, 의회는 이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경향이 강하다.

입법교착이 정쟁의 수단보다 숙의의 계기로 활용될 수 있어야

또한 미국 정치에서 우리가 참조할 필요가 있는 것은 대통령 권력보다 연방의회의 심의과정이다. 미국도 최근 정치적 양극화와 입법교착상태가 심화되었지만, 연방의회는 한국 국회에 비해 숙의에 충실하다. 대통령제에서 입법교착상태는 딜레마이지만, 다른 한편 이것은 야당이 입법부를 통해 정부를 견제하는 방법이자, 국민들의 입법심의에 대한 관심과 참여를 제고시키는 계기이기도 하다. 입법교착이 정쟁의 수단으로 활용되기보다 숙의의 계기로 활용될 수 있는 제도적 방안이 필요하다.

정부개헌안 보완을 위해 제안하고자 하는 것이 국회의원 임기 2년제이다. 4년에 비해 2년 주기 총선은 정치인에 대한 유권자의 통제와 유권자에 대한 정치인의 책임성을 제고할 수 있는 기본적인 방법이다. 또한 2년 임기는 총선을 한번은 대선과 비슷한 시기, 다른 한번은 대통령 중간평가의 시점에서 실시하게 되어, 상시적 여소야대 분점정부의 입법교착상태를 완화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국회 임기 2년은 여소야대 하에서 정당간 합의가 중단되는 경우, 대통령의 리더십으로 입법교착상태를 돌파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두는 의미를 지닌다.

현재의 개헌 논의는 대통령의 권한 측면으로 편향되어 있다. 이 글에서 다루기는 힘들지만 한국의 제왕적 대통령론은 제도적 권한과 이를 벗어난 권력행사를 구분하지 않은 채 그 대안을 개헌으로 연결시킨 것이다. 대통령의 무절제하고 무책임한 권한행사는 제도적 요인보다 안보와 성장 위기라는 과거 담론이 국회와 언론의 견제와 비판 기능을 마비시킬 때 강화된다. 역으로 국회와 시민사회에서 숙의가 존중되고 언론이 이를 뒷받침할 때 대통령의 제왕적 권한행사는 통제되고, 국회 신뢰가 제고되어 한국 민주주의 질적 수준이 진전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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