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6.03
  • [22] 분단체제론과의 대화
  • 한국 내 유엔사-재강화(revitalization) 전략에 대한 우려
  • 팬데믹 와중에 WHO 개혁요구는 위험한 짓이다
  • <12> 세상에 이런 ‘국회도서관’은 없다
  • 코로나 이후의 ‘뉴노멀’: 새로운 사회계약의 필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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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패권질서가 해체된 후 일대일로 사업을 주도한 중국이 미국을 대신하여 새로운 패권국가로 등장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그것은 현실적 근거가 있는 것일까?

필자는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에 사실상 기우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첫째, 일대일로 사업 자체가 어떤 패권적 성격을 지니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그것은 반패권·반독점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 그 점은 지금까지 살펴본 평등·호혜·상호공존 등과 같은 일대일로의 이념과 원칙, 그리고 그간의 실제 사업 추진방식을 통해서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그 사업을 누군가가 ‘주도’하더라도 그 때문에 패권국가가 탄생되는 것은 아니며, 반대로 그 주도 국가는 이 사업이 갖고 있는 이념과 규범 체계, 그리고 그것을 뒷받침하는 각종 국제기구 즉 새로운 ‘국제질서(국제체제)’를 현실화하는 역할을 할 뿐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일대일로와 관련하여 볼 경우, 그 주도국은 패권체제가 아닌 새로운 민주적 국제질서의 주도자가 된다는 것이다. 이 양자는 엄연히 구분되어야 한다.

둘째, 중국은 미국을 대체하는 세계 패권국가가 될 수 없는 태생적인 한계가 있다. 글로벌시대에 들어서 패권국가는 유일한 것일 수밖에 없는데, 그러기에는 중국은 많은 부분에서 기준에 못 미친다. 예컨대 2차 대전 종전 직후의 미국처럼 세계 전체 GDP의 50%에 해당하는 압도적인 경제적 역량이 없을뿐더러, 또한 그것을 보완하고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을 확장할 수 있는 배타적인 ‘이념적 동맹체계’를 구축할 수 있는 능력도 없다. 그것은 중국공산당이 자신의 개혁개방 전략으로 내세우는 “하나의 중심, 두 개의 날개” 강령에서 4개 원칙, 즉 사회주의, 프롤레타리아독재, 공산당 영도, 맑스레닌주의 지도이념 고수를 공식적으로 천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럴 경우 현재 대부분의 국가들이 자본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상황에서 어떤 나라가 이러한 중국과 이념적 동맹관계를 형성할 수 있겠는가?

오히려 중국은 자신의 생존과 번영을 위해서도 ‘패권질서’ 보다는 민주적인 국제질서가 필요한 상황이다. 실제 그간의 역사적 행보를 보면, 중국은 사실상 개발도상국진영 내에서도 가장 일관되고 철저하게 반독점과 반패권주의 입장을 분명히 해온 국가라 할 수 있다. 물론 역사적 경험이 보여주듯, 사회주의국가라고 해서 무조건 반 패권주의와 반독점 세력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역사는 동시에 만약 사회주의국가가 자본주의 열강처럼 스스로 패권국가의 길을 걷는다면 과거 소련처럼 결국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교훈을 주었다. 그 같은 방식으로는 자본주의 국가들이 절대 다수를 형성하는 국제사회에서 영원한 ‘소수자’의 위치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오히려 미국과 같은 패권세력으로 하여금 다시 국제적 차원의 이데올로기 대립을 조성하고 이를 통해 대 사회주의권 포위망을 형성하는데 있어 좋은 핑계거리만을 제공한다. 사회주의국가가 세계 자본주의국가들의 포위망으로부터 벗어나 독자적인 자기 발전의 길을 갈 수 있기 위해서는, 전체 자본주의진영의 ‘단결의 핵’인 국제 패권세력을 무력화시켜야 하는데, 그 핵심은 후자가 주도하는 패권적 국제질서를 ‘민주적’인 것으로 개조하는 것이다. 일대일로가 주권존중, 내정불간섭 등 ‘평화공존 5원칙’을 채택하고 있듯이, 각국이 사회제도와 이데올로기 및 가치관의 차이와 상관없이 자신의 발전방식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는 신 국제질서가 구축되는 것은 중국에게 가장 유리하다. 이 때문에 지금 시기 국제 패권세력의 가장 큰 경계와 견제 대상인 중국은, 자신의 생존을 위해서도 그들과의 투쟁에 있어 한 가운데에 설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또 실제로 그간 중국은 일관되게 국제질서에 있어 일체의 ‘독점’과 ‘패권’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해오고 있다. 중국의 이러한 일관된 태도는 객관적으로 볼 때 국제 패권세력의 존재로 인해 피해를 입고 있는 대부분의 다른 개발도상국들의 이해를 가장 잘 대변한다고 할 수 있다.

셋째, 중국은 자신이 천명하는 ‘평화적 발전(和平崛起)’을 추구할 수 있는 내적조건 또한 상당정도 갖추고 있다. 14억에 이르는 거대한 인구 외에도, 무엇보다도 그 경제제도에 있어 다른 나라에서 볼 수 없는 특유한 ‘국유기업이 주도하는 시장경제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것이 그것이다. 이에 따라 그간 중국의 개혁개방 과정이 보여주었듯이. 중국은 대외적 패권이나 확장정책 없이도 충분히 자체 내포적 발전을 할 수 있는 체제임을 보여주었다. 사물은 현상과 과정을 통하여 자신의 본질을 끊임없이 노정한다. 40년간의 세월은 그것을 관찰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제국주의는 대부분 그 도약단계부터 이미 제국주의적 본색을 드러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끝으로 미국이 그간 누릴 수 있었던 유일 패권국가로서의 지위는 인류 역사상 유일무이한 것으로서 다시 복재되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즉, 시기적으로는 우선 1945년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직후의 특수한 상황이 작용하였다. 당시 미국은 다른 유럽국가에 비해 전혀 전쟁의 피해를 입지 않았으며 오히려 전쟁 때문에 부와 군사력을 더욱 갖추게 되었다. 또 1990년대 초반 경쟁상대국인 소련이 스스로 붕괴함으로써 냉전체제가 갑작스럽게 해체되었던 시기적 조건 또한 미국이 유일패권국이 되는데 있어 결정적인 작용을 하였다. 다음, 공간적으로는 대서양과 태평양이라는 두 개의 대양에 의해 다른 대륙으로부터 격리됨으로써 공격과 방어에 모두 유리한 천연적인 지리조건이 존재하였음을 간과하여서는 안 된다. 이상과 같은 역사적·공간적 조건은 유일무이한 것으로 다른 나라에 의해 쉽게 재현되기가 힘들다.

앞으로 새로운 국제질서의 탄생을 상징하고 전체 국제규범체계를 이끌 최상위 국제기구는 유엔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유엔이라는 조직이 지금까지 존재하는 국제기구 중 가장 종합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며, 또한 본래 그 자체 이념에 있어 진보적인 내용을 많이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래 인용 글은 이 점을 잘 나타내고 있다.

“유엔의 경우 제2차 세계대전 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의 토대 위에 수립된 것으로, 발기국과 그 권력의 핵심인 안보리 상임이사국에는 미·영·프 3개 선진 자본주의 국가는 물론 소련(현재는 러시아-인용자)이라는 세계 최대의 사회주의 국가, 그리고 중국이라는 나라가 있다. 현재 200여 개 회원국 중 상당수가 개발도상국이다. 반파쇼 전쟁 승리의 토대 위에서 구축된 것이기 때문에 침략 반대, 세계 평화 수호, 국가 독립과 주권 평등 수호, 타국 내정 간섭 반대가 가장 중요한 원칙이다. 예를 들어 유엔헌장 규정의 취지는 국제평화와 안전 수호, 국제협력 촉진, 인권과 기본적인 자유에 대한 존중 증진 등이다. 이를 위해 유엔헌장은 회원국의 주권 평등, 국제분쟁의 평화적 해결, 위협 또는 무력사용 불가, 어떤 나라의 영토 완전 및 정치적 독립도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유엔 및 국제관계의 기본원칙을 규정했다. 물론 미국 패권주의의 방해로 유엔헌장에 규정된 이런 취지와 원칙들이 항상 관철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 중요한 조항들이 유엔헌장에 포함된 것은 인류 문명의 진보를 위한 중요한 성과가 아니라고 할 수 없다. 그것들은 제국주의 침략의 확장을 억제하고 개발도상국의 독립과 주권을 수호하는 일종의 장벽이 되어왔으며, 세계인 특히 사회주의 국가와 개발도상국의 많은 인민 대중이 오랫동안 싸워온 중요한 성과이며, 인류 문명의 진보의 중요한 표현이다.” (<제국주의 역사의 종식>, p140)

실천적으로 볼 때, 현재 국제 정치·경제 질서를 상징하는 각종 지구적 국제조직은 많은 경우 유엔을 둘러싸고 혹은 <유엔헌장>의 틀 아래 결성되어졌다. 경제 영역에서 WT0, 세계은행, IMF, UNDP(유엔개발계획) 등이 그러하다. 정치 영역에선 국제사법재판소, 세계인권회의 등이 있다. 군사 방면에는 유엔평화유지군, 세계원자력기구, 세계군축기구 등이 있고, 보건과 환경 영역에는 세계위생기구와 세계환경기구 등이 있으며, 문화 방면은 유네스코가 있다.

미국 등 패권주의세력이 현행 국제질서에 불만을 품고 별도의 국제신질서를 구축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유엔헌장 규정과 이미 광범위하고 심대하게 영향을 미치는 국가주권의 독립, 주권평등, 주권불가침 등 원칙이 자신들의 입맛이나 요구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그들이 수립하고자 하는 ‘신질서’의 핵심 사상은 세계주의나 글로벌리즘, 인간 공동의 가치관, 주권보다 인권이 우선, 제국질서론, 미국 주도하의 세계평화 등으로 사실상 유엔헌장이 제창하고 확인한 국가주권 원칙을 부정하는 것이다. 반면 일대일로에서 표방하고 여기에 참여하는 많은 국가들이 옹호하려는 신 국제질서의 핵심 사상은 독립과 주권, 크고 작은 나라의 평등을 수호하고 국제적 착취와 억압에 반대하는 것이다. 요컨대 유엔헌장에 규정된 국가주권 원칙을 지킬 것인지, 부정할 것인지는 오늘날 두 가지 새로운 질서의 갈등과 투쟁의 초점이 됐다. 실제 중국과 러시아 및 다른 브릭스 국가들은 신 국제질서 수립과 관련하여 향후 유엔의 역할을 강화할 것을 일관되게 주장해 왔다. 이처럼 유엔의 강화에 기초한 국제질서는 기존 미국 중심의 패권질서와는 대립되며 그 종언을 의미한다.

김정호

2001년부터 2017년까지 중국 사회를 연구할 목적으로 16년간 중국 유학생활을 보냈다. 중국인민대학과 상해재경대학에서 각각 금융(학사)과 재정(석사)을 전공했고 최종적으로 북경대에서 레닌의 정치신문사상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17년 8월 귀국하여 울산에 정착해 현재 울산 평등사회노동교육원에서 교육강사로 새로운 생활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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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S

  1. 이겨레 Posted on 2020.01.07 at

    “중국인민대학과 상해재경대학에서 각각 금융(학사)과 재정(석사)을 전공했고 최종적으로 북경대에서 레닌의 정치신문사상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17년 8월 귀국하여 울산에 정착해 현재 울산 평등사회노동교육원에서 교육강사로 새로운 생활을 시작했다.”

    이런 경력을 가지신 분이니 유엔을 가장해서 일대일로를 홍보하시네요. 공산당에게 돈 많이 받아 드시긴 하나봐요.

    메시지는 잘못된거 없냐고요? 한한령, 사드보복, 아프리카 부채위기 등 중국과 엮이거나 일대일로 참여한 국가들 다 곡소리납니다. 손바닥으로 태양 좀 그만 가리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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