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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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큰 광장에서 우리 다시 만날 그날을 기다립니다

제가 이 <국회개혁 보고서>를 처음 쓸 때 아내는 췌장암으로 항암 투병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시리즈 글을 써가던 도중에 아프게 이 세상을 떠나갔습니다. 제 목숨보다 더 소중했던 사랑하는 아내는 그렇게 슬프고 또 슬프게 떠났습니다. 저는 이 세상에 아무런 바람도 미련도 의미도 없어졌습니다. 모든 것을 내려놓았습니다.

죽음과도 같은 시간이었습니다. 솔직히 지금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저 허무입니다. 당분간 생각을 많이 하지 않으려 합니다. 그렇게 되면 도저히 살아갈 수 없으니까요.

 

이 절망과 허무 속에서, 눈물을 삼키며 걸어갑니다

우리의 삶이란 정말 덧없습니다. 모든 것이 찰나이고 결국은 사멸합니다. 다만, 거꾸로 생각해보면 그렇게 생명을 부여받고 이 세상에 태어나 숙명처럼 가야 할 길이 있습니다. 부질없고 의미 없을지라도 우리가 숨을 쉬고 있는 한, 마음속에 끝없이 흘러내리는 눈물을 삼키며 그저 걸어야 합니다. 비록 거짓과 사기와 기만이 판을 치는 세상, 탐욕의 홍진(紅塵)으로 가득 찬 속세일지라도 그리고 심각해지는 기후위기로 내일 인류의 마지막 날을 맞을지라도, 우리는 오늘 해야 할 일이 있고 몸을 일으켜 앞으로 나가야 할 길이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믿고 싶습니다.

2016년, 저는 우리 사회에서 검사와 판사가 법을 왜곡해 적용시키는 불법행위에 대해 법 왜곡 죄를 신설해 처벌해야 한다는 글을 프레시안에 기고했습니다. 그리고 노회찬 의원이 그 글을 보고 제게 연락하면서 국회에서 노 의원 주최의 법 왜곡 죄 토론회가 개최되었습니다. 그 자리에 무죄 변론으로 유명한 박준영 변호사가 발표자로 나왔습니다. 토론회를 마친 뒤 점심도 같이 하고 차도 마셨습니다. 초면이었지만 금방 친해져서 스스럼없이 대화를 나누던 중 제가 박 변호사 같은 분이 국회의원 해야 되겠다는 말도 했습니다. 전혀 자격도 능력도 없는 사람들이 지금 국회의원 한다고 이렇게 엉망이 되었으니 박 변호사 같은 훌륭한 사람이 하는 것이 낫겠다는 일반적인 마음에서 말한 것이었죠.

집에 돌아와 아내에게 이 이야기를 했습니다. 아내는 제가 실수했다고 말했습니다. 자기 자리에서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많아야 우리 사회가 좋아지는 것이지 그런 사람들이 모두 국회의원이 된다고 해왔기 때문에 우리 정치가 오늘 이런 모양이 되지 않았냐고 했습니다. 저는 아차 했습니다. 그리고 바로 잘못을 인정했습니다. 이 이야기를 하다 보니 더욱 아내가 그리워집니다. 그렇게 우리는 너무 좋은 지기(知己)고 동지였는데….

 

노력하는 시민들이 많아지면 국회도 변할 것입니다

오늘 우리 사회 개혁의 열쇠는 바로 국회라는 점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동의합니다. 하지만 지금 국회는 과연 국회의원이 어떠한 일을 수행해야 하는지의 ‘기본’에서 이탈하고 의원으로서의 ‘본업’은 방기한 채 오직 출세의 과시와 군림만이 두드러질 뿐입니다. 그저 상대방에 대한 비방과 정쟁이 마치 자신의 직무인 것으로 착각합니다. 시민들에 의해 선출되어 시민의 공복(公僕)인 관료들을 견제, 감시하고 나아가 현 관료지배 사회구조를 개혁해나갈 시대적 임무가 부여되어 있지만, 거꾸로 관료집단에 철저히 의지하면서 사실상 그 하부구조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오늘 양식 있는 모든 사람들이 국회를 손가락질합니다. 그렇지만 국회는 도통 모르쇠일 뿐, 도무지 변할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출처 : 한겨레

어떠한 안하무인 철옹성의 권력이라도 결코 영원할 수 없습니다. 물론 스스로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끈기 있게 노력하는 시민들이 많아지면 언젠가 바뀔 것입니다.

저는 이 <국회개혁 보고서>에서 노력하는 시민의 대열에 자그마한 보탬이 되고자 했을 뿐입니다.

그간 2년 가까이 오랫동안 격려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모든 분들의 건강을 기원하며, 더욱 큰 광장에서 환한 얼굴로 따뜻한 미소로 다시 만날 것을 기대합니다.

 

소준섭

소 준섭

전 국회도서관 조사관, 국제관계학 박사. 저서로는 『광주백서』, 『직접민주주의를 허하라』, 『변이 국회의원의 탄생』, 『사마천 사기 56』, 『논어』, 『도덕경』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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