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2.06
  • 제국이 그들의 배를 불리는 방식 V
  • 문재인 정부, 촛불정부 ‘이다, 아니다’ 그 어디쯤
  • 제2장 푸틴과 러시아(5)
  • 국방수권법(NDAA)개정을 통한 미군 해외군사기지 철수운동
  • [5] 후현대화와 두 번째 계몽
       
후원하기
다른백년과 함께, 더 나은 미래를 향해

앞에서는 직접 민주주의의 핵심적인 도구들에 대해 설명했다. 국민발안은 시민들이 법률을 도입, 제안하거나 수정, 폐기할 수 있게 해 준다(제안적 레퍼렌덤이나 법률 폐기를 위한 레퍼랜덤). 입법 기구(의회나 지방의회)에서 승인된 법률이 주민들의 동의를 얻을 수 있을지 확인하려면 확정적 레퍼렌덤 도구를 시행해야 할 것이다. 한 지방의회의 발안으로 어떤 법 제안이나 국책 사업과 관련하여 국민들 사이에 존재하는 견해나 입장을 수면 위로 끌어 올리려면, 법적 구속력이 없는 자문형 레퍼렌덤을 조직할 수도 있다. 그 결과는 표본을 통한 여론 조사의 결과보다는 약간 나을 것이다.

 

시행을 위해 중요한 바람직한 규정

만일 레퍼렌덤 도구의 활용과 레퍼렌덤 투표 시행을 위한 법규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면, 최고의 레퍼렌덤 도구도 아무런 소용이 없다. 직접 민주주의의 질은 이러한 절차 상의 구체적인 규범과, 정치의 결정 과정에서 그것을 어떻게 담아내느냐에 달렸다. 각 단계마다 규정해야 할 중요한 요인들이 있는데, 그 요인들로 시민들의 참여를 촉진시킬 수도, 좌절시킬 수도 있다.

직접 민주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12가지 절차적 요인들은 다음과 같다.

 

1) “레퍼렌덤을 할 수 있는” 사안들: 무엇에 대해 투표할 것인가?

시민들은 어떤 주제에 대해 투표할 수 있으며, 어떤 정치적 현안들이 애초부터 직접 민주주의의 모든 절차에서 배제되어야 하는가? 민주주의에서 주권자인 시민들은 모든 정치적 현안에 대해 결정을 내릴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기본 원칙이다. 그들이 선출한 대의원들 또한 해당 현안에 대해 결정한다. 유일한 예외가 있다면 의회나 지방의회 등의 구성이나 해당 정치 기구의 예산 관련 법규이다. 어느 레퍼렌덤 사안에 대한 허용성은 어쨌든 헌법과 이탈리아에서 비준된 국제 협약, 지방 법령 및 자치 법령으로 한정된다. 레퍼렌덤은 항상 관련 정부 차원의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범위 내의 현안들을 다뤄야 할 것이다. 공공 지출이나 세금 및 관세는 이탈리아의 경우처럼 반드시 레퍼렌덤에서 제외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다른 나라에서는 발안 및 레퍼렌덤에서 재정 관련 현안이 가장 인기있는 사안의 하나이다(10장 참조). 그리고 종종 정부의 행정 명령이나 주 정부의 승인으로 재정, 환경, 사회적으로 커다란 영향을 줄 수 있는 결정들이 내려지므로 이를 시행하는 것에 대해서도 반드시 레퍼렌덤 투표를 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2) 요청 기준: 레퍼렌덤 투표를 요청하려면 얼마나 많은 지지 서명이 필요한가?

여기서 말하는 ‘요청 기준’이란 구체적으로, 레퍼렌덤 발안자들은 얼마나 많은 시민들의 서명을 모아야 레퍼렌덤 권리나 국민발안권리를 얻어낼 수 있는가?를 뜻한다. 그러한 문턱의 적정한 한도 설정을 위해 참조할 만한 기준이 있다. 가령 스위스의 칸톤 차원에서는 평균적으로 그 칸톤의 투표권을 지닌 유권자 총 숫자의 2.3%를 요구한다. 가장 문턱이 높은 곳은 5%에 이르는 티치노 칸톤이다. 이탈리아에서는 전국 차원에서 적어도 50만 명의 유권자들이 법폐지를 위한 레퍼렌덤 요청에 서명을 해야 하는데, 이 숫자는 2018년 3월 국회의원 선거 시 전 유권자의 약 1.1%에 해당한다. 볼자노 주에서는 현재 제안적 레퍼렌덤을 시작하려면 1만 3천 명의 서명을 받도록 요청하며, 롬바르디아 주에서는 같은 요청을 위해 2만 명의 거주민 유권자들의 서명을 받아야 한다.
적절한 요청 기준은 투표권을 지닌 시민의 2~5% 사이를 오락가락한다.

 

3) 서명 모음 방식

강연이나 직접적인 정보전달, 시민들 사이의 의사소통은 레퍼렌덤 절차에서 결정적인 요소들이다. 서명 모음은 동료 시민들과 접촉해 새로운 제안을 들고 그들을 설득하는 단계이다. 그러므로 서명 모음은 공공장소나 회의, 모임 등의 장소에서 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관련 공무원의 입회 하에 서명 공증을 받는 번거로움은 없어야 할 것이다. 이탈리아에서는 서명을 받을 때 그 서명의 신빙성을 입증하기 위한 복잡한 요건이 있어서 서명을 통한 시민들의 참여를 번거롭고 어렵게 만든다. 발안자들은 공무원들을 동반하는 것이 어렵고, 시민들에게는 레퍼렌덤 제안에 서명하기 위해 관청을 찾아 가야 하는 것이 어렵다. 장현에서 직접 받는 서명에 대해서는 시민들 중 누군가가 시장의 위임을 받아, 형사 책임하에서 검증할 수 있어야 한다. 그 다음 단계로 기초자치단체 관청에서 서명자들의 정보를 확인한다. 오늘날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서명 모음 장소에서 자유롭게 서명을 받고, 나중에 선거 본부의 확인을 거친다. 공증은 이제는 구시대의 유물이 된 이탈리아만의 별난 관행이다.

 

4) 허용 여부의 확인

레퍼렌덤 사안에 대한 허용 여부를 검증하고, 모든 레퍼렌덤 절차를 관리하는 임무를 맡은 중립적인 실행 위원회가 있어야 한다. 어떤 제안이 헌법과 양립 가능한지에 대한 검증은 이 위원회의 소관이 아니라 헌법재판소의 독점적인 관할권이다. 법적 허용성은 레퍼렌덤 투표 이전에 검증되어야 한다. 또한 헌법적인 양립 가능성 입증 또한 서명 모음 이전 단계에 이루어질 수 있도록 허용하여, 유권자들이 헌법에 부합하지도 않는 문제에 투표함으로써 막대한 공공 기금을 낭비하는 일을 예방해야 할 것이다. 레퍼렌덤 투표 덕분에 시행되기 시작한 법령에 맞서는 법적 항소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도록 제도를 마련하고 있는데, 이는 의회에서 승인받은 모든 국법과 지방법의 경우도 마찬가지 과정을 거친다. 이탈리아에서 검증 위원회는 대개 치안 판사magistrate로 구성되지만 반드시 판사judge로만 (magistrate는 judge 보다 관할권이 적으며, 구나 소도시 등의 특정 지역에 국한되는 역할만을 담당한다─역자 주) 구성해야 하는 것은 아니고, 경험이 풍부한 그 밖의 법률 전문가에게도 이 역할을 담당하도록 요청할 수 있다.

현재 이탈리아 대부분의 주에 이러한 검증 위원회 등이 기구들이 갖춰져 있다. 보증 자문 위원회Consulta di garanzia, 보증 위원회comitato digaranzia, 레퍼렌덤 절차위원회 등 명칭은 다양하지만, 그러나 취지는 허용성(및 다른 관련 의견)에 대한 판단을 정치 기구에 맡기지 않고, 정당 간의 다툼에서 독립적이고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기구에 역할을 맡기는 것이다. 또한 레퍼렌덤이나 국민발안의 허용성에 대한 판단을 서명 모음에 앞선 시점으로 옮기는 것은 틀림없이 직접 민주주의를 강화할 것이다. 이미 끝난 서명 모음에 그제서야 끼어드는 결정이 가져오는 불확실성과 혼란과 좌절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5) 서명 모음 기간과 레퍼렌덤 금지 기간

서명을 모으기 위해 시민들에게 어느 정도의 시간이 있는가? 레퍼렌덤 절차에서 시간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서명을 모을 기간이 더 길수록, 발안자들은 메시지를 전달하고 시민들을 양성하며 자신들의 목표에 시민들을 참여시킬 시간을 더 가질 수 있다. 국제 기준에 따르면 이 기간은 최소 6개월에서 1년에 걸쳐 다양하다. 스위스에서는 헌법개정 국민발안의 경우 심지어 18개월이 걸리기도 한다. 선거 전후에 레퍼렌덤 활동을 금지시키는 기간을 두는 것은 선거와 똑같은 존엄성을 지닌 민주적 투표, 곧 공동체에 중요한 사안에 대한 레퍼렌덤의 실시를 방해한다. 때로 지방법에서 선거 12개월 전부터 레퍼렌덤 활동을 금지시키는데, 이는 지나친 처사이다. 이런 법령은 선거 전 한 해 동안 시민들이 오로지 어느 칸에 체크를 해야 할지 말고는 다른 생각을 할 수 없게 만든다.

 

6) 참여 정족수

어떤 역사적 사건을 계기로 1947년 이탈리아 헌법 제정 당시 헌법 조항에 국민투표 요청 유권자니 참여 정족수가 마련되었다. 이 조항에 의하면 레퍼렌덤 투표가 효력이 있으려면 투표권 보유자들의 과반수 이상이 참여해야 한다. 이는 이탈리아 레퍼렌덤의 역사에서 최악의 규정으로 1974년부터 실시된 10여 차례의 레퍼렌덤 투표를 실패로 이끈 나쁜 법령이다. 직접 민주주의의 가장 숭고한 목표 중의 하나는 시민들의 참여를 증진시키는 것이다. 그러므로 법률은 시민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활용하여 투표에 참여하도록 격려해야지 좌절시켜서는 안될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정족수 규정은 정확히 직접 민주주의에 반한다.

정족수는 어떤 레퍼렌덤 제안에 대한 반대자들로 하여금 토론에 대한 정보 전달부터 투표 참여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에서 참가를 거부하도록 만든다. 정족수는 반대 정치 세력들에게 그 사안에 기권하도록 만드는 암묵적인 초대이다. 정족수와 그에 따른 거부는 결국 제안에 반대하는 “진정한 적수”가 되어 (결과적으로 결정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투표하지 못하게 만든다. 이는 방관자들, 여러 다양한 이유로 꼼짝할수 없는 이들, 그리고 좁은 의미의 반대자들 사이에서 일종의 허위의 연합을 만들어 낸다. 반대로 그 어떤 선거에도 투표하지 않고 무관심하거나 망설이는 사람들이 불참함으로써 원안의 법률은 취하되지 않는다.

정치적 현안의 성격상, 유권자들이 낸 발안의 대부분은 모든 국민들이 관심을 갖는 주제가 아니며, 늘 적지 않은 일부 국민들만이 관심을 갖는 주제이다. 그렇지 않다면 애초에 그 서명의 문턱조차 넘지 못했을 것이다. 투표소에 가지 않는 시민들의 표는 선거에서 투표하지 않는 시민들의 표와 마찬가지로 간주해야 한다. 이들은 곧 기권자에 불과하다. 기권을 반대표로 생각할 수는 없다. 정족수는 소수를 보호하지 않는 매커니즘이다. 정족수가 소수자들을 보호한다는 것은 일종의 허위의 가설로서, 정치적이지 않은 갖은 이유로 어쨌건 투표소에 가지 않는 유권자 25~30%를 사안에 반대하는 표로 간주하게 된다. 정족수 없는 레퍼렌덤 투표는 선거와 유사하게 작동한다. 곧 투표하는 사람이 결정하고 투표하지 않는 사람은 다른 사람들이 결정하도록 내버려 둔다. 스위스와 미국, 독일 바바리아 지방 및 다른 많은 나라에서 실시하는 정족수 없는 레퍼렌덤의 실례는 직접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꼭 정족수가 필요하지는 않다는 것을 보여 준다.

 

7) 공적 책임과 정보의 공정성

민주적 체제에서 시민들은 정치적 현안에 대해 공공 기관으로부터도 충분한 정보를 얻을 권리를 지녀야 할 것이다. 게다가 이탈리아의 법률에서 공정성에 대해 규정하고 있듯이, 시민들은 공공정보 기관에 동등한 접근권을 가져야 한다. 레퍼렌덤 캠페인을 통해 정치적 입장들을 제시하고, 발안자들은 사안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며, 모두가 어떤 레퍼렌덤 사안에 대해 찬성인지 반대인지 자신의 의사를 표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이 레퍼렌덤 사안들을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형태로 제시하고, 이용 가능한 모든 형태로 공표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공공 기관들은 이를 종이 책자나 디지털 책자로 간행해야 한다. 책자에는 투표에 부치는 제안들, 찬반 논점, 절차상의 공지 사항 및 시민들에게 유익한 그 밖의 정보들을 싣는다. 이 소책자는 시기 적절하게 투표권을 지닌 모든 시민들에게 전달하고, 또 투표를 조직하는 기관의 사이트에 들어가 다운로드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8) 대의 기구의 참여

시민들의 직접 참여가 지방의회를 무시해서는 안되겠지만, 첫 단계에서는 어떤 문제에 대한 최선의 해결책을 찾는 것에 대해 서로 합의점을 발견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서로 대화를 통해 의회의 업무와 국민발안 사이에서 타협점을 찾거나, 어쨌건 모두가 받아들일 수 있는 어떤 해결책을 찾아야 할 것이다. 국민발안의 경우, 발안위원회는 국회나 지방의회와의 협상에 들어가며, 대의 기구는 어떤 대안적 제안에 대해 승인하고 그것을 레퍼렌덤 투표로 가져갈 권리를 지닌다(“기관의 반대 제안 institutional counter proposal”).

 

9) 투표 방식

현재 이탈리아에서 모든 정부 차원급의 레퍼렌덤 투표는 거의 모두 오로지 투표함 투표를 통해 진행하며, 해외 거주 시민들은 예외적으로 우편으로 투표할 수 있다. 해외 거주 시민들의 우편 투표는 선거나 레퍼렌덤의 경우 모두 주 정부들에서도 동의했다. 이탈리아의 몇몇 기초 자치단체에서는 레퍼렌덤에서 모든 시민들의 우편 투표를 허용한다. 우편 투표는 스위스와 독일, 미국의 몇몇 주에서 가장 많이 활용되는 투표 형태이다. 미국의 오레건 주는 심지어 우편 투표만을 허용한다. 이런 형태의 투표는 시민들에게 상당한 이점이 있고, 공공 기관에 꽤 큰 비용 절감 효과를 제공한다. 앞으로 새로운 온라인 전자 투표 도구들 또한 고려될 것인데, 이는 이미 여러 나라에서 사용되고 있다.

 

10) 자금 조달

레퍼렌덤이나 어떤 법률을 발안하고자 하는 위원회는 처음부터 항상 ‘어떻게 비용을 마련할 것인가?’라는 문제에 직면한다. 선거를 치르는 정당들처럼, 발안하는 시민들도 서명 운동 비용을 지급받을 권리를 지닌다. 제안서 작성 시의 법률 자문, 서명 모음, 레퍼렌덤 캠페인, 정보 전달 등에는 상당한 비용이 들며, 작은 단체들과 재원이 없는 시민들은 이를 감당하기가 힘들다. 선거 운동 비용 지급과 유사하게 공공 기관은 발안을 주창한 이들에게 발안이나 레퍼렌덤 제안시 발생한 비용의 일부를 보전할 의무가 있다. 공공 지원금은 원칙적으로 그에 요구되는 최소 서명 인원수에 도달하기까지 서명 모음을 위해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다.

 

11) 투명성의 의무

투명성의 의무는 다양한 이유에서 중요하다. 모든 발안 위원회는 어떤 자금으로 그들의 레퍼렌덤 발안 비용을 충당했고, 어떤 제3자에게서 재정 지원을 받는지를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발안자이건 반대자이건 자금 조달원에 대해 투명성을 지킴으로써 모든 시민들이 그들의 후원자와 이익 당사자들이 누구인지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할 것이다. 반면에 공공 기관이 직접 레퍼렌덤 캠페인에 참여하는 것은 허락되지 않는다.

 

12) 투표 결과의 적용과 보장

이 단계에서는 투표로 나타난 다수의 뜻을 존중하고, 그러므로 법적 실체를 갖추도록 보장할 필요가 있다. 투표함에서 나온 판단을 의회나 지방의회에서 단기간에 뒤집을 수 없다. 다른 한편으로 국회에서 승인된 모든 법률과 마찬가지로 레퍼렌덤 투표 결과는 헌법재판소에서 투쟁을 벌일 수 있다. 정치-입법 차원에서 레퍼렌덤 결과를 보호하는 것은, 의회 다수당이 그 결과를─이미 존재하는 법의 개정이나 폐기 제안─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만드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그런 현상은 이탈리아에서 이미 여러 차례 확인되었다. 레퍼렌덤의 결과는 최소 1년간 유효성이 보장되어야 하며, 결과를 적용하는 법률의 시행으로 실행되어야 한다.

 

직접 민주주의의 질은 적용법에 따라 좌우된다

직접 민주주의의 질은 레퍼렌덤 절차의 시행을 규정하는 법규와, 입법 기관에서 어떻게 법규를 법 제정 과정에 삽입시키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이런 법규들은 또 실제로 시행중인 법으로 규정된 직접 민주주의 도구들이 얼마나 적용 가능한지 그 유효성을 평가하는 명백한 평가 기준이다. ‘유럽의회의 권리를 통한 민주주의 유럽 위원회(베네치아 위원회)’도 “레퍼렌덤 시행 수칙code of conduct”(2007년 3월 17일)을 채택했는데, 많은 부분이 이 책에서 제안한 적용 규칙들과 일치한다. 그러므로 잘 발달한 직접 민주주의를 확보하려면 다음 측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단일 정치적 사안을 근거 없이 배제할 수 없다

만일 이탈리아가 조인한 국제 조약이나 협약과 관련한 의무 혹은 일반적인 공동체적 권리 때문이 아니라면, 정치적 사안들을 레퍼렌덤 권리에서 배제시키지 않는다. 예산이나 의회와 지방의회 내규, 책임 면제와 사면 등을 제외하고, 레퍼렌덤을 할 수 없는 사안이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레퍼렌덤 의제들은 헌법 및 해당 정부 차원의 관련 의무와 양립 가능한 것이어야 한다. 레퍼렌덤 의제는 종교적, 언어적 소수자들의 기본권을 위반할 수는 없으며 그 어떤 최고 법률에도 정치인들의 보수나 정당의 자금, 해외 정치 문제, 현재 진행중인 행정부의 대형 프로젝트 결정을 레퍼렌덤 회부 사안에서 배제시킨다고 규정되어있지 않다.

▪독립성이 보장된 위원회

국민발안의 법 제안이나 실행적 레퍼렌덤 요청의 허용성 여부를 판단하도록 소집된 위원회는 독립성을 지닌 전문가들로 구성되어야 하며 모두가 꼭 판사일 필요는 없다.

▪지나치지 않은 지지 서명 인원수

레퍼렌덤 투표의 “요청 기준”이 너무나 높은 나머지 큰 단체를 통해 조직되지 않은 시민들이 이 권리에 접근하지 못할 정도가 되어서는 안된다. 보통 서명 인원수는 유권자의 2~5% 사이에서 결정되어야 한다. 대개 이 숫자는 해당 의회 대의원 선출에 필요한 표 숫자를 넘기지 않는 범위 내에서 규정되어야 한다.

▪시민들에게 우호적인 서명 모음 양식

자신의 신분을 증명하는 순간에 시민들의 책임 원칙이 적용되어야 한다. 자유로운 형식으로 서명을 모을 수 있는 것이 중요하며, 이후 선거 관리 사무소에서 확증과 검증을 해야 한다. 그러므로 지지 서명은 같은 시에 거주하는 시민들을 위해 일하도록 시장이 임명한 시민이라면 누구든 검증할 수 있어야 한다.

▪의회의 참여와 반대제안 권리
직접 민주주의 절차에서 선출된 정치인들은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국민 제안들을 확인하는 것 외에도, 의회는 일종의 “의회의 반대 제안”을 승인하여 레퍼렌덤 투표에 부칠 수 있어야 한다. 시민들은 그렇게 국민 제안, 의회 반대 제안, 현상유지(두 가지 모두 아닌 것)라는 세 가지 대안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게 된다. 법으로 규정된 특별한 확정적 레퍼렌덤의 경우 시민들에게 반대 제안 권리가 있다.

▪서명 모음에 적절한 기간 보장

레퍼렌덤 절차는 정보 전달과 공공 토론을 위해 충분한 기간을 두어야 한다. 정부와 행정기관은 국민발안의 경우 충분한 기간을 두고 발안자들이나 관계자들의 의견을 듣고 토의하며, 반대 제안을 승인하거나 자신들의 입장을 명확히 해야 한다. 그 입장은 어떤 입장도 갖지 않는 것이 될 수도 있다. 스위스에서는 이를 위해12 ~18개월을 둔다.

▪참여 정족수를 두지 않는다

투표에 부쳐진 의제와 현안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 참여하여 결정한다. 투표하지 않는 사람은 기권하는 것이며, 그러므로 선거에서 투표하지 않는 이들이 바라는 결과가 선거의 목적이 되지 않도록 한다. 투표하지 않는 이들은 동료 시민들에게 결정을 맡긴 것이다(뒤의 “정족수 반대 십계명” 참조).

▪정기 투표 및 미리 정한 투표 날짜

잠정적으로 매년 어느 날 레퍼렌덤에 투표하러 갈지를 미리 정해 두어야 한다(“투표 공휴일”). 그런 방식으로 레퍼렌덤 투표가 선거와 중복되지 않게 한다. 지나치게 길게 레퍼렌덤 활동 금지 기간을 두지 않도록 한다(예를 들어, 하원의원이나 지방의원 선거 앞뒤로 1년). 이는 직접 참여 절차를 지나치게 지연시키기 때문이다.

▪모든 유권자들에게 객관적인 정보 전달

제도적인 정보 전달과 각각 다양한 입장들을 서로 비교해 보는 것에 최대한의 관심을 쏟아야 할 것이다. 모든 유권자들은 투표에 부쳐진 다양한 선택안들에 대해 관련 공공 기관에서 편찬한 공식 정보가 담긴 소책자를 받을 권리가 있다. 기초자치단체의 관청이나 공공 사무소들은 인터넷 사이트를 제공할 수도 있을 것이다.

▪자금 조달과 비용 상환의 투명성

모든 레퍼렌덤 캠페인에서 관련자들의 자금 조달은 공적으로 알려야 한다. 누가 어떤 자금을 대었는가? 선거에서와 같이 국민발안의 주창자들은 각 서명 모음에 대한 법정 액수에 따라 비용을 환급 받을 권한이 있다. 정치 기관이 레퍼렌덤에 대한 그들의 반대 제안들을 홍보한다면, 발안의 주창자들은 그들의 캠페인에 같은 정도의 기금을 사용
할 수 있어야 한다.

▪시민들을 위한 법률 자문

국회의원들처럼 시민들도 공공 기관 측에서 무상으로 법률 자문을 받음으로써 그들의 법 제안이나 레퍼렌덤 의제들을 다듬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투표 결과의 보장 조항

투표함에서 나온 결과는 보장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 투표 결과의 후속 조치로 이어지는 의회나 정부의 심의로 결과가 뒤집힐 수 없다. 레퍼렌덤 투표의 결과는 존중되어야 하며, 미리 정한 최단 기간 내에 적용되어야 한다. 의회는 향후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는 반대 제안을 표명할 권리를 여전히 지녀야 한다.

국민발안과 확정적 레퍼렌덤을 활용하여 이 법안들을 도입하고 개정하는 것이 시민들의 몫으로 남는 것이 중요하다. 선거법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자신들의 대리인 선거를 위해서나 직접 참여권의 행사를 위해 법안을 마련하는 것은 주권자인 시민들의 몫이다. 시민들이 그들 권력을 행사할 수 있게끔 결정하는 것을 온전히 대의원들의 자유 재량에 맡기는 것은 모순일 것이다.


편집자 주:

다른백년 출범 3주년을 기념하며 자축하는 책을 발간하였습니다.

더 많은 권력을 시민에게” 제목으로 21세기 새로운 흐름인 직접민주주의를 소개하는 내용입니다. 현재의 한국정치로는 미래의 희망이 없습니다. 1%의 소수를 위한 정치에서 99%의 시민을 위한 정치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비례성을 100% 강화하는 연동형 비례제를 도입하고 주권자인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고 비판하고 결정하고 통제하는 민치 – 시민권력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야 합니다. 이런 뜻에서 책의 내용을 격주를 통하여 약 10개월 간 연재하고자 합니다.  직접 구매를 원하시는 분들은 시중의 대형서점이나 온라인을 통하여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다른백년 "더 많은 권력을 시민에게"

다른백년 출범 3주년을 기념하며 자축하는 책을 발간하였습니다. “더 많은 권력을 시민에게” 제목으로 21세기 새로운 흐름인 직접민주주의를 소개하는 내용입니다. 현재의 한국정치로는 미래의 희망이 없습니다. 1%의 소수를 위한 정치에서 99%의 시민을 위한 정치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비례성을 100% 강화하는 연동형 비례제를 도입하고 주권자인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고 비판하고 결정하고 통제하는 민치 – 시민권력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야 합니다. 이런 뜻에서 책의 내용을 격주를 통하여 약 10 개월 간 연재하고자 합니다.  직접 구매를 원하시는 분들은 시중의 대형서점이나 온라인을 통하여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후원하기
 다른백년은 광고나 협찬 없이 오직 후원 회원들의 회비로만 만들어집니다.
후원으로 다른백년과 함께 해 주세요.
 
               
RELATED ARTICLES
LEAV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