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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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인류가 지닌 과학기술 지식과 능력만을 놓고 볼 때 기후변화의 속도를 늦출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기후변화 저감과 적응에 대한 인간의 대응능력에도 불구하고 과연 기후변화의 속도와 내용을 저감하게 될 것인지 여부는 역시 인간들의 손에 달려 있다.

인간이 만들어 낸 기술문명, 대량생산과 대량소비, 대량배출 때문에 기후변화가 일어났다는데 대한 이해와 공감이 2015년 기후변화협약을 이끌어 내었다.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한국 역시 이 회의에 참석하여 기후변화에 동참한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면서 이 파리기후협약을 탈되했다. 다행히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이런 미국우선주의를 폐기하고 파리기후협약에 복귀하고 기후변화 저감과 대응을 위한 그린 뉴딜, 그린 인프라 투자에 가속 페달을 밟았다.

 

기후변화 대응과 함께 추진해야 할 지속가능한 발전

한국은 1990년대 이후 특히 김대중 정부에서부터 지속가능한 발전 정책을 정부 차원에서 추진해 왔다. 그러나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정책의 추진과 후퇴, 우회가 있었다는 점을 알아차릴 수 있다. 즉 김대중 정부에 이어 노무현 정부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협치 기구를 대통령 자문기구에서 정부의 공식 기구로 제도화하고, 국가지속가능발전 기본계획 수립 등 정책의 제도화를 완비해 왔다. 그래서 국회는 2007년 8월, 지속가능발전기본법을 의결하였다. 정부 차원의 국가지속가능발전위원회를 출범시켜 본격적인 시행에 들어갈 수 있었다. (<표 1> 참조)

그러나 시장 우선을 내세운 이명박 정부가 지속가능한 발전 대신 녹색성장을 앞세우면서 정책 추진에 일대 혼란을 야기하였고, 그 여파가 지금까지 정책 추진의 난맥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이와 같은 정부 정책의 혼란으로 인한 와중에서도 지방 차원의 조직은 지방의제 21 정책추진에서 지속가능발전협의회라는 형태로 비교적 일관되게 의제 형성과 이행을 도모해 왔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표 1> 한국의 지속가능발전 제도화과정 [출처 : 김병완 2021 국회 정무위원회 공청회(9.21) 자료 10쪽]
한 마디로 녹색성장은 경제와 환경의 결합에 불과하다. 환경을 내세우는 척 하면서 실제로는 경제성장에 방점을 찍는다는데 있다. 저개발국에서나 필요한 정책에 불과했다. 이명박 정부는 4대강 운하 개발과 원자력발전 추진과 함께 녹색성장을 내세워 그들 방식의 녹색성장 지도국가로써 국제적 지위 향상을 도모하는 방편으로 이를 이용하기도 했다.

이에 비해 지속가능한 발전은 생태적 지속가능성을 견지하면서 경제적 효율을 고려하고, 이와 함께 사회적 형평성을 도모하는, 말 그대로 경제-환경-사회의 통합모형이다(<그림 1> 참조)

<그림 1> 경제-환경-사회의 통합으로서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경제-환경의 결합으로서의 녹색성장 [출처 : 김병완 2021 국회 정무위원회 공청회(9.21) 자료 11쪽]

지속가능한 발전은 그 정책통합과 관련한 정책 내용을 들여다 볼 때 상당한 범위의 사회, 환경, 경제정책들을 핵심 내용으로 하고 있다. 사회 영역을 보면 인권, 평화, 안전, 통일, 문화적 다양성, 사회 정의, 건강/식품, 소양, 세계화, 주택, 의료 혜택, 빈곤, 문화, 정치부문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환경 영역을 보자면 자연자원(물, 공기, 토양), 에너지, 쓰레기, 오염, 서식처, 기후변화, 생물 다양성, 지속가능한 식량 생산, 지속가능한 촌락과 도시, 재해 예방과 감소, 교통문제 등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경제 영역을 보면 식량/섬유, 사업/산업, 지역 경제, 지구 경제, 일자리/생계, 시장, 지속가능한 생산/소비, 기업의 지속가능성, 시장 경제, 빈부격차 완화 등을 포함하고 있다.

그래서 “지속가능한 발전”은 생태적으로 안전하면서도 사회적으로 정의로운 공간 안에서 경제활동을 하는 것이다. 특히 오늘날 그린 뉴딜, 녹색 전환, 에너지 전환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놓고 볼 때 지속가능한 발전 정책의 주요 영역에 기후변화와 에너지가 포함되어 있다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그림 2>

거듭해서 강조하고 있는 것처럼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구, 이행한다는 점은 단순히 이런 저런 정책들을 한데 묶는다는 정책혼합(policy mix)이 아니라 내용과 형식 차원에서 이종의 정책, 이질적 가치와 지향들을 한데 묶는다는 정책 통합(policy integration)에 그 주안점이 있다.

지속가능한 발전은 경제와 사회를 통합함으로써 경제 활력과 국가 포용성을 제고하는 포용경제를 낳고, 환경과 경제를 동시에 고려하고 추진하는 과정에서 기후변화 저감과 적응을 추구하면서 에너지 전환을 추구하며 순환경제를 통해 폐기물 배출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그리고 환경과 사회를 통합하기 위해 국민역량을 한데 모으는 사회통합을 배태하면서도 생태계를 최고의 고려사항으로 담아내어 녹색사회를 만들어 가려는 데 그 존재의의가 있다(다음 <그림 3> 참조). 한 마디로 말하자면 지속가능한 발전은 그 어느 것 하나 빠짐없이 동시에 한꺼번에 이루어내야 하는 것이다.

<그림 3> 지속가능한 발전의 세 영역 사이의 통합적 연계>

적어도 중요한 국가 주요 계획가운데 지속가능한 발전과 관련되지 않은 정책은 없다. 예를 들면 빈곤 이해와 빈곤 퇴치를 위해 관련된 정책들은 보자면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 근로복지증진 기본계획, 사회보장기본계획, 양성평등정책기본계획,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계획, 국제개발협력기본계획, 녹색성장5개년계획, 다문화가족정책기본계획,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 지속가능발전기본계획, 국가환경종합계획, 양성평등정책 기본계획, 장애인정책종합계획, 환경보전중기종합계획” 들이 포함되어 있다.

<표 2> 지속가능한발전과 관련된 목표별 국가 주요 계획들 [출처 : 김호석 2021 국회 정무위원회 공청회(9. 16.) 발표자료 19쪽]

 

탄소중립과 에너지 전환, 지속가능한 발전의 동시 추진과 실현

지금 대한민국 제21대 국회에서는 이처럼 중요하게 취급되어야 할 지속가능한 발전 정책의 운명을 좌우할 논의가 2년째 이어져 오고 있다. 문재인 정부 초기부터 녹색성장기본법과 지속가능가능발전법의 지위를 바로잡기 위해 수많은 국회의원들이 법안 폐기와 법안 지위 회복을 위한 논의를 했다. 즉 녹색성장기본법을 폐기하고, 지속가능발전법을 지속가능발전기본법으로 개정하는 일이 바로 그것이다.

그런데 기상이변이 지구 곳곳에서 계속 터져 나오고, 특히 2019년말부터 시작된 COVID-19의 전세계적 대유행을 겪으면서 인류는 새로운 생각과 판단을 하게 되었다. 아 이대로는 더 이상 살아갈 수 없겠구나. 그리고 기후변화 저감과 적응을 위한 법안 재정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대두하였고, 국회는 지난 9월에 가서야 2년을 논의한 끝에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을 의결하였다.

그러나 2021년 9월 24일 제정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ㆍ녹색성장 기본법(약칭: 탄소중립기본법) 어느 규정에서도 지속가능한 발전은 찾아 볼 수 없었다. 한 마디로 탄소중립과 녹색성장은 한데 묶을 수 있었으나 지속가능한 발전은 아직 국회 차원에서 그리고 제도의 차원에서 한데 묶을 수 없었던 모양이다.

탄소중립위원회는 발족과 동시에 대한민국의 탄소중립 목표를 설정하기 위해 모든 자원과 능력을 쏟아 부었다. 이미 지난 8월 5일 초안 발표에 이어 2050년 목표보다 더욱 상향된 목표를 2030년까지 실현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그러나 벌써부터 곳곳의 암초와 맞닥드리고 있다. 46개 시민사회단체들이 나서서 탄소중립위원 가운데 시민사회 출신 인사 사퇴와 탄소중립위 해체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2021. 9. 2.). 이들의 주장은 단 2개월 동안의 논의만을 통해 이런 2030 목표 설정이 가능한가라는 근본적 문제제기였다.

이보다 더욱 심각한 점은 경제계의 반응과 태도, 자세라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대한상공회의소의 입을 통해 드러난 기본입장은 탄소중립위원회가 제안한 목표를 추진하려다 보면 기업활동을 아예 할 수 없다는 식이다. 이미 일부 기업에서는 환경, 사회, 지배구조(Environment, Social Responsibility and Corporate Governance, ESG)위원회 등을 구성, 운영함으로써 지속가능한 성장, 또는 친환경 경영을 추진해 왔다. 그리고 일부 기업은 아예 기업이 사용하는 모든 에너지를 신재생·대체 에너지로 전환한다는 RE 100운동을 선언하고, 이를 위반하는 업체와의 거래를 중단한다는 강력한 조치를 추진,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친환경 설비투자조차 하기에 자금 사정이 어려운 중소기업들이나 반환경기업들은 녹색 세탁(green wash) 등을 통해 매우 형식적인 방식으로 녹색경영을 마주하고 있다.[1]

<표 3> 반도체, 디스플레이, 전자산업의 불소가스(F-gas) 사용업체별 온실가스 배출량 (2020 기준)

우리나라 반도체, 디스플레이, 전자산업 5대 기업집단의 불소가스(F-gas) 사용업체별 온실가스 저감율을 보면 이 중에서 삼성전자가 저감율 73%로 업계 최하위임이 확인되었다. 특히 삼성전자의 ②사업장은 저감율 20%도 안 되고, ③과 ⑤ 사업장도 50%대 저감율을 기록하고 있었다. 삼성전자는 대외적으로는 ESG 경영과 재생에너지 확대 등의 대책을 내놓으면서 자체적인 저감 설비는 엉망으로 운영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모든 상황과 조건을 고려하여 정부는 무엇보다도 지속가능한 발전과 탄소 중립, 에너지 전환의 협치 기구를 통합, 운영하는 정책 의지부터 분명히 해야 한다. 그리고 도상 계획으로만 남아 있을 수 있는 지속가능발전기본계획 등이 이행 결함의 늪에 빠지지 않도록 모든 정책 역량과 자원을 한데 모아야 할 것이다. 동시에 정부는 모든 국가 재정 계획을 이 지속가능한 발전 정책의 추진과 이행 방향에 맞게 전면 재조정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조세제도의 환경 전환과 함께 국가 재정의 녹색화를 완벽하게 추진, 시행해야 할 것이다.

다른 백년 이래경 이사장 제안으로 시작된 기획칼럼 <전환시대의 새로운 질서 만들기基>의 첫 번 째 졸고는 “녹색전환 선도국가로 나아가는 길”이었다. 여전히 한국은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동시에 실현한 나라이기도 하지만 우리가 하기에 따라서 지속가능한 발전, 탄소 중립, 에너지 전환에서도 선도국가의 꿈과 이상을 실현할 수 있는 잠재력있는 국가군에 포함된다고 단언할 수 있다. 국가 역량은 정부 역량이나 시장 능력 못지않게 건전하고 튼튼한 시민사회의 깊은 힘에 달려 있다. 시민사회와 공론장의 풍부한 논의와 질적 발전이 요청되는 국면이다.

[1] 지난 2021년 10월 5일, 기자회견을 통해 안호영 의원은 환경부로부터 <반도체, 디스플레이, 전자산업의 불소가스(F-gas) 사용업체별 온실가스 배출량>을 제출받아 실적별로 분석, 발표하였다. 이 데이터는 온실가스 사용 업체로부터 배출량 명세서를 제출받아 분석한 것으로서, 외부에는 최초로 공개되는 것이다.

 

 

허상수

 

 

허 상수

현재 한국사회과학연구회 이사장 / 전 성공회대 교수·대통령자문 지속가능발전위원회 위원. 고려대학교 사회학 박사, 전공영역: 인권 및 과학기술사회학, 연구주제: 지속가능한 사회, 이행기 정의, 정보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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