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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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최저임금제는 가장 뜨거운 논란거리 중 하나다. 최저시급이 8,590원으로 결정된 올해에도 열띤 논쟁이 유발됐으며, 대부분이 비판적인 논조이다. 특히 축소 내지는 현상유지를 원했던 사용자측, 그 중에서도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은 2010년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2.9%)를 기록했음에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둘러싼 이런 일련의 사건들은 한국사회가 갖고 있는 최저임금에 대한 이해의 수준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한다. 현재 최저임금을 둘러싼 정부의 선택과 보수진영의 비판은 최저임금의 발생 이유와 목적을 잊어버린 것처럼 보인다. 아니면 애초에 그것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증거로도 읽힌다.

 

임금의 최저선 보장은 인간의 원리이자 본성이다

최저임금은 ‘인간적인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일정 이상의 자원(재산이나 소득)이 있어야 한다’는 원리에 기반한다. 인간은 생존을 위해 일정 이상의 자원을 필요로 하는 존재이다. 이 필요성은 자연적으로 그리고 본래적으로 주어진 것이며, 필연적으로 주어진 것이다 그리고 이런 본래성과 필연성은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므로 보편적이다. 누구도 이를 벗어날 수 없다. 이런 점들에서 최저 수준의 소득 또는 임금 확보는 인간을 지배하는 원리(principle)이자 본성(essence) 중 하나가 된다.

원리이고 본성이기 때문에, 인간은 일정 이상의 자원이 확보되지 않으면 고통을 느끼게 되며 살아가는 것이 힘들고 불행하게 된다. 따라서 인간은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이 노력은 경험으로 축적된다. 한편으로는 개별적으로 그리고 자구적으로 확보하고자 시도를 해보지만, 축적된 경험의 결과는 서로 도우며 확보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다라는 사실이다. 이런 연유로 연대 방식에 의거한 방법들이 발명되고 발전하게 되는데, 최저임금제는 이런 발명품들 중에 하나이다.

소득 또는 임금의 최저선을 확보해야 한다는 원리를 경험적으로 인식하게 된 인간사회는 이 원리를 핵심적 가치로 받아들였고, 도덕ᆞ윤리적으로도 당연한 것으로 여기게 됐다. 이런 과정을 통해, 이 원리는 인권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게 되었고 이 인권은 헌법상의 기본권이 됐다. 이런 사회적 위상을 갖는 소득/임금의 최저선 보장은 현실화를 위해 구체적인 제도를 요구하는데, 최저임금제가 바로 그것이다. 요컨대 최저임금제는 인간 원리와 본성의 실현을 위해 고안된 제도이다.

 

인간 원리와 본성의 발현 도구로서의 최저임금은 독립적이자 제1차적 기준이다

문제는 최저임금제의 이런 근본적인 연원이 우리나라의 논쟁 속에서는 너무 쉽게 무시된다는 점이다. 최근의 논쟁은 2가지로 대별된다. 하나는 최저임금의 수준에 관한 것으로 최저임금의 산입범위, 즉 주휴수당, 상여금, 복리후생비 등을 최저임금에 포함시킬지 여부가 핵심이다. 그런데 논쟁은 노동자가 그 최저임금으로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는지에 맞춰진 것이 아니라, 사용자가 처한 여건이 최저임금의 수준을 감당할 수 있는지에 맞춰져 있다. 사실 후자는 주요한 기준이 아니다. 왜냐하면 최저임금을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에는 고용을 하면 안되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최저임금의 효과와 연관되는데, 주로 최저임금이 고용에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 그리고 최저임금이 사회의 전반적인 경제 성장을 가져오는지 여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인간 원리와 본성에 의거하면, 이 또한 논쟁점이 잘못 설정된 것이다. 최저임금제는 ‘인간적 삶의 영위를 위한 최소한의 임금을 보장한다’는 원리를 실현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 목적은 그것 자체로 독립적인 것이며 다른 목적들에 우선한다. 그리고 최저임금이 고용이나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은 부차적이다. 즉 현재의 논쟁은 역으로 부차적인 것이 최저임금의 목적을 옥죄는 꼴인 셈이다.

방향을 틀어 질문을 제기해 보면 구도가 명확해 진다. 고용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면 최저임금제도를 폐지할 것인가? 아니면 최저임금을 부담하기에는 재무적 수익이 부족하기 때문에 최저임금제의 인상을 포기할 것인가? 최저임금은 어떠한 이유가 있더라도 포기할 수 없다. 왜냐하면 최저임금은 앞서 기술했듯이 인간에게 부착된 원리이자 본성을 발현하는 것이며 인간의 삶을 구성함에 있어서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것 자체로 목적이어서 다른 요소들과는 별개로 달성돼야 하기 때문이다.

 

인간 원리와 본성의 차원에선 최저임금자와 소상공인ᆞ자영업자 사이의 갈등은 무의미하다

최저임금이 인간의 원리와 본성에 기반하는 것처럼, 논란이 되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소득확보도 동일하게 인간의 원리와 본성에 기반한다. 전자는 근로소득을 통한 확보이고 후자는 사업소득을 통한 확보라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인간의 원리와 본성의 차원에서 보면, 양자의 소득 확보는 모두가 포기될 수 없다. 각각이 포기될 수 없는 것이라면 둘 사이에는 만날 수 없는 평행선이 놓인 것일까? 아니다. 공존할 수 있는 길이 소득 최저선의 확보를 위한 조건들 속에 숨겨져 있다.

근로소득을 통한 확보와 사업소득을 통한 확보는 각각의 실현 조건에 있어서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 전자는 최저임금을 적절한 선에서 지급하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 반면 후자는 노동 비용 외에 임대료, 수수료, 공과금 등의 다른 비용을 줄이거나 본사와의 수익배분 구조를 보다 형평성 있게 하거나 생산한 재화와 서비스의 가격을 올리는 방법 등으로 달성할 수 있다. 그렇다면 둘 모두를 위한 합리적인 해결방안은 뭘까? 간단하다. 최저임금은 달리 방법이 없으니 그대로 보장하고, 동시에 사용자의 영업 비용을 줄이거나 판매 가격을 인상하면 된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최저임금을 둘러싼 우리나라에서의 갈등 구조는 이상하게 설정돼 있다. 각 당사자의 인간 원리와 본성을 모두 실현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마치 둘 중에 하나만을 선택해야 하는 것으로 그리고 하나를 위해 다른 하나가 희생해야 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하지만 앞서 본 것처럼 공존할 방법이 분명히 있다. 즉 최저임금자와 소상공인ᆞ자영업자 간의 이해관계의 충돌은 실제로는 일어나지 않을 수 있다.

실제의 갈등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들을 가로막는 것들에 있다. 프랜차이즈 사용자는 본사와의 불평등 계약이, 음식점의 자영업자는 너무 낮은 식사값이, 그리고 모두에게는 높은 임대료와 수수료 등이 갈등의 진범이다. 최저임금자와 사용자가 동시에 소득 최저선의 확보를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이 방해물을 제거해야 하며, 따라서 이 지점들이 진정한 갈등의 장소이다. 이런 면에서 보면, 최저임금 노동자와 소상공인ᆞ자영업자는 서로 반목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연대하여 이에 공동으로 대응하는 것이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더 합리적이고 생산적이다.

 

최저임금을 둘러싼 문제해결 방식이 보다 실질적인 문제이다

최저임금이 기반한 인간 원리와 본성에 대한 무시는 갈등을 해결하는 방식에 있어서도 나타난다. 인간 원리와 본성을 실현하는 사안들은 ‘반드시 …해야 한다’는 강제성을 특징으로 한다. 이해당사자들의 상황과 여건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지켜야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의 최저임금 협상을 보면, 당사자들이 자신의 처지에 의거해 소득/임금의 최저선 보장이라는 인권과 기본권을 어느 정도의 심도와 세기로 실현시킬 것인지를 결정한다. 현재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는 재무적 수익이 크지 않다며 최저임금의 인상에 반대하고 주휴수당의 폐지를 주장 하고 있고, 정부는 사용자의 불만이라는 여건을 고려해 최저임금의 인상 속도를 조절하려 한다.

이런 갈등 해결의 방식은 주객이 전도된 것이다. 이해당사자의 상황이나 여건을 인간 원리와 본성의 실현에 맞게 적응시켜야 하는데, 역으로 원리와 본성의 실현을 상황이나 여건에 맞춰 적응시키고 있다. 상황과 여건은 수시로 변한다. 이런 변화에 대응해 원리와 본성을 실현시킨다는 것은 원리와 본성을 포기한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운이 좋아 현실의 상황과 여건이 허락해 인간 원리와 본성의 실현을 강화했을 지라도, 상황이나 여건의 악화로 인해 원리와 본성의 실현 강도는 언제든지 축소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모든 결정이 임시방편적인 것일 뿐이다.

 

최저임금제도의 심화는 사회 발전의 시발점이다

사실 인간 원리와 본성의 발현을 가로막는 상황과 여건을 변화시키는 것이 바로 사회가 ‘좋은 사회”가 발전해가는 모습이다. 그리고 인간 원리와 본성의 발현이 더 원활하게 일어나도록 유도하는 상황과 여건을 만드는 것도 이에 부합한다. 상황과 여건의 개선은 구체적으로는 기존의 제도를 바꾸거나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거나 기존의 실천과 관행을 바꾸는 것이다. 최저임금제의 성숙은 바로 이런 상황과 여건의 개선을 필연적으로 가져올 수밖에 없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최저임금의 강화는 오늘날 우리나라의 경제 생태계를 더 나은 것으로 바꾸는데 강력한 시발점이 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다시금 최저임금이 기반하고 있는 근본으로 되돌아갈 필요가 있다.

 

이권능

정책연구소 이음 선임연구위원

이권능

정책연구소 이음 선임연구위원. 파리제1대학과 그로노블정치대학에서 수학 후 밑으로부터의 복지국가운동 전개 중. 소득보장, 건강, 노후 등의 영역에서 근원적 욕구의 사회화, 정책의 정치화, 정치의 정책화 등을 연구. 민주주의와 지방자치의 관점에서 복지국가의 재설계를 탐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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