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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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법안소위 만장일치 관행, 전형적인 국회의원 특권 보장이다

지난 해 이른바 「데이터3법(개인정보보호법·신용정보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국회에서 기나긴 논의를 했지만 논의를 시작한 지 1년이 지나도록 통과되지 못했다. 바로 바른미래당의 한 의원이 소속 상임위 법안소위에서 홀로 반대 의견을 고수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국회법 규정에 의하면, 법안소위 회의는 다수결 의결을 하도록 명문화되어 있다. 그럼에도 우리 국회는 관행상 ‘만장일치 합의 처리’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얼핏 생각하면, 이러한 ‘만장일치’의 관행은 협치의 상징이며 타협과 협상을 최고의 가치로 하는 아름다운 모습이라고 간주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본질을 살펴보면, 이는 국회의원이라는 특권적 신분의 권한을 그야말로 “특권적으로” 보장해주는 것이다.

법안소위의 만장일치 관행은 여당과 야당을 불문하고 국회의원 자신들의 무소불위 특권을 보장해주는 만능열쇠로서, 국회의원 특권 나눠먹기의 노골적인 모습이다. 그리고 이는 여야 ‘적대적 공존’의 물적 토대로 기능한다.

 

‘87 체제의 유산, “권력의 나눠먹기”, “특권 동맹

이러한 법안소위 만장일치의 관행은 ‘87 체제’의 여소야대 4당 체제의 13대 국회부터 시작된 것이었다.

이 13대 국회는 우리 국회사에서 특별히 주목해야만 하는 시기다.

본래 우리 국회도 상임위원장은 다수당이 독점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어느 국가 의회든 의회의 일반적 형태이다. 그런데 1987년 6월 항쟁으로 탄생된 이른바 ‘87 체제’의 여소야대 4당 체제 정국에서 상임위원장을 의석 비율에 따라 배분하게 되었다.

긍정적 측면에서 평가하자면, 이는 의회 상임위 활동에서 독점을 해소하고 공존과 균형 그리고 타협의 공간을 제공했다는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하지만 객관적인 측면에서 평가한다면, 이것은 여야 나눠먹기의 전형적 형태라 할 수 있다.

한편 13대 국회 당시 여소야대 4당 체제에서는 교섭단체 정책연구위원 조항도 신설되어 각 당이 정책연구위원을 ‘나눠 갖게’ 되었다. 그리고 줄곧 여당의 몫이었던 국회도서관장 자리도 제1야당의 몫으로 가져가기로 되었고, 이 관행은 지금에 이르기까지 계속 이어져오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당시 제1야당으로 올라선 평민당의 의도가 관철되었다고 평가될 수 있다. 물론 이는 DJ의 구상과 ‘철학’이 반영된 셈이었다. 이러한 DJ식 정치는 “상인적 현실감각”에 대한 강조에서 드러나듯, 철저하게 독점되어왔던 권력을 분배하고 균점하는 계기로 작동되었다는 긍정적 측면이 충분히 인정될 수 있다. 즉, 이는 박정희 전두환 군사독재 시기의 철저한 ‘권력 독점’이라는 조건을 ‘권력 분점’으로 완화시켰다는 의미를 지녔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권력 분점’의 개량주의는 ‘권력 나눠먹기’, 그리하여 결국 여야 간 ‘기득권의 공존’이라는 기묘한 조건을 배태시킨 기원이기도 하다. 이로부터 지금 우리 국회의 또 다른 폐단인 여야 간 “적대적 공존”과 “특권 동맹”이 확고한 ‘관행’으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적대적 공존특권 동맹”, 우리 국회의 가장 특징적인 관행

우리 국회는 정작 나눠야 할 것은 나누지 않고, 나누지 말아야 할 것은 기꺼이 나눈다. 또 정작 협치해야 할 일은 결사적으로 협치하지 않으면서 협치해서는 안될 것은 힘을 합해 협치한다.

현재 우리 국회는 겉으로 보면 결사적으로 싸우는 척 하지만 내면적으로 들여다보면 “권력 나눠먹기” 혹은 “적대적 공존”, 그리고 국회의원의 “특권 동맹”이 관철되고 있다. 이러한 “적대적 공존”과 “특권 동맹”은 우리 국회의 가장 전형적인 관행으로 자리잡고 있고, 이는 다시 “정쟁만 계속하는 국회”의 재생산구조를 극적으로 확대시키고 있다.

 

국회 개혁은 박정희와 김대중의 유산을 극복하는 데서 시작된다

지금이야말로 “적대적 공존” 혹은 “특권 동맹”에 토대한 국회의 무원칙한 권력 나눠먹기의 관행은 마땅히 청산되어야 한다.

우리 국회를 왜곡시킨 핵심적 근원은 박정희 전두환 군사정권이 국회 무력화를 위해 국회에 덮어씌운 각종 적폐지만, 그에 못지않게 ‘87 체제’의 여소야대 국면에서 시작된 “권력 나눠먹기”에 기초한 “적대적 공존”과 “특권 동맹” 역시 오늘 국회 난맥상의 또 다른 핵심적 기원이다. 다시 말해, 박정희 전두환 군사정권이 국회에 각인시킨 적폐와 함께 ‘87 체제’의 13대 국회에서 비롯된 “권력 나눠먹기”의 “적대적 공존”과 “특권 동맹”이야말로 오늘 우리 국회를 “일하지 않은 국회”, “특권만 누리는 국회”로 만든 양대 근원, 구체제(앙시앵레짐)이다.

그러므로 군사독재가 남긴 적폐의 청산과 권력 나눠먹기에 토대를 둔 적대적 공존과 특권 동맹의 해체야말로 오늘 우리 국회 개혁의 출발점이다.

우리 국회는 박정희와 김대중을 모두 뛰어넘어야만 한다. 즉, 박정희 군사독재의 국회 무력화라는 적폐의 측면과 김대중 식의 권력분점, 적대적 공존이라는 관행의 측면의 양 측면을 모두 극복해야 한다.

그렇게 과거로부터 고착화된 국회의 비정상적 적폐와 관행을 과감하게 단절하고 해체할 때, 우리 국회도 비로소 의회다운 의회, 기본에 충실한 의회로서의 위상을 갖추는 계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소준섭

소 준섭

전 국회도서관 조사관, 국제관계학 박사. 저서로는 『광주백서』, 『직접민주주의를 허하라』, 『변이 국회의원의 탄생』, 『사마천 사기 56』, 『논어』, 『도덕경』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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