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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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대일로(6)―미국 패권질서에 대한 영향
  • 달러를 대신할 세계 통화 시스템이 필요하다
  • 사실이 진실을 감추는 조국보도의 허상
  • Trump의 탄핵조사 방해는 또 다른 탄핵의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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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이 7개월 만에 하락세를 멈췄고, 서초·강남·송파 등 강남 3구를 비롯한 강남권은 심지어 상승세로 돌아섰다는 보도는 의미심장하다.(서울 아파트값 하락세 멈췄다) 과거 같으면 문재인 정부가 내놓은 8.2대책과 9.13대책 거기에 신DTI 및 DSR같은 대출 억제대책 패키지가 분명 효과를 발휘해 서울 아파트 가격이 꽤 크게 하락했어야 했다. 그런데 최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보합세 및 강남 4구 아파트가격 회복세에서 보듯 문재인 정부가 야심차게 내놓은 정책 조합이 생각만큼 먹히지 않고 있다.

 

시장의 판이 바뀌고 있다 

요즘의 부동산 시장을 보면 확실히 과거와는 판이 달라졌다는 생각이 든다. 부동산 시장의 판을 과거와 다르게 만드는 근본요인들은 과연 무엇일까?

내가 생각하는 요인은 크게 3가지다. 첫째 상위 20%에 해당하는 5분위 소득자들의 소득이 크게 늘었다. 소득이 가장 많은 상위 20%(5분위) 가구의 소득은 올 1분기 기준 월 992만5000원으로 이를 연으로 환산하면 1억 2천만원에 가깝다. 연 소득이 1억이 넘는 사람이 보는 10억짜리 아파트와 연 소득이 3천만원인 사람이 보는 10억짜리 아파트는 하늘과 땅이다. 둘째 유동성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시중 유동성을 판단하는 지표인 M2(정기 예·적금, 현금, 요구불예금 등)가 2763조원이 넘는다 한다. 한 마디로 시중에 돈을 가진 사람들이 크게 늘어났다는 말이다. 돈이 넘치는 이들은 늘 투자대상을 물색하는데 부동산 불패신화가 강고한 대한민국에선 부동산에 돈을 넣는게 주식, 채권, 예금 보다 안전하고 수익성도 높다는 판단을 하고 한사코 서울과 강남의 아파트를 사려 한다. 셋째 소비자들에게 정보왜곡과 교란효과를 발생시키는 플랫폼이 비약적으로 증가했다. 과거에는 종이신문과 방송, 인터넷 정도의 플랫폼이 정보의 생성 및 유통을 담당하면서 소비자들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친 반면, 최근에는 유튜브 및 팟캐스트 등의 플랫폼이 가세해 소비자 의사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기존 레거시 미디어들은 물론이고 현재 왕성하게 활동하는 유튜버 및 팟캐스트 대다수가 부동산 불로소득과 투기를 예찬하며, 서울 아파트 시장은 끝없이 우상향한다고 여론 왜곡 중이다. 기존 미디어들과 유튜버들과 팟캐스트가 지금 서울 아파트는 바닥을 찍고 반등 중이라고 합창을 해 대니 소비자들이 현혹되지 않기가 어렵다.

 

정부가 부동산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꾸는 게임체인저가 되어야

부동산 시장의 판이 이렇게 바뀌었다면 정부도 생각을 완전히 바꾸어야 옳다. 핀셋 대책이나 미시적 대책 정도를 가지고는 지금의 시장상황을 안정시키고 투기심리를 잠재우는 것이 난망이다. 꼬박 꼬박 현금이 들어오고 가진 실탄도 충분한 소비자들이 온갖 정보(그 중 대부분은 가짜 정보)로 무장한 채 정부가 발표할 대책을 미리 예상하고 적응하는 마당에 핀셋대책이나 미시대책이 주효할 리 없다.

이미 바뀐 판을 정상화시킬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정부가 부동산 시장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꿀 게임체인저 역할을 하는 것 뿐이다. 정부가 게임체인저 역할을 하는데 동원할 가장 유효하고도 적절한, 어쩌면 유일한, 정책수단은 부동산 불로소득을 환수할 장치를 강화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한 최적의 정책수단이 보유세다. 정부는 보유세 강화 로드맵(현재 실효세율 0.16%인 보유세를 10년 이내에 1%수준까지 올리겠다는 로드맵. 예컨대 실거래가 10억원짜리 아파트를 소유한 사람의 경우 현재 연 160만원 가량의 보유세를 부담하지만 10년 후 연 1,000만원으로 보유세가 폭증한다)을 발표해 (이렇게 하면 부동산 투자에 대한 기대수익률이 극적으로 떨어져 투기유인이 사라진다) 시장참여자들에게 충격과 공포(?)를 안길 필요가 있다.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을 없애야 함은 물론이다. 정부가 이렇게 보유세를 강화하면 조세저항이 필연적으로 따르게 마련이다. 따라서 정부는 기본소득을 보유세와 연계해 향후 발생할 조세저항을 사전에 차단할 필요가 있다.

중요한 건 시장의 판이 바뀌었고, 정부정책의 효과가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는 잘 발휘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정부가 부동산 시장의 변화를 정확히 읽고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꿀 의지를 갖는게 매우 긴절한 때다.

이태경

토지정의시민연대 대표 및 토지+자유연구소 토지정의센터장. 각종 매체에 다양한 주제로 컬럼 기고. 한국 사회에 존재하는 온갖 유형의 '사유화' 된 특권을 '사회화'해 평등한 자유가 실현되는 세상을 꿈꿈. '한국사회의 속살'(2007), '이명박 시대의 대한민국'(2008), '부동산 신화는 없다'(2008), '투기공화국의 풍경'(2009), '위기의 부동산'(2009, ), '토지정의, 대한민국을 살린다'(2012) 등 저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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