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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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기의 기획을 구상하게 된 동기는 미국의 외교정책을 다루는 전문포탈인 포린폴리시ForeinPolicy가 트럼프의 중국정책을 설명하는 과정에 Great-Decoupling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면서 비롯되었다. 트럼프 행정부가 먼저 사용했는지 FP가 선도했는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미국의 기존적 전략을 설명하는 Containment라는 용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구태여 De-coupling이라는 새로운 용어를 도입한 배경에는 분명한 까닭이 있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봉쇄를 뜻하는 Containment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소비에트를 종주국으로 삼아 동유럽과 동북아 그리고 제3의 신생국가에 퍼져나가는 사회주의 체제와 이데올로기를 차단하고 영향력을 축소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된 미국의 대소전략 개념으로 주로 군사정치(외교)적 성격에 머문다면, 탈동조 또는 단절을 뜻하는 De-coupling은 군사정치를 넘어서 사회경제(산업)문화 등 전방위적 영역으로 확대되는 특징을 지닌다.

실제로 소비에트와 대결하던 냉전의 시절에는 사회주의 진영과 자본주의 진영은 사회경제적으로 상대방에게 의존하는 관계가 매우 적었고 정치군사적 대결을 제외하고는 상호간에 영향력이 미미하였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정치군사적인 봉쇄전략만으로 충분히 의도한 목적을 이룰 수 있었으며, 실제로 소비에트가 91년에 붕괴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자본주의 진영과 제3세계권은 직접적인 타격을 거의 받지 않았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의 관계로 들어오면 내용은 매우 복잡하며 서로가 상대방에게 전방위로 얽혀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이를 이해하기 위하여 미국과 중국 간 애증관계의 기록인 지난 한세기의 흐름을 간략하게 살펴보고자 한다.

만주사변을 계기로 일본응징에 나선 미국은 중국을 지원하기 시작하였고, 일본군국주의와 태평양전쟁에서 비록 장개석이 이끄는 국민당 정부시절이었지만 미중은 연합전선을 형성하여 공동적으로 대응하였으며, 전후 처리과정에서도 영국과 소련과 함께 전후 세계질서의 재편과정을 공동으로 주도하여 왔다.

이런 과정에서 재미있는 일화는 소련의 스탈린은 모택동보다 장개석을 보다 신뢰한 반면에, 루스벨트의 속내는 오히려 연안정부를 지지하고 있었다 한다 (이미 당시에 60년대 중소분쟁의 불씨를 지닌 셈이다). 이에 당시 수세에 몰려있던 모택동은 루스벨트에게 친선과 협력을 요청하는 친서를 보냈으나, 당시 미국의 주중대사가 이를 중간에서 차단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루스벨트 사후, 현재의 폼페이오같은 반공주의자이자 극우적 복음신앙을 지닌 트루먼이 미국대통령이 되면서 상황은 급반전되고 만다. 1949년 대만을 제하고 중국대륙을 통일한 중화인민공화국이 건립된 직후, 때마침 발발한 한국전쟁은 미중의 관계를 총부리를 겨눈 적국으로 갈라놓게 된다. 한국전쟁을 국제전인 제3차 조선전쟁이라고 부르는 배경이기도 하다.

이후 베트남전쟁을 명예롭게 마감하고자 하는 미국의 필요와 소련의 영향에서 탈피하여 독자적인 발전경로를 구상하던 중국의 이해가 서로 중첩되면서, 키신저와 주은래를 협상의 대표로 내세워 1972년 첫 정상회담이 이루어지고, 마침내 1979년 미중 간의 공식적인 국교가 수립된다. 이 과정에서도 미국은 중국에 대한 군사적 봉쇄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은 채 대만에 대한 군사적 지원을 고집하지만, 고심 끝에 나온 등소평의 결심으로 절묘한 타협을 이룬다.

미국의 기본적 의도는 현대중국을 소련이 주도하는 사회주의 진영에서 분리시켜 미국이 주도하는 서방진영으로 편입시키고자 하는 것이었기에, 이후 사사건건 중화인민공화국의 자주권과 이해를 침해하면서 미국에 종속시키려는 시도를 지속한다.

중국은 자신들의 주도하에 개혁개방에 성공시키고 이를 가속시키고자 WTO의 가입을 추진하지만 중국의 성장을 우려한 미국은 여러 가지 조건을 내세우며 이를 저지하다가, 급기야 터진 9.11사태 이후 불법적으로 중동문제에 깊이 개입하면서 국제적인 고립을 면하기 위해 결국 중국의 WTO가입을 묵인한다.

홍콩반환 과정에서도 미국은 중국의 금융자본시장을 월가에 종속시키려고 엄청난 압력을 가했지만, 주룽지 총리를 중심으로 중국당국이 거국적인 저항을 펼치면서 끝내 뜻을 이루지 못하고, 오히려 불꽃이 엉뚱한 곳으로 번지면서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주변국가들에게 외환위기를 가져오게 한다.

이후 미중 국교정상화 40년 그리고 중국의 WTO 가입 30년이 지난 2019년 현재 중국은 공칭 GDP로는 15조 달러, 구매력기준으로는 22-3조 달러에 달하는 거대한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하면서, 미국의 20조 달러에 맞서는 유일한 경쟁국가로 우뚝 선다. 권위있는 국제기관들의 예측으로는 2030년 이후에는 미국을 완연히 따돌리고 세계 제1의 경제대국으로 견실한 성장을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에 따라 팍스-아메리카로 세계지배를 영원히 지속하고자 하는 패권국가 미국과의 갈등과 충돌이 불가피한 국면으로 접어들게 된다.

상기에 기술한 역사적 배경과 더불어 본론에 들어가기 전에, 양국의 체제적 성격을 추가로 살펴 보고자 한다.

미국은 유럽사회 전반이 제2차 대전으로 몰락한 것과는 반대로 전쟁을 통해 공황의 후유증을 완전히 벗어나면서, 왕성한 산업활동과 천혜의 자연조건 그리고 역사적 굴레가 없는 사회제도적 이점 등으로 인류역사에 유례가 없는 거대한 제국을 형성한다. 당시 미국의 산업생산력은 인류전체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이었고 이후 브레튼우즈 체제의 도입과 마샬플랜을 통해 서방사회의 재건을 지원하면서 세계질서 재편의 주도권을 온전히 장악한다.

한때 로미제국, 인도의 무굴제국 중국의 대원 및 대청제국 등이 존재하였으나. 이들의 영향력은 해당지역에 한정되었다. 반면에 미합중국이라는 패권국가의 영향력은 인류역사 초유의 상황으로 지구 전역에 걸쳐서 절대적인 힘으로 군림하게 된다. 5-70년대에 소비에트가 맞상대로 존재하였지만 경제력으로나 군사력에 있어서 실제로는 미국의 1/10정도에 지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매카시즘 등 냉전논리로 소비에트의 실력을 의도적으로 과대포장한 것은 미국의 군산복합체와 국내정치적 이해에 따른 것이다.

미국은 세계지배의 기둥으로 군사력과 산업경제력뿐만 아니라, 각종 국제기구들을 창설하고 세계여론을 장악하는 매스미디어와 문화매체의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미국적 가치는 모두가 공유하고 인정해야 하는 기준이며 미국적 민주제도와 개인주의적 자유 그리고 자본중심의 개방체제를 세계가 따라야 한다고 강요하면서, 실제로는 자국이해와 지배력을 관철하려는 패권적 제국주의 성격을 지닌다.

이렇듯 미국은 자신이 추구하는 패권과 이념을 기반으로 하는 세계적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한편에서는 소프트-파워를 형성하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강압적 물리력에 기초한 세계의 경찰임을 자임하고 나서는 것뿐만 아니라, 하나님의 선택을 받은 국가라는 우월감에 기초하여 국내적으로는 백인우월주의를 묵인하고 대외적으로는 자국중심의 예외주의 우선주의 일방주의를 1940년 후반이래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강요하고 있다.

한편 현대중국은 중소분쟁을 통하여 독자적인 국가발전의 경로를 밟아오면서 중국역사에 기반한 전통과 사회주의적 이념을 자신의 상황과 여건에 적용하여 결합시켜 왔다. 한.당.송의 3대 왕조를 거쳐 완성된 황제중심의 중앙집권 체제과 현능적 관료제도의 도입 그리고 전승적 천인합일 사상인 민본중심의 이념을 현대의 사회주의로 부활시키면서 현대중국 건설의 중심축을 형성한다.

거대한 대륙을 대상으로 수천 년의 역사경험을 통해 통치하고 변천해온 중국의 정치적 체제를 혹자들은 People’s MeritoDemocracy 인민집중적 현능-민주주의라고 칭하듯이, 14억 인구 중에 8-9천만 명의 당원을 거느리는 중국공산당이 코아를 형성하고 6-7 단계의 조직적 의사결정구조를 통하여 국가운용의 주요 원칙과 전략을 수립하는 한편, 소수민족에게는 자치권과 지역단위 개별성에게는 상당한 행정자치권을 부여하는 현대중국을 단순히 유럽식 사회주의 국가라고 규정지을 수는 없을 것이다.

산업경제적으로도 개혁개방 이후의 중국체제를 단순히 국가자본주의 또는 사회적 시장경제라는 표현으로 단순화시키기에는 다양한 성격이 복합적으로 구상되어 왔고 지금도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에 대응하여 끊임없이 진화해 가고 있다.

역사적으로는 중화주의 즉 중국이 천하의 중심이라는 사상이 핵심을 형성하며, 국내적으로는 중국굴기를 통하여 자기방식의 대동사회 건설 즉 중국몽을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대외적으로는 인류지구촌의 공존공영을 명분으로 내세우며 현대판 실크로드BRI 사업을 강력히 추진해 오고 있다. 자신은 패권을 추구하지 않는다고 부정하지만 거대한 대국이 지니는 질량감과 여전한 중화주의의 구심력이 이웃국가들에게 팽창주의라는 위협과 중압감으로 다가오면서 여러 현안을 제기하고 있다.

상기처럼 서로의 체제적 성격이 전혀 다른 가운데, 2020년이 절반이 지난 현재 팍스-아메리카나를 유지하려는 미국적 패권과 중화주의의 대국굴기가 충돌하는 세기적 국면을 맞이하는 가운데, 트럼프라는 변칙적 정권과 코로나-19라는 펜데믹 상황이 돌출하면서 미중 간의 대립이 절정을 이루고 있다.

2019년 현재 양국의 무역규모는 6000억 달러에 이르고 미국의 중국투자액은 3000억, 중국의 미국투자액은 1000억 달러를 상회하는 수준이며, 수만에 달하는 미국기업들이 생산과 소비의 거점으로 중국에 투자한 상태이다. 미국 내에는 4-5백만에 달하는 중국출신이 시민권 내지는 영주권을 보유하고 있고 수십만 명의 중국 유학생들이 미국의 우수대학에 진학하고 있어 중국학생들이 환국하면 대학운용이 어려운 지경에 빠진다고 알려져 있다.

이에 더하여 미국의 소비재 대부분은 중국에서 생산된 수입품이며, 중국이 보유하고 있는 미연방채권이 1조 천억 달러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중국에 있는 미국상공회의소 조사에 의하면 중국투자기업의 90%이상이 중국에서 철수할 의향이 전혀 없을 뿐만 아니라 장기투자를 적극적으로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행정부가 자해행위에 해당하는 De-coupling을 감행하려는 의도는 지금 당장이라도 중국을 제압하고 이의 굴기를 좌절시키지 못하면 세계지배라는 미국의 패권을 유지할 수 없다는 절박감의 반영일 것이다.

사실 이러한 문제의식은 트럼프 행정부 시절에 비롯된 것이 아니라, ‘잠자던 용’과 국교를 정상화한 이후 지난 3-40년 동안 변함없는 미국의 중국에 대한 상시적 입장이었다. 그러나 클린턴 시절에만 해도 미국은 중국이 시장경제를 도입하고 발전을 거듭하면서 자유주의와 민주주의를 수용할 수 밖에 없고 점차 서방진영에 편입될 것으로 낙관하고 있었고, 아들부시 정권시절에는 테러전쟁과 중동개입 그리고 2008년 금융위기로 인하여 실행전략으로 중국을 견제할 여력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시절에 들어와서 중국에 대한 견제와 대결이 주요한 현실현안으로 다시 대두하면서 소위 ‘아시아로 회귀 Pivot to Asia – 힘의 재균형’이라는 전략적 구도를 제시하여 군사적 정치적 봉쇄를 강화하는 한편 산업경제적으로는 협력과 경쟁이라는 실용적 접근을 시도해 온 것으로 판단한다. 견제를 위한 압력과 실리적 이해관계라는 상반된 쌍곡선에 기초하여 대립주의와 협력주의를 상호 결합하면서 중국을 견제하고 나섰다.

그러나 문제의 핵심은 중국이 아니라 바로 미국 자신에게 있었다.

세계지배라는 미국의 패권을 받쳐주는 데는 세가지 기둥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첫째는 세계 국방비 총액의 40%를 지출하는 강력한 물리적 군사력 및 전세계 800여 군데 배치되어 있는 해외주둔 미군기지이며, 둘째는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위상과 금융네트워크 그리고 ICT 기술이 결합된 경제력이며, 셋째는 미국의 통제하에 있는 국제기구들과 미디어가 만들어 내는 미국적 가치로서 민주주의와 개인적 자유주의를 둘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하여 지난 10월 08일에 게재한 ‘패권국 미국종말의 시대’ 내용을 다시 소개하면서 설명을 갈음하고자 한다.

미국의 패권에는 세가지 기둥이 있는데, 군사력과 경제력 그리고 정치(편집자 주: + 국제기구들과 거대언론매체)가 지난 세기를 규정지어 왔으나, 현재 시점에서는 이들 기둥들이 사라지고 있거나 혹은 시험대에 올라 있다. 미국의 시대를 받쳐온 첫 번째 기둥으로 무너진 것은 군사력이다. 

9/11사태 이후, 미국의 아프칸 개입은 알-콰이다와 빈-라덴의 근거지인 탈레반에 대하여 정당한 응징을 행한 것으로 국제사회에 지지를 받아왔다, 그러나 뒤이어 2003년 봄에 이라크를 침공하면서 국제여론을 악화시켰고, 서투른 점령정책과 십 수년에 걸친 게릴라와 맥없는 전투는 베트남 전쟁을 연상시켰다.

첫 단추를 잘못 채운 이라크와 관타나모에서 자행된 고문과 제재는 폭로와 더불어 문제를 크게 확대시켰는데, 이는 미국자신이 오랫동안 지지해온 제네바 협정을 정면으로 위반한 행위이었다. 이에 더하여 국가안보와 테러와 전쟁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국내감시의 스파이 행위는 ‘미국은 위대하다’라는 경건한 믿음을 배반하였고, 2008년까지 미국이 이라크에 잔류하면서 보여준 온갖 혼란상은 미국의 위상을 규모와 능력 모든 면에서 심각하게 훼손시켰다.

두 번째 기둥으로서 무너진 것은 경제력이다.

미국의 시대라는 핵심적인 자부심은 공산주의를 분쇄하기에 충분히 강력한 미국 경제시스템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었다. 소비에트가 붕괴된 이후에도, 번창하는 미국의 경제는 지구상에 뛰어난 모든 재능을 불러모으고 혁신을 지속하면서, 1990년대의 인터넷 붐과 2000년대의 이차적 파급을 주도하여 왔다.

1980년대에 안착한 워싱턴-컨센서스는 1989년 이후 동유럽과 러시아의 재건에 청사진을 제시하며 자유시장경제를 이끌어 왔다. 동시에 국제통화기금과 세계은행이라는 간접적 기구를 이용하여 세계무역의 장벽을 낮추고, 공기업을 민영화하며, 자본의 국제적 흐름을 위하여 금융시장을 개방하도록 압력을 가했다.

러시아를 위시한 몇 개 국가들은 이런 처방에 심각하게 손상을 당했으며, 미국의 엄청난 경제력은 모든 국가에게 다른 대안을 허용하지 않았다. 다만 중국은 대상에서 예외가 되었는데, 이는 국가의 규모가 거대하다는 배경도 있고 세계무역기구에 가입한 이후 결국은 미국의 모델을 따라할 것이라는 일반적 기대가 있었기 때문에, 중국이 독자적인 방식을 추구하는 것을 허용하였다.

이후 중국의 경제적 발전이 미국의 지배력을 잠식하였다. 그러나 미국의 경제력에 결정타를 날린 것은 2008-2009년간의 세계금융위기이었다, 지난 수년간 투자자들의 판단에는 다음과 같은 생각이 굳게 자리 잡고 있었다 “중국의 국가부채와 부실채권이 언제쯤 중국을 붕괴시킬 것인가?” 그러나 실상은 중국의 은행들이 아니라 미국의 은행들이 ‘문제투성’이었다. 그리고 세계적인 재앙이 되었다. 미국정부의 구제조치로 금융시스템은 회복되었지만, 미국경제에 대한 명성, 즉 Luce가 미국패권의 핵심이라고 이해했던 경제의 위력은 형편없이 망가졌다.

세 번째이자 마지막 기둥은 민주주의이었다.

지난 수십 년간, 미국은 잘 짜인 자신들의 민주주의가 개인적인 자유를 보장하면서도 공동체의 에너지를 잘 결합시키는 유일한 제도라고 자랑할 수 있었다. 일상적으로 동맹이나 경쟁국들에게 개방적인 민주화를 추천하기도하고 압박하기도 하였다. 독재자를 견제하는 길은 민주주의밖에 없으며, 전제정치를 방어하고 풍요를 보장하는 가장 효과적인 제도 역시 민주주의이었다.

결함이 있더라도 모든 시민들이 권리로서 민주주의를 받아들인 미국은 그러나 다양한 측면에서 최강의 민주주의 국가는 아니었다. 북유럽국가들이 최강의 제도를 이끌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제도가 두 개의 기둥(군사력과 경제력)과 광범하고 활기차게 결합하면서 미국의 시대를 만들어 왔다. 그리곤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2016년 이전에 미국의 민주주의는 결함을 보이기 시작하였다. 정부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와 참여도가 현저하게 쇠퇴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이미 경고등이 켜졌다. 이에 더하여 트럼프의 당선은 미국의 능력을 심각하게 훼손시키면서, 새로이 태생하는 포플리즘과 전체주의적 압력을 그토록 비난해오면서, 세계에 과시해온 미국 자신이 무색해 졌다.

물론 트럼프가 비난을 받는 만큼 정말 그가 미국에 손상을 가했는지, 아니면 미국 대통령이라는 주요한 권력을 남용해도 이를 견제하고 균형을 잡는 것이 지독히게 어려운 국내 정치제도의 결함에서 손상이 발생한 것인지는 논쟁의 여지가 있다.

1980년의 경제적 번영이 없었다면 당시에 이미 미국의 시대는 종말을 고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런 일은 당시에는 일어나지 않았고 이제 팬데믹이 닥쳐왔다.

그간 미국의 강점으로 평가되어 왔던 개별 주정부 단위로 분산된 지배시스템과 경합이 치열한 정치제도, 지역과 주단위가 지닌 지나칠 정도의 다양성 등이 이제는 약점으로 둔갑한 듯하다. 전제주의와 정부의 지나친 간섭을 거부하는데 익숙해진 미국인들의 자유가 이제는 모두의 단결이 절실한 국가적 재난상황에 취약성을 드러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임기에 발생한 팬데믹에 대처하는 미국의 모습이 민주제와 훌륭한 가버넌스의 전도사로서 자신의 이미지를 박살내고 있으며, 동시에 미국의 시대라는 기둥을 무너뜨리고 있다.

패권국가로서 미국이 조락의 과정에 들어선 책임을 트럼프와 팬데믹에게 돌릴 수만은 없으며, 오히려 이를 역사적 순환의 자연스런 과정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순리이다. 혹자는 ‘Ocean rises Empire Falls – 바닷물이 차오르면 제국은 붕괴한다’라는 서양의 속담을 예를 들어, 변화의 과정과 상황에 자신의 조건을 적응해가며 재조정과 타협을 통해 극복해갈 것을 조언한다.

트럼프의 패착은 그러나 상황의 변화와 실재의 조건을 무시한 채, 예의 일방주의 예외주의 우선주의를 기반으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MAGA’라는 기치를 전면에 내세우고 깡패국가의 면모를 만천하에 드러내면서 미패권의 조락을 재촉한 점에 있다고 할 수 있다.

파리기후협약과 이란핵합의 및 유네스코의 탈퇴와 WTO의 무력화, INF협약 종료와 항공자유화협정의 일방적 탈퇴선언, 펜데믹 와중에도 WHO 탈퇴와 COVAX 참여거부, New-START재협상의 거절 그리고 UN과 유럽연합이 제시하는 다자주의의 묵살 등 상호적 협상과 합의에 의한 국제질서를 일방적으로 외면함으로써 스스로 국제적인 고립을 자초하여 왔다.

군사적으로는 유럽과 갈등을 자초하면서 NATO를 뇌사상태에 빠지게 하고, 한국 등 동맹국가들에게 미군의 주둔부담을 전가하여 빈축을 사고 있으며, 미치광이 폼페이오가 중심이 되어 십자군전쟁 운운하며 철지난 대중봉쇄전략으로 소위 QUAD동맹을 강화하려 한다. 당장의 이해와 압력으로 현재로서는 QUAD에 어쩔 수없이 참여하는 일본과 호주 그리고 인도 역시 상황이 급변하면 자신의 이해에 따라 언제라도 손을 털고 나올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반면에 러시아의 극초음속 및 불규칙궤적 미사일 개발성공으로 미국의 미사일방어MD체계가 무력화되면서 일방적 군사우위가 붕괴되었으며, 중국 역시 동풍東風으로 불리는 초정밀의 현대적 중장거리 미사일을 대대적으로 증강하고 해군력을 강화하면서 동아시아에서 군사력의 역전을 눈앞에 두고 있는 상황이다.

달러라는 기축통화와 금융체계의 우위와 더불어 ICT분야에서 아직은 세계적 우위를 차지하고 왔지만,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에 대한 신뢰가 붕괴되고 양적완화의 남발과 미국경제의 부정적 전망으로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지위가 심각하게 도전받고 있으며, 8-90년 황금기를 이끌었던 ICT기술을 거대한 기업들이 독점하고 시장지배력을 강화하는 한편 신자유주의와 결합하면서 미국의 산업생산력은 급격히 저하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극심한 양극화와 궁립화를 초래하고 있다. 동시에 이러한 사회적 상황이 정치적으로 반영되어 11월 대선을 앞두고 내전상황을 방불하게 하는 사회혼란을 야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트럼프는 이러한 국내적 위기에 대한 돌파구로 중국을 희생양을 삼아 국제관례를 무시한 관세 및 입국 정책을 시행하고, 화웨이 TikTok 그리고 WeChat의 경우에서 보듯이 중국의 미래산업군에 대하여 무차별한 공격과 압력을 가하고 있다. 물론 이를 통하여 일시적으로 중국에게 어려움을 가하고 단기적인 효과 그리고 정치적인 이해를 취할 수는 모르겠지만, 이는 일본이 한국의 반도체 산업을 겨냥하여 일부 전략품목에 대한 수출을 제한한 것과 동일한 선상의 꼼수적 조치로 이해하면 될 것이다.

어려운 상황에 몰린 미국은 마치 격투기 선수처럼 단시일 내 중국이라는 상대방을 격파하여 쓰러뜨리려고 덤비는 기세이지만, 중국은 오히려 태극권과 유격전술을 활용하여 상대의 공세를 유연하게 피해가면서 중장기적인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아래의 글은 중국국제방송CGTN에 실린 중국의 미래전략인 ‘쌍순환-이중고리’를 소개하는 내용이다. 매우 중요한 참조사항이다.

“쌍순환-이중순환고리”라는 전략개념은 지난 5월에 처음으로 언급되었지만, 미중 간에 악화되는 무역 기술 및 지정학적 대결로 인하여 곧바로 신속하게 현실정책으로 채택되었다. 미국의 제재와 진행중인 무역단절decoupling의 충격을 완화시키려면, 내부적 순환고리 즉 국내의 생산과 분배와 소비를 경제성장의 엔진으로 삼아야만 한다.

“내부순환고리”형성의 핵심은 혁신적인 제조기법의 활성화와 개인소비의 진작에 있다. 1.4조 달러 상당 투자를 향후 5년간 선도적인 반도체와 첨단기술 개발에 집중하여 내수의 공급사슬 구조를 형성하고 기술적 자립을 기획하는데 있다.

동시에 현대적 도시화를 추진하여 현재의 5억 명에 달하는 도시주민에 더하기 이주노동자들을 안착시키면 전체 가계의 소득이 늘어날 것이고 자연히 개인소비가 증가할 것이다.

과거에는 내부의 순환고리가 외부의 순환고리의 지원을 받아 첨단 기술분야의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고, 외부의 기업들에게 제품을 공급해주는 공급사슬을 강화하면서 경제성장을 이루어 왔다.

2021년부터 5년간 시행될 “이중순환고리” 전략은 합당할 뿐만 아니라 매우 실제적이다. 예를 들어 서구경제권의 내수 규모는 GDP대비 70% 수준인데 반하여 중국의 내수규모는 40%에도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내수를 확장할 수 있는 잠재력은 상당하다 (참조: 한국의 GDP대비 내수규모도 49% 수준으로 매우 빈약한데, 이는 양극화와 부동산투기에 기인한다).

이에 더하여 중국인 가계저축은 가처분 소득의 25% 수준으로 거대한 규모이며, 부채 수준도 아주 양호하다. 소비세를 낮추거나 투자를 진작하는 등 적정한 동기를 부여한다면, 14억에 달하는 소비자들은 지갑을 활짝 열어 소비를 학대하면서 경제성장을 촉진하고 지속 가능하게 만들 것이다.

중국농촌인민들이 도시거주민으로 전환하면 개인소비는 의심의 여지가 없이 늘어날 것이다. 왜냐하면 이들이 농촌에 머물던 시절처럼, 더 이상 자가소비용으로 농사를 짓지 않고 의복을 만들거나 생활용품을 스스로 만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더하여 지역의 거점도시들이 형성되면, 이 자체가 지역의 경제발전을 가져다 주면서, 건설수요와 가전제품의 생산, 물류수송, 의료시설 그리고 부수적인 산업에 투자를 야기시킬 것이다. 사업활동과 고용이 늘어나면서, 가계의 소득 역시 증가하면서 소비주체인 중산층이 확대된다.

1.4조 달러가 혁신분야에 맞춤형으로 투자되면, 선진적 반도체의 생산과 개발뿐만 아니라 첨단 기술분야 역시 자급자족하게 될 것이다. 상기 수치의 대규모 투자가 이루어지면, 전세계에서 가장 우수하고 총명한 과학인재들이 중국으로 몰려들 것이며, 매년 수백 만 명의 대학졸업생들이 첨단기술의 노동시장에 투입될 것이다.  상기의 대규모 인력 중에는 소수이겠지만 창의적이고 뛰어난 인물들이 배출될 것이고, 이에 따라 연구개발 분야에 양적 질적으로 인재들이 충원될 것이다.

“외부순환고리”이라는 견지에서 보면, 중국의 발전을 촉진하는 해외시장이 이미 광범하게 존재하며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일대일로BRI 사업은 팬데믹과 미국의 악선전에도 불구하고 확장을 거듭하여 왔다.

북경정부의 발표에 의하면, 138개 국가들과 30여 개의 국제기구들을 포함하여 사회인프라와 문화 분야 등 광범한 지역과 분야에서 200개가 넘는 협약이 체결되었다. 미국의 확고한 동맹이라고 알려진 국가들도 일대일로BRI라는 역마차에 몸을 실었는데, 이는 경제적으로나 지정학적으로나 이익이 분명하다는 점에서 당연한 것이다.

일대일로BRI에 참여하는 국가들과 중국 간의 쌍방향적 교역과 투자는 2019년 한 해에 1.9조 달러와 350억 달러에 달하였다. 이러한 수치는 2020년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는데 현재 중국만이 양의 성장을 보이고 있는 유일한 나라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악의에 찬 선전에도 불구하고 점점 많은 국가들이 중국과 협력하는 것이 자신들의 이익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미국의 대중무역제재는 실효성이 전혀 없다. 중국경제에 있어 무역이 성장에 기여하는 정도는 1.0% 수준이며, 미국에 대한 무역의존도는 15% 수준이어서 승수효과를 제한 산술적 계산으로는 대중무역 압박이 중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최대 0.15%에 지나지 않는다.

실제로 중요한 것은 미래전략산업을 누가 주도하고 선점하는 것에 달려 있고 이런 맥락에서 미국은 반도체를 포함 ICT분야 등 첨단산업에 단기적 타격을 가하고 있지만, 상기의 내용에서 밝히고 있듯이 중국당국은 미래기술산업에 1.4조 달러 이상을 투입하면서 조만 간에 독자적인 자급체계를 갖출 뿐만 아니라, 가까운 미래에 AI, 로봇, 양자컴퓨터, 신세대 반도체, 디지탈화폐-eRMB 분야 등 핵심기술에서 미국을 추월할 것으로 전망된다.

위의 두개 인용문에서 느낄 수 있듯이, 트럼프가 추구하는 방식으로 현재의 정치적 대결구도가 지속된다면, 미중 양국 간의 명암은 분명하다 – 미국의 완패!

게다가 때아닌 팬데믹의 타격으로 미국은 국력이 쇠진했을 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에서의 지도국가적 위상이 여지없이 추락하고 있다. 미국내적으로도 소위 K 형으로 양극화가 진행되면서 그렇지 않아도 극심한 상황이 더욱 악화되고, 수천만 명이 생계의 위기에 내몰리면서 내란 혹은 내전의 위기에 처해 있다. 반면에 중국은 3/4분기의 성장률이 지난해 대비 4.9%를 시현함으로써 코로나 이전의 성장률 6.0%에 거의 근접하는 회복세를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합중국은 자연지리적 엄청난 이점과 중국이 갖추지 못한 다양한 타협과 균형을 형성하는 제도 그리고 세상의 온갖 인재들이 모여들게 하는 사회적 흡입력과 대학경쟁력 등 다원적 가치를 지닌 장점을 지니고 있는 국가이다. 다행스럽게 이번 대선에서 민주당의 바이든 후보가 당선되어 민주당의 전통적 전략인 사회개혁과 노동중심 정책을 중심으로 미국인들의 단합을 유도하고 합중국의 새로운 재건에 나선다면, 대외적으로 일방적 패권을 추구하는 대신 실리를 중심으로 상호적 협력주의에 나선다면, 다른 나라들이 쉽게 넘볼 수 없을 만큼 미국은 여전히 세계 제1의 강국 면모를 상당기간 유지할 잠재력을 지닌 나라이다.

향후 전망에 대하여 짧은 지면의 한계를 핑계로, 다음과 같이 몇 가지 과제적 내용을 간략히 언급하는 것으로 글을 마무리 짓고자 한다. 세계사의 흐름과 동아시아의 지정학적 조건이 한반도에 미치는 거대한 영향을 고려하면 아래의 사항들은 우리 모두에게 현안이자 조건인 셈이다.

1. 미국대선 이후 미국내정치의 향방과 개혁과정

– 내전 및 분열/연방의 지속 여부와 정치 및 사회개혁(미합중국의 아이덴티티 회복)의 성공여부

2. 미국 대외정책의 방향전환

– 패권적 일방주의의 부활이냐 협력적 상호주의의 수용(인본적 보통국가로서 새로운 미국)이냐

3. 중국굴기와 팽창주의에 대한 세계인의 우려

– 일대일로BRI 등, 중화주의의 일방적 강행이냐 지구촌 공존공영의 초석이냐

4. 다자주의와 다극체제의 향후 전개과정

– 다극적 강국 및 지역연합의 구도와 UN 등 국제기구들의 다자주의 원칙간의 조정과 타협 여부

5. 서구문명/백인 중심에서 다문화/다인종 결합으로 국제질서의 전환

– 중국과 아시아의 발흥 등 세계질서 재편과정에서 타지역의 핵심역할에 대한 서구인의 수용여부

6. 서구식 대의민주제 및 개인적 자유주의의 한계 그리고 인권의 보편성 여부

– 인종차별/난민유입 극우발호 포플리즘 등에 대한 구미정치의 실패 -> 서구식 민주제도의 위기

– 민생(경제이해)과 안정(평화) 및 국가주권 vs 보편적(?) 인권 간 우선순위 논쟁과 상호보완성

 

일자 : 2020-10-23.

이래경

다른백년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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