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0.19
  • 중국의 과학수준과 미-중 기술 전쟁
  • 일대일로(6)―미국 패권질서에 대한 영향
  • 달러를 대신할 세계 통화 시스템이 필요하다
  • 사실이 진실을 감추는 조국보도의 허상
  • Trump의 탄핵조사 방해는 또 다른 탄핵의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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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리 삭스(Jeffrey Sachs)는 미국을 대표하는 지식인으로 컬럼비아대학교(Columbia University) 지속가능성장센터(Center for Sustainable Development) 소장이자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아래의 글은 CNN과 인터뷰한 내용을 글로서 자세히 정리한 것이다. 삭스 교수는 유엔 사무총장의 특별자문관을 지냈으며, 한국에 대해서도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


중국은 우리의 적이 아니다. 교육과 국제통상, 인프라 투자, 발전된 기술을 통해 생활수준을 높이려 노력하는 한 나라일 뿐이다. 그들은 오랫동안 이어진 가난과 강대국에 한참 뒤쳐진 현실을 마주했을 때 일반적인 국가라면 행할 법한 일들을 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는 이제 중국의 발전을 저지하려 하고 있다. 이는 미국과 전 세계 모두에 재앙이 될 수 있다.

중국은 미국 내 깊어지는 불평등의 희생양이다. 그간 미국과 중국은 서로에게 유익한 무역관계를 쌓아왔다. 그런데 미국의 일부 노동자, 특히 중서부 공장 노동자들이 중국의 생산성 향상과 (계속 오르고는 있지만) 상대적으로 저렴한 인건비에 밀려 뒤쳐지게 되었다. 미국은 이렇게 지극히 평범한 시장경쟁을 두고 중국 탓을 할 게 아니라, 미국 내 다국적 기업들의 치솟는 이윤에 과세하여 이를 노동자 가정을 돕고, 노후 인프라를 재건하는 데 사용하고, 새로운 직무능력을 고취하는 동시에 최첨단 과학기술에 투자하는 데 써야 할 것이다.

우리는 오랫동안 지정학적 후퇴와 그로 인한 경제적 실패를 겪은 중국이 이제는 잃어버린 시간을 만회하기 위해 애쓰고 있을 뿐임을 이해해야 한다. 지난 40년간 중국의 경제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역사적 배경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1839년, 영국은 중국이 중독성이 강한 아편의 지속적인 수입을 불허하자 이들을 공격했다. 이것이 바로 1842년까지 이어진 제1차 아편전쟁으로 영국은 승리했고 중국은 패배의 치욕을 겪었다. 또한 이 전쟁은 청 왕조를 규탄하는 대대적인 봉기, 즉 태평천국의 난(Taiping Rebellion)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이 난으로 2천만명 이상의 희생자가 발생하였다. 그 후 영국과 프랑스를 상대로 제2차 아편전쟁이 발발하면서 중국의 힘과 내정은쇠퇴를 거듭하였다.

19세기 말 중국이 신흥 산업국 일본에 패하자 유럽과 미국은 예전보다도 더욱 불공평한 교역을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외세에 의한 이러한 굴욕은 또다른 저항, 그리고 또다른 저항으로 이어졌다.

결국 1911년 중국의 청 왕조가 막을 내리면서 중국은 빠르게 군사체제와 내부갈등에 무릎을 꿇었으며 1931년 시작된 일본의 중국 침략에 굴복하게 되었다. 제2차 세계대전 후에는 내전을 통해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이 탄생하였으며, 모택동주의(Maoism)와 함께 대격변이 몰아쳤다. 1960년대 초반까지 계속된 대약진정책기간에는 기근으로 수백만 명이 죽었으며, 문화대혁명은 그 여파가 1977년까지 지속되면서 엄청난 희생자를 낳기도 했다.

그러므로 시장을 기반으로 한 중국의 빠른 발전은 덩 샤오핑(Deng Xiaoping)이 권력을 잡고 전면적인 경제개혁을 실시한 1978년에야 비로소 시작된 셈이다. 비록 지난 40년간 눈부신 성장을 이룩했지만 이들에게 100년 이상 이어져온 가난과 불안, 외세의 위협 등은 여전히 중대한 문제이다. 중국 지도자들은 이번에는 꼭 모든 것을 바로잡고자 한다. 말하자면 중국은 또 다시 미국이나 다른 서방의 강대국에 고객을 조아리지 않겠다는 것이다.

GDP를 시장가격으로 측정했을 때, 중국은 이제 세계 제2의 경제대국이다. 그렇지만 여전히 가난을 벗어나는 과정을 밟고 있는 나라이다. IMF 자료에 의하면 1980년 기준 중국의 1인당 GDP는 미국의 2.5%에 불과했다. 2018년에는 미국 1인당 GDP의 15.3%에 도달했을 뿐이었다. 그런데 모든 나라의 GDP 가치를 매기기 위해 공통적인 “국제가격”을 사용하는 구매력평가(PPP)를기준으로GDP를 측정하면 같은 해 중국의 1인당 소득은 미국의 28.9%로 시장가격 기준보다 조금 더 높아진다.

그동안 중국은 일본, 한국, 대만, 홍콩, 싱가포르가 따랐던 것과 꽤나 비슷한 개발전략을 따라왔다. 경제적인 관점에서 보면 중국이 다른 개도국과 특별히 다른 무언가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이 끊임없이 제기하는 중국이 기술을 “훔친다”는 불만은 너무나 단순한 것이다.

발전에서 뒤쳐진 나라들이 기술을 향상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연구를 하기도 하고, 모방을 하기도 하고, 돈을 주고 사거나, 기업 합병을 통해, 외국에 투자를 해서 또는 특허에서 벗어난 지식을 광범위하게 사용하기도 한다. 물론 카피도 그러한 방법 중 하나다.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이라면 항상 그 기술의 지적재산을 둘러싼 싸움이 진행 중이기 마련이다. 이는 현재 미국 기업들 간에도 마찬가지다. 이런 류의 경쟁은 그저 글로벌 경제체제의 일부일 뿐이다. 기술전문가라면 선두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보호가 아니라 끊임없는 혁신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아야만 한다.

19세기 초 미국도 영국의 기술을 열심히 받아들인 바 있다. 기술 격차를 줄이려는 국가라면 당연히 외국으로부터 노하우를 얻는다. 잘 알려진 것과 같이 미국은 한 때 나치를 위해 일한 로켓 과학자를 2차 세계대전 후 미국으로 포섭하여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확립하였다.

만약 중국이 인구가 적은 아시아 국가, 예컨대 인구 5천만 명 가량의 한국 정도였다면, 미국은 이들을 경제개발의 위대한 성공신화로 칭송하였을 것이다. 실제로도 그렇고 말이다. 그러나 중국은 워낙 큰 나라이고, 세계의 지배자로 자처하는 미국을 부정한다. 사실 미국의 인구는 전세계 인구의 4.2% 밖에 되지 않으며, 중국 인구의 4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사실 미국도 중국도 오늘날의 세계를 제패할 만한 입장이 되지 못한다. 지구촌 곳곳으로 기술과 노하우가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전파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게 대중무역은 저렴한 소비재뿐 아니라 날로 품질이 향상 중인 여러 다른 제품을 제공한다. 중국과 직접적으로 경쟁하는 제조업 등 일부 분야에서는 일자리 손실을 야기하기도 하지만 바로 그것이 무역이다. 이 거래에서 중국을 불공정한 나라로 비난하는 것은 옳지 않다. 수많은 미국기업들이 중국 제조업을 통해 이익을 챙겼고, 중국으로 물건을 수출하기도 했다. 미국의 소비자들도 중국의 저렴한 물건 덕분에 삶의 수준이 높아졌다. 미국과 중국은 일방적인 위협과 지나친 비난으로 무역전쟁에 기름을 붓는 대신 양자 및 다자 무역을 위한 협상을 계속하여관련 원칙을 개선해야 한다.

무역의 이론, 실제 정책을 통해 얻는 가장 기본적인 가르침은 무역을 멈추지 말라는 것이다. 무역이 중단되면 삶의 수준하락과 경제 위기, 갈등 등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무역을 멈출 것이 아니라 경제성장의 열매를 분배하여, 이 열매를 얻는 승자가 그러지 못한 패자에게 보상하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뉴딜 시절의 협동정신 따위 잃은 지 오래된 작금의 미국식 자본주의 속 승자들은 이를 단칼에 거절한다. 이렇게 분배가 부족한 상황에 미국의 정계는 무역 갈등 이야기투성이다. 탐욕이 워싱턴의 정책을 폭넓게 지배하고 있다.

우리의 진정한 싸움 상대는 중국이 아니라 돈을 긁어 모으고 있으면서도 직원들에게 임금을 제대로 주는 것에는 인색한 미국의 거대기업이다. 미국의 비즈니스 리더들과 갑부들은 감세와 완전한 독점, 해외업무위탁(offshoring)등, 이익을 더 낼 수 있다면 뭐든지 밀어붙이는 한편 공정한 미국 사회를 위한 정책은 거부하고 있다.

트럼프는 중국을 몰아세우면서 중국이 언젠가 다시 한번 서방세계의 힘에 고개를 숙일 것이라 믿는 듯하다. 갑자기 그리고 일방적으로 국제무역의 규칙을 바꾸면서 의도적으로 화웨이(Huawei) 같이 성공적인 중국기업들을 망가뜨리고 있다. 중국은 지난 40년간 미국의 다른 아시아 우방국들이 간 길을 점진적으로 따르며 서방의 규칙에 맞게 살아왔다. 그런데 이제는 미국이 새로운 냉전을 촉발하면서 중국의 앞길을 막으려 하고 있다.

위대한 현인이 나타나 상황을 정리하지 않는 한, 중국과 우선은 경제적으로 충돌할 것이고,그 다음에는 지정학적으로, 또 군사적으로 충돌하며, 양측 모두에게 엄청난 비극을 안길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충돌에서 승자란 없다. 그러나 우리는 그 길에 들어섰고, 이는 오늘날 미국 정계가 얼마나 심각하게 천박함과 부패에 물들었는지 잘 보여준다.

중국과의 무역전쟁으로는 우리의 경제문제를 풀 수 없다. 우리 내부의 해결책, 즉 합리적인 의료비용, 더 나은 교육, 인프라의 현대화, 최저임금 인상, 기업의 탐욕 단속 등이 필요하다. 이를 확립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중국에 무분별하고 불공평한 도발을 하는 것보다는 중국과 힘을 합칠 때 얻는 것이 훨씬 많을 것임을 알게 될 것이다.

 

Jeffrey Sachs (제프리 삭스)

컬럼비아대학교(Columbia University) 지속가능성장센터(Center for Sustainable Development) 소장이자 교수로 CNN에 논설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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