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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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일본의 도발에서 보여지는 전형적인 외형적 현상은 일본이 그 어떤 변명을 하더라도, 일본의 도발-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그 도발은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경제보복 성격이 분명 맞다. 하지만, 조금만 깊게 들여다보면 본질이 그렇게 간단치만은 않다.

<출처: 뉴스웨이>

왜냐하면 일본의 입장에서는 이번 건 외에도 언젠가는 도발되어져야할 이유가 분명 있기 때문이다. 단지, 이번 도발을 위해 강제징용 판결은 그 명분에 불과했고, 그렇게 시작된 일본의 도발이 역사정의문제에서 경제문제, 다시 대한민국의 지소미아(GSOMIA·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폐기 맞대응이라는 안보영역까지 확전되어가는 등 동북아 안보질서와 연결되어져가서 그렇다.

해서 이번 일본의 도발은 이 글 제1편에서 언급하였듯이 전형적인 현대판 저강도전쟁 패턴이자(일본과 한국 두 국가는 민주주의정치체제를 띈 민주국가이고, 두 국가 다 선진국클럽인 OECD가입국에서 벌어진다는 측면에서 이 전쟁은 럼멜의 민주평화론에 대한 역설이자 현대제국주의론의 관점에서는 21세기에 딱 부합하는 그런 전형적인 저강도전쟁이다), 제국주의세력 간 새판 짜기 서막이 올랐음이다. 일본이 이걸 먼저(선수로) 시작했을 뿐이다.

그럼으로 언뜻 보여지는 외형에만 집착해서는 안 된다. 다시 말해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일본의 경제보복처럼 보이지만, 좀 더 본질을 헤집고 들어가 보면 일본의 위기, 아베의 집권강화 전략과 한국의 부상에 대한 견제의 성격, 거기다가 한반도문제에 대한 트럼프의 무시전략(미일동맹 홀대)과 일방적 통상압력을 가하는 트럼프에 대한 간접적인 불만까지 전 방위적인 해석을 해내어야 한다.

그 전제하에 이번 일본의 도발 본질문제를 아래와 같이 한번 짚어보자.

우선은 우리가 이번 사태를 보면서 우리 스스로에 대한 피해의식이 반영된 편협한 민족주의적 반일(反日)감정은 철저히 경계해야 되겠지만, 역사적으로나 사실적으로 형성된 일본감정까지 무조건 간과해서는 안 된다.

다름아닌, 비록 지금은 일본이 미국에게 철저히 종속된 그런 국가 중의 한 국가임은 분명하지만, 또한 분명한 것은 태평양 전쟁을 일으킨 전범국가이자 군국주의, 제국주의 국가라는 그 태생도 간과되어져서는 안 된다. 그 연장선상에서 자국의 불만과 경제위기를 독점자본의 논리에 맞게 타국에 대한 국가적 개입과 해외팽창에서 그 경제위기 해법과 정치·군사적 이익을 도모하는 ‘하이에나’적 본능이 여전히 남아있다.

또한 우리가 절대 놓쳐서는 안 되는 것이 일본에 대한 기억문제이다. 작금의 일본도발 그 뿌리에는 정한론(征韓論)그림자가 어른거리고, 알려진 대로라면 이번 도발을 총 연출한 ‘일본회의’가 그 후예들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또 다른 의미에서 본다면 이들은 일본판 선민의식 DNA보유자들이다. 역사적 반성 대신 자신들이 지배한 경험만을 극대화한 ‘왜눈박이’기억이 OECD에 가입된 대한민국이건만 여전히 ‘조센징(朝鮮人)’일뿐이다.

그러니 도발이 가능한데, 왜 도발을 감행했을까? 하는 문제는 좀 더 심층적인 분석이 필요한 부분이다.

먼저 미국과의 관계에 있어서는 미국의 양해가 있었다고 보는 것이 맞겠다. 이유는 미국의 동북아 지배질서 구축의 기본거점이 한국이 되기보다는 일본을 더 중시한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져 있는데, 이를 너무나도 잘 아는 아베는 이 전략적 포지션을 최대한 활용해 이번 도발을 감행했다고 밖에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하나는 역사적 경험문제이다. 다름아닌, 미국의 일본중시 정책은 이미 잘 알려진 대로다. 1945년 전쟁이 끝났지만 미국은 예상외로, 즉 독일처리와 유럽질서 구축과는 전혀 다른 패턴, 이름 하여 패망한(강조, 필자) 일본에 대해서는 전쟁의 책임을 묻지도 분단도 시키지 않은 채 일본중심의 동북아질서를 구축한 것이 그것이다. 이른바 샌프란시스코체제(1951년)를 일컫는다.

다른 하나는 실제적 측면이다. 다음의 사실이 이를 가장 적나라하게 입증해준다. 2017년 3월 당시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일본을 ‘가장 중요한 동맹국’으로, 한국을 ‘하나의 중요한 파트너’”로 차등 규정했다.

이후 논란이 일자 미 국무부가 한, 일 모두 중요한 동맹이라고 정정하기는 했지만, 미국이 한국보다 일본을 더 중시한다는 점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이렇듯 미국은 동북아 지배전략에서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을 중요 수단으로 삼고 있기는 하지만, 둘의 지위는 결코 동등하지 않는 것이다. 일본은 기축동맹이고, 한국은 보조(가변)동맹인 것이다.

바로 이를 모를리 없는 아베가 한국에 대한 그 전략적 우위를 최대한 활용해 보란 듯이 이 같은 사태-한국에 대해 도발을 불러일으켰고, 미국(트럼프)에는 한국을 선택 할래, 일본을 선택 할래 그렇게 압박을 가하며 자신, 혹은 자국의 국가이익을 관철시켜 내려하고 있는 것이다.

왜? 무엇 때문에?

물음을 잠시 뒤로하고 일단 아베의 이러한 계산은 미국에게 먹혀들어간 듯하다. 그렇게 보는 이유는 방콕 아세안 외교장관회의 중 개최된 한·미·일 3자 회담이 일본이 한국을 백색국가(white list)에서 제외하기로 알려진 2일보다 이후에 열려졌기 때문이다. 이 함의는 미국이 이 갈등에 중재할 의사가 없다는 것이고, 이 메시지는 곧 아베의 이번 도발을 양해한다는 것과 하등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놓고 다시 ‘왜?’ ‘무엇 때문에?’ ‘왜 이런 상황이 발생했을까?’로 돌아와 보자.

결론부터 말하면 일본이 ‘불안’하기 때문이다. 불안은 다름 아닌, 동북아에서 자신들의 지배적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는 국가적 불안감이 이러한 도발을 자행하게 된 근본요인이라는 말이다.

그렇게 보는 이유는 자신들이 ‘하늘처럼’떠받들고 있던 동북아의 유일패권자로서의 미국의 지위가 분명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을 일본도 감지하고 있고, 그로인해 자신들의 미래가 불안해졌다는 위기감이 이번 사태를 불러왔다.

그럼으로 이번 일본의 도발은 외형상은 한국을 향해 있지만, 실질적인 의미에서는(‘사실상의’ 의미에서는) 미국을 향한다고 해야 한다. 미국을 향한 ‘일본식’ 저항의 한 형태인 것이고, 병법으로 치자면 성동격서(聲東擊西) 전법이라 할 수 있다. 그렇게 한국을 겨냥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본질)은 자신의 상전 미국에게 보내는 무언의 ‘투정’이자 ‘압박’이라는 것이다.

그렇기에-그렇게 일본의 의도를 읽어낸다면 우리의 대응도 각론적으로는 일본의 무모한 도발에 대해 적극대처 해야 하겠지만, 근본적으로는(본질적으로는) 미국을 향해 그 해법을 찾는 전략적 지혜가 필요하다.(자세한 내용은 제4편에서 다룬다)

공상과학 소설? 그럼 카스라-태프트밀약도 공상과학 소설이었던가? 1900년대나 지금이나 우리의 소망적 기대와는 하등 상관없이 변하지 않는 것은 미국은 미국의 이익에 따르고, 일본도 예외이지 않다는 사실이다. 비록 주종 간이기는 하나 제국주의국가들 사이에는 동맹이라는 외피 속에는 그러한 음흉한 식민분할정책 구상이 충분히 개입될 수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위 과거의 경험과 같은 현대판 카스라-태프트밀약이 충분히 성립될 수 있고, 미일동맹 야합이 그렇게 성립될 수 있는 것이다.

한 세 가지 정도의 일본셈법이 보인다.

하나는, 미국에게 자국의 전략적 우위가 확실히 보장되어지는, 다른 말로는 확실한 현지 대리인 역할을 미국에게 보장받으려 했다.

구체적으로는 ①일본이 전쟁을 할 수 있는 법적여건을 만드는데 미국이 최선을 다해달라는 요구이다. 이른바 평화헌법 개정을 통해 전쟁을 할 수 있는 ‘보통국가’화가 그것이다. ②전쟁대비와 전쟁개입을 위해 자위대의 군사력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에 대해 미국이 확실하게 보장해 달라는 측면이다. ③너무나도 잔인할 만큼의 과거 전쟁범죄와 식민지배에 대한 사죄와 배상 거부가 일본 자신이 군국주의로 나아가는데 있어 국내외 사회 분위기 걸림돌을 제거하는데 미국이 일조하라는 것이다.

둘은, 미국에게 남북미관계가 선순환구도로 맞물리지 않게 요구했다는 점이다. 즉, 남북관계가 화해와 협력보다는 갈등과 긴장의 관계로 미국이 한국을 잘 컨트롤해달라는 것이고, 한반도문제에 있어서도 자신(자국)을 패싱하지 말고, 북미관계 그 자체도 절대 북의 핵을 용인하는 방식으로 타결되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지금 이렇게 보내고 있는 것이다(한국을 향한 도발을 통해 미국에게 보내는 것이다. 남북공조와 한국부상을 경계하는 것이다).

셋은, ‘불가역적’인 식민지지배문제해결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위 ‘하나는’에서 확인받듯이 “일본 자신이 군국주의로 나아가는데 있어 국내외 사회 분위기 걸림돌을 제거하는데 미국이 일조하라는 것”이기 때문에 이 문제가 앞으로는, 즉 만에 하나 남북관계와 북미관계가 진전된다 하더라도 혹은 통일이 되더라도 다시는 이 문제가 불거지지 않게 해 달라는 것이다. 즉, 이번 사태를 통해 확실하게 이 문제-사죄와 배상(한일협정, 강제징용문제와 위안부문제 해결의 원칙)이 해결되었다는 결연한 의지이다.

일본은, 아니 아베는 이 세 가지 노림수를 갖고 미국을 향해, 한국을 항해 이렇게 이번 도발을 감행한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일본의, 아베의 도발에서 현상과 본질을 가려보아야 한다. 대응이 폐쇄적 반일이 아니라, 극일이라는 사회과학적이기 위해서는 말이다.《계속》

 

통일뉴스, 2019년 8월 12일에 게재된 글입니다 (필자와 협의하여 수정 후 본지에 실린 것임).

김광수

정치학 박사(북한정치 전공) · 『수령국가』 저자 · 평화통일센터 하나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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