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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주의 경제학의 두 번째 결함은 제도적 상상력의 빈곤이다. 이러한 빈곤의 가장 중요한 형태는 이 경제학이 시장경제의 제도적이고 법적인 형태에 대해 품고 있는 가정들을 고려한다. 한계주의 경제학이 그 가장 엄격한 형태에서도 시장의 제도적 형식에 대해 침묵하지 않은 경우에는 이러한 경제학은 자신이 다루고 있는 경제에서 발전하였거나 지배적 지위를 차지하게 된 특수하고 역사적으로 우연적인 일련의 시장 안배들과 시장의 관념을 그릇되게 동일시한다.

우리는 시장질서의 제도적 형태를 어떻게 다루는지를 기준으로 세 가지 유형의 포스트-한계주의 경제학을 구별할 수 있다. 첫 번째 유형을 순수경제학으로 부르자. 순수경제학은 시장의 제도적 형태에 대해 불가지론적인 태도를 취하고 자신이 발언하고 제안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이와 같은 불가지론에 대해 대가를 지불한다. 두 번째 유형의 근본주의 경제학과 세 번째 유형의 모호한 경제학은 북대서양 국가들의 역사에서 진화한 사법과 경제적 안배들과 시장의 관념을 부당하게 동일시하는 또 다른 형태들이다. 두 번째 유형은 명백하고 공격적으로 동일시하고, 세 번째 유형은 확신이나 일관성을 결여한 채 그렇게 한다. 이 이야기의 주요한 교훈은 단순하다. 한계주의에 의해 창조된 경제학은 순수하고 (설명과 제안의 능력에서) 무능하거나 혹은 유능하고 (시장의 관념과 시장경제의 특정한 제도적 형태를 부당하게 동일시함으로써) 타협적이다.

초기 한계주의자들과 그들의 가장 비타협적인 후계자들에 의해 지지된 순수경제학은 제도적 가정에 대한 모든 약속을 회피한다. 희소성의 조건 하에서 경쟁적 선택의 절차는 어떤 분산적 경제나 시장경제에 구현될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 순수경제학은 20세기 중반에 펼쳐진 논쟁 결과에 따라 중앙통제경제에 의해 모방될지도 모른다. 순수경제학은 이익극대화를 추구하는 합리성과 특정한 제도적 안배를 동일시하는 데에 무관심하듯이 시장경제의 대안적 형태들을 상상하는 데에도 무관심하다. 이러한 엄격성으로 인해 순수경제학은 내가 다음에 기술하는 경제학의 경우에 해당하는 두 종류의 과오를 면하게 된다. 그러나 같은 이유로 순수경제학은 기성의 경제적 제도들을 설명하거나 그 대안을 모색할 수 있는 수단을 스스로에게서 박탈한다. 순수경제학이 자신의 엄격성에 대해 치른 대가는 설명적 프로그램의 부재이다.

근본주의 경제학은 사법과 그 안에서 통일적인 재산권과 쌍무계약을 중심으로 한 19세기 재산법과 계약법에 의해 가장 충실하게 표현된 특정한 제도적 체계와 추상적인 시장개념을 동일시한다. 그 가장 명료한 이론적 정식화는 하이에크가 20세기 중반에 가장 포괄적으로 전개한 견해였다. 그 견해는 “자유롭고 동등한 행위자들 간의 자생적인 교환은 자동적으로 똑같은 시장질서를 발생시킨다.”는 것이다.186 우리는 시장에 기반한 경쟁적인 교환관행에 대한 정부의 간섭이 자생적인 조정의 본질적 구조에 대한 이러한 자연스러운 회귀성을 중단시키거나 왜곡시키는 것을 막기만 하면 된다. 이와 똑같은 믿음이 시장은 시장이고 계약은 계약이고재산은 재산이라는 실무경제학자의 확신 속에 다소 불명료하지만 매우 집요하게 생존한다.

150년의 법분석은 그 반대가 참이라는 점을 보여주었다. 19세기 중반부터 20세기 말까지 법학자들은 종종 그들의 의도와 기대에 반하여 시장 관념의 법적, 제도적 불확정성을 발견하였다. 그들은 계약, 재산, 나아가 시장교환의 체제의 여타 측면에 대한 일반적인 견해들을 세부적인 규칙, 기준, 원리 및 관행으로 변형할 때마다 선택지들(구체성의 사다리를 타고 내려가는 데에 있어서 다양한 방식들)이 존재한다는 점을 알았다. 그러한 대안들은 경제적 이익의 분배뿐만 아니라 생산과 교환의 안배들을 형성한다. 달리 말하면, 그러한 대안들은 시장경제의 분배적인 결과뿐만 아니라 시장경제의 구성과도 관련된다.

분산적 경제질서의 상세한 법적 조직으로 향하는 다양한 경로의 선택지들은 이해관계의 갈등과 비전의 갈등뿐만 아니라 변화의 각 방향의 결과에 대한 상충하는 가정이나 추측 간의 갈등에 의존하다. 우리는 추상적인 시장 관념에서 또는 심지어 제도적이고 법적인 세부사항의 사다리의 다음 더 높은 단계에서 갈등의 해법을 이끌어냄으로써 그러한 분쟁을 해결할 수 없다.

두 번째 근본주의 테제는 두드러진 결론을 내포한다. 이 테제는 생산의 제도적 구조틀을 다시 상상하고 다시 구성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배제한다. 바로 그와 같이 제도적 구조틀을 다시 상상하고 재구성하려는 시도는 지식경제를 확산시키고 심화시키는 데에 필수적이다. 사실 그러한 재상상과 재구성은 생산의 특성 및 가장 선진적인 생산방식의 특성에서의 중요한 변화에 불가피한 것으로 입증된다. 경제적, 기술적 요인들은 형성적, 제도적 맥락에서 작용한다.

근본주의 테제는 희석된 형태이든 순수한 형태이든 계속 영향력을 발휘한다. 그 희석의 사례는 경제정책과 경제조직에 관해 보편적으로 적용 가능한 일련의 실천적 원칙이 존재한다는 견해다. 그러한 원칙들은 순수경제이론과 상세한 제도설계의 중간에 있는 사고층위를 차지한다. 그러한 원칙들은 순수경제이론에 의해 뒷받침되고 다양한 형태의 상세한 제도설계와도 양립가능하다. 그 목적은 일련의 최고 관행들과 제도들(북대서양 부국들에서 높이 평가되는 제도들)로의 제도적 수렴의 교리에서 보듯이 독특한 제도적 프로그램의 근본주의적 방어를 위해 투쟁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목표는 또한 제도들의 설계에 대한 포스트-한계주의 경제학의

실천적인 가치를 증명하는 것이다.

우리는 근본주의적 견해의 약점을 약화시키는 것으로는 그 약점을 탈피하지 못한다. 우리가 한계주의 경제학의 순수한 방법이나 관념들과 순수한 경제분석에 외부적인 사실적 약정들, 인과적 이론들, 규범적 공약들을 결합하지 않는다면 그러한 방법이나 관념들은 제도적 재구성에 대한 어떠한 실천적 지침도 전혀 탄생시킬 수 없다. 나아가 자칭 보편적인 적용 가능성을 향유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원칙들은 그와 같은 특권을 보유하지 못한다. 그러한 역할을 수행할만한 몇 가지 지침 후보들을 고려해 보자.

투자자에게 투자수익을 보장하기 위해 재산권과 거래안전을 중시하라. 그러나 어떤 구조적 변화도 기득권을 전복할지 모른다. 시장에서 기존참가자들의 권리는 신규진입자들의 필요와 상충된다. 나아가 재산은 사회의 자본재와 생산의 자원과 기회에 대한 접근을 세세하게 조직한 것에 대한 이름에 불과하다.

화폐를 건전하게 유지하고 합당한 인플레이션에서 명목적 화폐수요의 증가를 초과하는 유동성을 창출하지 말라. 그러나 현재 정부, 은행, 중앙은행 간의 부수적인 권력분립을 고려할 때, 통화공급의 관리는 (관련된 미국법이 분명히 인정하는 바와 같이) 여러 가지 목표들을 따른다. 중앙은행은 불경기에는 통화공급을 확대하고 호경기에는 감소시키면서 경기순환에 대응하며 통화를 관리할 수도 있다. 혹은 국가발전의 반란적인 전략을 더 훌륭하게 착수하기 위해 자본시장의 이익과 선입견에 대항하려는 정부의 욕망은 경기순환에 대응하는 정책을 자극하는 사유들을 극복할지도 모른다.

국가는 금융적 신뢰에 영합하기보다는 의존하지 않기 위하여 긴축재정을 실천할 근거를 가질지도 모른다. 우리는 통화논쟁에 관한 하나의 입장을 포스트-한계주의 경제이론에 내재된 어떤 일반적인 원칙에서 이끌어낼 수 없다. 우리는 특정한 상황에서 서로 다른 정책과 안배들의 가능한 결과들에 대한 일련의 추측이나 이론과 정치적, 경제적 프로그램을 결합하는 경우에만 하나의 입장을 형성할 수 있다.

재분배적 권리를 의도하는 빈곤한 수혜자들에게 가능한 한 가까이 겨냥하라. 그러나 유럽의 사민주의자들과 미국에서 집권한 진보파들의 경험은 그 반대를 보여주었다. 정치와 경기의 순환들에서 하방 움직임의 압력에 대처하려면 재분배적 의제는 고립적인 극빈자 집단보다는 노동하는 보통 가계들에게 혜택을 주어야만 한다. 포스트-한계주의 방식의 순수한 경제분석은 일련의 상식적인 편견에 지나지 않은 표적 접근방식을 추천하지 않는다. 실제 경험은 사민주의자들과 진보파들의 평판을 떨어뜨린다.

경제이론의 제도적으로 공허한 명제들과 소위 보편적인 제도적 설계원칙들의 형태를 취한 특정한 제도적 안배들에 대한 공약 사이에서 안정적인 중도적 입장을 발견하려는 시도는 실패한다. 우선 제도적으로 공허한 명제들은 제도적인 결과를 생성시키지 않는다. 소위 보편적인 지침들도 제한된 역사적 경험들과 논쟁적인 정치적 목표들을 통해 고무된 주먹구구 규칙일 뿐이다. 포용적 지식경제의 발전에 필요한 혁신과 같은 중요한 제도적 혁신들은 그러한 주먹구구 규칙을 무시하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한 시대의 상식은 그보다 앞선 시대에나 그 다음 시대에는 논쟁의 여지가 있는 철학일 뿐이다.

세 번째 모호한 경제학은 그 경제학이 원리에서는 결정적이라고 인정하지만 분석적 제도적 실제에서는 무시하는 바로 그 제도적 배경 아래서 경제생활의 규칙성을 수립하려고 시도한다. 이러한 경제학의 관행적인 적용 영역은 거시경제학이었다. 모호한 경제학자는 고용과 인플레 수준들과 같은 대규모 경제적 총계치들 간의 법칙적인 규칙성들을 확립하기 시작한다. 그 한 예로서 필립스곡선187의 관념은 실업율과 인플레이션율 사이에 안정적이고 수량화 가능한 관계를 보여준다. 통화정책 및 다른 정책들이 실업률을 “자연실업률”188 이하로 떨어뜨리면, 인플레이션이 야기될 것이다. 그 규칙성들은 법칙으로 나타날지도 모른다. 경제학은 이러한 규칙성을 발견함으로써 인과과학으로 전환될 수도 있다. 반면 순수경제학은 인과과학이 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근본주의 경제학은 확실히 인과과학이 될 수 없다.

모호한 경제학은 안정적이거나 불변적이라고 간주하는 제도적 가정들과 무관하게 그러한 규칙성을 통상적으로 연구한다. 이에 대한 비판가는 실업과 인플레이션 간의 소위 법칙적인 관계를 도표화하는 필립스 곡선상의 규칙성과 같은 규칙성들이 매우 다양한 상세한 제도적 안배들에 의존하고 있다는 반론을 제기할 수 있다. 소위 규칙성들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이러한 배경의 어떤 요소를 바꾸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필립스 곡선에서 보자면 형성적, 제도적 안배들은 예컨대 노동법 체제와 이러한 체제가 유지하는 노조의 조직 유형, 실업보험의 성격과 수준, 통화정책을 수립할 권한의 배정과 범위 등과 관계를 가진 안배들을 포함할 수도 있다. 그러한 설명에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 경제생활의 제도적 체제는 자본주의나 시장경제와 같은 추상적 관념들에는 결여되어 있는 세부사항들로 규정되어야만 한다. 세부사항들은 가변적이고 또한 지속적인 논란과 갈등의 대상이기 때문에 우리가 그러한 형성적 구조들을 불가분적 체계나 사회경제적 조직의 회귀적 형태로 착각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모호한 경제학자는 제도적 배경에서의 모든 변화가 자신이 발견했다고 주장하는 규칙들의 법칙적인 성격을 박탈하면서 이러한 규칙들을 훼손할 수 있다고 양보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러한 배경이 오늘날 북대서양 국가들에서 그렇듯이 실제로 비교적 안정적이라면 이러한 경제학자는 분석적이고 설명적인 작업에서 이러한 양보를 고려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계속해서 모호한 경제학을 수행할 것이다.

순수하고 근본주의적이며 모호한 경제학들의 결함을 극복할 수 있는 경제적 분석관행은 일상적인 경제활동과 경제적 제도들의 관계에 경제이론이 접근하는 방법을 바꾸어야 한다. 이러한 분석관행은 생산과 교환의 현상과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는 제도적 이데올로기적 맥락(구조)뿐만 아니라 이러한 구조가 상상되고 형성되고 새로이 상상되고 형성되는 방식 간의 관계에 그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순수하고 근본주의적이고 모호한 경제학들은 모두 이러한 척도를 만족시킬 수 없다. 이러한 경제학들은 구조적 통찰의 필요성을 회피하는 세 가지 방법을 제공한다.

 

지식경제, 체제 전반으로 확산하라,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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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경제의 도래

저자 : 로베르토 M. 웅거 (ROBERTO M. UNGER) / 역자 : 이재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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