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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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대로 정당 투표가 그 정당의 전체 의석수를 결정했어야 했다

코로나 19의 심각한 국면에서도 우리를 더욱 슬프게 하는 사회 현상은 비로 우리 눈앞에서 전개되고 있는 이른바 ‘비례위성정당’ 사태다. 우리 정치는 그간 부동의 국민 불신 집단이었지만, 비례위성 정당이 난립하는 작금의 사태는 그야말로 불신의 끝판왕을 보여주고 있다. 민주주의의 파산이다.

<출처: 연합뉴스>

도대체 왜 이런 지경까지 오게 되었을까?

지난해 각 정당들이 벌였던 선거법 개정 과정과 현재까지 보여주는 갖가지 백태는 그야말로 꼼수의 향연, 당리당략 게임 그 자체다.

그런데 정작 이러한 난장판이 벌어진 근본적 요인에 대한 분석은 아무도 제기하고 있지 않다. 지금처럼 ‘위성정당’, 혹은 ‘괴뢰정당이 출현할 수 있었던 핵심적 원인은 바로 정당 득표에 의해 전체 의석수를 결정하는 기본 원칙을 모두 힘을 합쳐 차버린 탓이다.

여기에서 본래 우리가 모델로 삼았던 독일 의회를 다시금 살펴보자.

2002년 이래 독일연방의회의 의원정족수는 598명이다. 이 가운데 절반인 299명은 소선거구제 지역구에서 최다득표로 당선되는 직선의원이며, 나머지 절반인 299명은 비례대표의원이다.

연방의회 선거에서 독일유권자들은 두 표를 행사하는데, 이 가운데 제1표는 지역구 직선후보에게 행사하고, 제2표는 지지하는 정당에 주는 정당투표이다. 제1표는 단지 지역구의 특정후보를 뽑는 표에 불과하지만, 지지하는 정당을 선택하는 제2표는 연방의회의 총 의석수를 결정하기 때문에 정당투표인 제2표가 그야말로 결정적 의미를 지니게 된다.

이렇게 원칙대로 독일처럼 했다면 우리처럼 비례 위성정당은 근본적으로 출현할 수 없었다.

 

정의당 비례 1, 정의당이 추구해왔던 이미지와 배치된다

정의당의 추락도 큰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많은 평론가와 정의당 본인들은 조국 사태에 대한 정의당의 태도가 지지자들을 실망시킨 것으로 분석하고 있는 모양새이지만, 필자가 보기에는 정의당의 비례대표에 오히려 더욱 큰 요인이 있다고 생각한다.

한 정당에서 비례대표 1번의 싱징성은 대단히 큰 것이다. 그런데 지금 정의당의 비례대표 1번은 대리게임 등의 논란은 논외로 해도, ‘정의’라는 이미지를 전혀 찾을 수 없다. 정의당이 추구해왔고 사람들이 정의당에 기대하는 이미지와 거리가 너무 멀다. 이질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의당이 비례대표 1번을 끝까지 고수하는 태도에는 사람들이 이제 절망하고 있다.

 

상임위원회 입법 현장의 기록

지난 번 필자의 기고문에 대해 상임위 회의록을 살펴보라는 ‘친절한’ 조언이 있었다. 그런데 이제까지 필자의 기고문에 상임위 회의록은 이미 구체적 사례로서 여러 차례에 걸쳐 거듭 인용되어 왔다.

그래도 말이 나온 김에, 우리 국회 상임위원회 회의록의 세 장면을 소개해본다.

 

장면 1.

소위원장 000:…….~에 관한 법률안 1건을 상정하겠습니다. 000 전문위원(여기의 전문위원이란 국회의원이 아니고 국회에 근무하는 공무원이다- 필자 주) 보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전문위원 000:……..~에 관한 법률안, 개정안입니다…….다음 2쪽 주요 내용은 생략하겠습니다. 3쪽입니다. 주요 심사 사항을 말씀드리겠습니다…….이상입니다.

소위원장 000: 이것 다 00부랑 협의가 끝난 거예요?

전문위원 000: 예, 협의가 다 끝난 겁니다.

소위원장 000: 그러면 그대로 하면 되겠네.

…….(중략)……

전문위원 000: 이게 제정안이기 때문에 사실 축조심사를 해야 되는데 이 부분은 어떻게 할까요?

소위원장 000: 꼭 해야 돼요?

000 위원: 축조심사를 한 것으로 하면 되지요.

소위원장 000: 축조 심사한 거라고 하지 뭐. 그렇게 해서 의결합니다.

 

장면 2.

소위원장 000: 다음에 ……. 이상 5건을 일괄해서 상정합니다. 이것도 000 전문위원.

전문위원 000: ~법률 개정안 5건에 대한 심사 자료를 보고 드리겠습니다.

먼저 000 의원안입니다…….

……(중략)……

000 의원안입니다…….

……(중략)……

정부안입니다.

……(중략) 이상입니다.

…….(중략)……

00부차관 000:……(중략)……

소위원장 000: 전문위원, 어떻습니까?

전문위원 000: 특별한 이견은 없습니다.

 

장면 3.

소위원장 000:……..~이 두 건을 일괄해서 상정합니다. 전문위원 보고하시지요.

전문위원 000:……..주요 심사사항으로는…….신설 여부를 판단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신설할 경우에…….~을 검토하셔야 될 것입니다.

……(중략)……

전문위원 000:……(중략) ~이 개정안은 타당한 것으로 검토를 했습니다.

……(중략)……

소위원장 000: 정부안이 타당하다?

전문위원 000: 예, 그렇습니다.

도무지 국회의원과 공무원인 전문위원 중 누가 주(主)이고 누가 부(副)인지 알아낼 수가 없다. 물론 세계 어느 나라 의회에서도 구경할 수 없는, 우리 국회에서만 나타나는 ‘비정상적’ 장면들이다.

문제가 되는 전문위원 제도 역시 일본 제도와 법률을 모방한 것이다. 일본 국회의 ‘전문원(專門員)’ 제도가 우리 국회에 도입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일본 국회에서도 전문위원의 검토보고는 전혀 존재하지 않으며, 상임위원회에서 전문위원의 발언은 일체 찾아볼 수 없다. 다만, 상임위 회의 시 한 명의 전문원이 참고인으로 배석하고 있을 뿐이다.

 

우리가 무시하는 대만도 이렇게 한다!

우리보다 정치발전 수준이 한 단계 낮다고 간주되는 대만의 의회인 입법원의 입법과정도 우리의 경우보다 훨씬 성실하게 수행된다.

아래의 <그림>에서 알 수 있듯이, 「식량관리법(糧食管理法)」라는 단 하나의 법안 심사를 위하여 2013년부터 대만 입법원 경제위원회에서 27차례의 1독회와 위원회 심사, 대체 토론 및 축조 심사의 2독회를 거쳐 최종적으로 2014년 5월 30일의 3독회에 의하여 수정되었다.

이러한 상임위원회가 국제적 기준으로서 일반적인 모습이다.

소 준섭

전 국회도서관 조사관, 국제관계학 박사. 저서로는 『광주백서』, 『직접민주주의를 허하라』, 『변이 국회의원의 탄생』, 『사마천 사기 56』, 『논어』, 『도덕경』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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