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거짓말이었으면…”

김탁환, 『거짓말이다』(북스피어, 2016) ‘독후감(讀後感)’

홍일표
더미래연구소 사무처장 겸 대구대 겸임교수. (사)다른백년 논평기획위원. 서울대 사회학 석, 박사. 참여연대 간사, 희망제작소,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원, 국회보좌관 등을 거치며 ‘이론’과 ‘실무’를 겸비. 최근 ‘다른 정치’, ‘새로운 정치’의 길을 모색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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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했다. 읽기도 너무나 힘들었는데 감히 쓰겠다고 하다니.

더군다나 이 책에 대한 ‘서평(書評)’을 말이다. 만약에라도 이 글이 마무리되고 다른 이에게 읽히는 데까지 성공한다면 그것은 ‘서평’이 아니라 ‘독후감(讀後感)’으로 불리는 게 적당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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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탁환은 세월호의 정직한 목격자가 되기로 결심했고, 그것을 이 책으로 기록했다. 이 책에서는 우리가 알지 못했던 그날의 잠수사들의 고통이 생생하게 묘사돼 있다.

고통스러운 책읽기

대학에 입학한 이후 수많은 서평을 써 왔다. 책을 읽고 내용을 정리하고 저자와 책에 대해 분석과 평가를 내리는 게 일이었고, 또 즐거웠다. 전공이었던 사회과학서적에 대해서만 아니라 각종 문학작품에서부터 영화에 이르기까지 거침없이 ‘평’을 했다.

시험을 대신해 내야했던 과제물이 아닌 경우라면 그저 내 생각을 적었던 것이니 거칠 것이 없었다. 그것의 형식을 ‘서평’이라 하건 ‘독후감’이라 하건 그 역시 별 상관이 없었다. 다만 다 커서 독후감을 썼다고 말하는 게 쑥스러웠을 뿐.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거짓말이다』에 대해선 ‘서평’이 아니라 ‘독후감’을 쓰는 것이 맞을 듯하다. 이 책에 대해서는 ‘평(評)’ 아니라 ‘감(感)’을 말하는 게 훨씬 더 적절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것은 내가 김탁환 작가의 오랜 팬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드라마로 제작되어 큰 인기를 끌었던 『불멸의 이순신』은 읽어 보지 못했지만 그의 작품 대부분은 나오는 족족 사서 읽을 정도로 좋아하는 작가가 김탁환이다.

십 여 년 전 박사논문 쓰느라 정신없던 시절 우연히 대학도서관에서 접했던 『방각본 살인사건』을 시작으로 『열녀문의 비밀』, 『열하광인』을 열일 제쳐 놓고 읽었다.

그 뒤 『밀림무정』을 읽던 순간의 짜릿함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혜초』, 『노서아 가비』, 『리심』, 『나, 황진이』, 『허균, 최후의 19일』, 『서러워라, 잊혀진다는 것은』까지 찾아 읽었다.

조금은 색깔을 달리 하는 작품인 『뱅크』와 이원태 작가와 함께 쓰는 무블시리즈 『조선 누아르 : 범죄의 기원』, 『조선마술사』, 『아편전쟁』까지 모두 읽었다. 『혁명, 광활한 인간 정도전』 또한 빼놓지 않았다.

언제쯤 그의 신작이 나올까, 이번에는 어떤 사건이 다뤄질까 내심 궁금해 한다. 말 그대로 ‘시공(時空)’의 경계를 맘껏 넘나드는 작가의 상상력과 성실함, 무엇보다 ‘역사와 인간’에 대한 깊은 천착은 내 소설읽기 취향에 가장 어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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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온다던 아이들은 아직도 돌아오지 못했다. 왜 돌아오지 못했는지, 누구의 책임인지에 대해 우리는 아직 아무 것도 제대로 알지 못한다.

그러던 중 작년 봄 『목격자들 : 조운선 침몰 사건』이 출판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이명방과 김진이 등장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바로 사서 읽어야 했다. 금방 알아챌 수 있었다. 이것이 실은 세월호 이야기라는 것을.

2권 마지막에 실린 ‘작가의 말’에 따르면, 작가는 2014년 5월 중순부터 이 책을 썼다고 했다. 그 전 한 달 동안은 아무것도 쓰지 못했고, 예정된 다른 이야기들은 모두 덮었다고 했다. 김탁환은 ‘작가의 말’을 “우리는 구경꾼이 아니라 목격자가 되어야 한다”며 맺었다. 솔직히 말하겠다. 그때까지도 ‘세월호’가 김탁환 작가에게 얼마나 강렬한 의미일 줄 잘 몰랐다.

‘목격자’의 기록

다시 1년 반이 흐른 2016년 7월 『거짓말이다』가 출간되었다. 나는 그 책을 8월 11일에 샀다. 평소보다 조금 늦은 셈이다. 이번에는 어떤 내용인지, 누가 주인공인지, 그 주인공의 실제 주인공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미리 알았다. 읽고 싶어서 샀지만, 읽어야만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산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책읽기가 이토록 어려울 줄 몰랐다. 더군다나 내가 그토록 좋아 하는 김탁환 작가의 ‘장편소설’인데 말이다. 몇 번을 멈췄고, 몇 번을 덮었다.

나경수 잠수사의 일거수일투족과 한마디한마디는 나를 찌르고, 때론 베었다. 슬프고 아팠고, 불편했고 미안했다. 2014년 4월 16일, 그날 이후 지금까지 입버릇처럼 “잊지 않겠다”고 말했고, 습관처럼 “진실을 인양하라”고 외쳤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구경꾼’에 불과했음을, ‘목격자’가 되지 못했음을 아프게 자각했고, 자인해야만 했다.

작가는 그의 다짐대로 ‘목격자’가 되어 있었다. 이 책은 분명 소설이지만 목격담이고, 증언록이다.

그간 『금요일엔 돌아오렴』을 비롯해 『세월호, 그날의 기록』, 『416세월호 민변의 기록』 등 적지 않은 기록과 자료, 분석들이 책의 형태로 계속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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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는 다양한 방식으로 기억되고 있다. 이러한 집단기억법에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는 더 다양하고, 더 집요하게 그날의 일을 기록하고, 기억해야 한다.

정부와 여당의 온갖 방해에도 불구하고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는 세 차례에 걸친 청문회를 열었고, 그를 통해 조금씩이나마 진실에 다가 가고 있다. 『거짓말이다』 역시 그런 사회적 노력 가운데 하나임에 틀림없다. 이미 밝혀진 사실들만으로도 세월호의 침몰과 그 이후는 결코 단순한 ‘사고’라고 말할 수 없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최소한의 ‘상식적 기대’는 온갖 ‘비상식적 이유’로 인해 망가졌고, 갖가지 ‘몰상식한 태도’에 의해 무너졌기 때문이다. 그날 이후 지금까지 무엇 하나 제대로 변한 것이 없으니 ‘세월호 이전’은 있어도 ‘세월호 이후’는 어쩌면 아직 시작되지 않은 셈이다.

우리가 몰랐던 잠수사의 고통

지금까지 우리가 몰랐던, 어쩌면 상상하기조차 어려웠던 ‘바다 밑’ 그리고 ‘세월호 안’의 모습을 생생히 볼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이 책은 소중하다.

그곳의 유일한 목격자들, 잠수사의 눈과 손, 입을 빌었기에 가능했다. 작가는 김관홍 잠수사가 지난 3월 ‘416의 목소리’ 팟캐스트 녹음실로 오지 않았다면, 그리고 그의 목소리를 그날 듣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는 나오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거짓말이다’라는 제목도 김관홍 잠수사가 가장 많이 한 말이었다고 한다. 실제로 최근 열렸던 3차 청문회에서 민간업체 언딘의 대표는 당시 민간잠수사들이 도면 한 장 없이 구조에 임했다고 증언한 바 있다.

‘소설’ 『거짓말이다』에서 나경수 잠수사의 입을 빌어 얘기한 ‘거짓말’ 같았던 바다 밑 상황은 모두 ‘사실’이었다. 그리고 정녕 ‘거짓말’처럼, 김관홍 잠수사는 지난 6월 17일 세상을 떠났다. 아니 우리 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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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이다’에는 그날 맹골수도로 뛰어들었던 잠수사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지난 6월, 세월호의 고통 속에서 숨진 김관홍 잠수사의 모습(오른쪽 사진).

『거짓말이다』는 영웅담이 아니다. 주인공 나경수 역시 온갖 어려움을 무릅쓰고 수많은 시신을 찾아내는데 성공한 ‘베테랑 잠수사’로만 묘사되지 않는다.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되었던 류창대 잠수사 역시 ‘흔들림 없는 리더’가 아니었다. 류창대는 말한다.

“맹골수도에서 함께 일한 잠수사들은 얼마든지 다시 일할 준비가 되어 있네. 하지만 지금 이 상태라면 내가 말리고 싶어. 우리에게 명령을 내린 자들이 변하지 않고 그대로라면, 잠수사가 죽고, 잠수사가 병들고, 잠수사가 누명을 뒤집어쓰고 법정에 서는 일이 되풀이될 거야. 난 그게 두렵네. 정말 두려워.”

나경수 잠수사의 괴로움과 두려움 역시 소설 곳곳에서 확인된다. 현실의 김관홍 잠수사도 다르지 않았을 테다. 그러나 그들이 아니었다면 우리는 바다 속 진실을 볼 수 없었고, 바다 위 진상을 알 수 없었다.

소설 속 윤종후와 종후 아빠의 ‘그런 첫 만남’도 이뤄질 수 없었을 것이다. 누군가에게 그들은 이미 ‘다른 영웅’이었던 셈이다.

영원히 돌아오지 않은 ‘금요일’

얼마 전 고등학생 딸아이가 수학여행을 다녀왔다. 수요일에 떠났다가 금요일에 돌아 왔다. 2014년 4월 16일도 수요일이었다. 세월호를 탔던 아이들도 금요일에 돌아온다고 했다.

그런데 그 아이들은 2016년 9월 9일 금요일까지 돌아오지 못했다. 금요일은 너무 많이 지나갔지만, 금요일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아이들의 미귀(未歸)는 여전히 거짓말 같은 현실이다.

늦어도 7월에는 인양된다고 했던 세월호는 9월에도 여전히 바다 속 그대로이다. 정부와 여당은 세월호특조위를 없애려 하고, 세월호 선체는 쪼개려 한다. ‘시신’과 ‘진실’ 중 하나를 선택하라며 윽박지른다.

“이게 정녕 나라인가?”, “국가란 무엇인가?”에 대한 끝 모를 불신과 회의만 더더욱 깊어진다. 청문회에 나와 진실을 말해야 하는 자는 증언을 거부하고, 청문회에 나와 진실을 말하려 했던 이는 우리 곁을 떠났다.

“절대 국민을 부르지 마라”

칼보다 더 날카로운 말의 상처를 그의 온몸에 남긴 채 김관홍 잠수사는 떠났다. 그는 작년 국정감사에 나와 “어떤 재난에도 국민을 부르지 말고 정부가 먼저 알아서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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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청문회에서 고 김관홍 잠수사는 진실을 은폐하려는 사람들의 비양심과 무관심에 울분을 토로했다. 그리고 다시는 “국가가 개인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말라”고 했다. 그가 한 일이라고는, 누가 부르지 않았는데도 그날, 그곳 바다로 달려간 것이었다. 그것으로 그는 고통을 겪었고,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만큼 분노했고, 좌절했고, 아파했다. 작가는 『거짓말이다』가 김관홍 잠수사의 ‘유서’가 될 줄 몰랐다고 했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그의 아픔과 괴로움을 뒤늦게나마, 조금이나마 알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김탁환 작가도, 김관홍 잠수사도 『거짓말이다』가 그‘만’에 관한 것이 아니라 그‘들’에 관한 얘기로 기억되길 바랄 것이다.

작가는 요청했다. “뜨겁게 읽고 차갑게 분노하라.” 나는 응답한다. “힘들게 읽었고, ‘함께’ 분노하겠다.”

김관홍 잠수사가 좋아하고 즐겨 썼던 말이 ‘함께’라 했기에. 종후 아빠 윤태식은 광화문 거리에서 물대포를 맞으며 나경수에게 이렇게 말했다. “잠수사님, 가만히 계세요. 제가 막겠습니다. 지켜 드리겠습니다.”

그들은 소설 속에서, 현실 속에서 서로에게 힘이 되었다. 작가는 그것을 기록했고, 우리는 그것을 기억한다.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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